‘IRA 변수’ 맞닥뜨린 K배터리 소재…위기 혹은 기회

입력 2024-01-2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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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RA, 중국 배제 본격화
“탈중국 어렵다”…반사수혜 기대감도

(연합뉴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국내 배터리 업계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우리 기업들의 공급망 자립이 시급해진 한편, 탈중국에 따른 반사 수혜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는 최근 미국 정부에 핵심 광물 일부를 중국에서 조달해도 IRA 보조금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이 문제 삼은 부분은 IRA의 외국우려기업(FEOC) 조항이다. FEOC에서 조달한 핵심 광물을 사용한 배터리는 2025년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게 골자다. FEOC에는 중국 기업 지분율이 25% 이상인 합작법인(JV)까지 포함된다. 사실상 모든 중국 기업을 배제하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배터리 업계가 입을 모아 FEOC 규정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한 이유다. 한국의 배터리 광물별 중국 의존도는 △흑연 70% △망간 95% △코발트 73% △리튬 67% △니켈 63% 등에 달한다.

이미 배터리 셀·소재 기업들이 앞다퉈 공급망 다변화에 힘을 쏟고 있지만, 시간이 다소 걸린다는 것도 문제다. 아직 협약을 맺거나 지분 투자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SDI는 캐나다 니켈 채굴 기업에 245억 원을 투자해 지분 8.7%를 인수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와 인도네시아는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 등에 관해 협력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생산량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포스코퓨처엠은 음극재 생산에 사용되는 중국산 흑연을 대체하기 위해 인조흑연 생산능력을 현재 연 8000톤(t)에서 연내 1만8000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 그룹사를 통해 원료를 조달받기로 했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IRA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공급망 자립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탈중국’ 속도가 빨라질수록 분리막·전해액 업체들은 반사 이익을 누릴 전망이다.

글로벌 분리막 시장에서 상위 공급사들은 대부분 중국 기업이다. IRA 조항에 따라 중국 업체의 북미 진출이 어려워질수록 국내 분리막 기업이 유리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글로벌 1위 분리막 업체인 중국 창신신소재는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당초보다 70%가량 축소하기로 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한국 분리막 업체의 북미·유럽 생산능력 비중이 2030년 기준 7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SNE리서치는 “미국의 IRA와 유럽의 핵심광물법(CRMA)으로 인해 현지 진출을 하는 한국 분리막 업체들이 시장을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직 북미에 공장이 없는 SKIET와 LG화학, 더블유씨피(WCP) 등 분리막 업체들은 현재 북미 공장 건설 계획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FEOC 조항이 지난해 말에야 확정됐고,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다 보니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며 “IRA의 방향성과 함께 분리막 공장 가동이 시작된다면 수혜의 폭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해액도 IRA 규정상 배터리 부품에 해당하는 만큼 국내 기업의 수혜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얼티엄셀즈, 테슬라 등의 공장에서 중국산 전해액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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