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홀드백' 추진에 극장ㆍ제작ㆍOTT 업계 동상이몽?

입력 2024-01-2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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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내달 중으로 정부 지원작 한정 '홀드백' 요건 발표
영화계 전반적으로 찬성…OTT 업계 "정부가 극장 이익만 대변"
"홀드백, 미디어 업계 전반의 이익 증진 차원에서 고려돼야"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시민들이 관람할 영화를 살펴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부 지원을 받은 영화를 대상으로 5~6개월 정도의 홀드백(hold back) 준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곧 발표한다. 영화계는 전반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다만 극장ㆍ제작ㆍ투자배급ㆍOTT 업계별로 미묘한 온도 차가 확인된다.

홀드백이란 한 편의 영화가 이전 유통 창구에서 다음 창구로 이동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극장 → IPTV → OTT → TV 채널 순으로 유통된다.

22일 영화계에 따르면, 문체부는 위축된 한국영화 산업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내달 중으로 홀드백 준수 의무화 방안을 발표한다. 다만 전체 영화가 아닌 정부가 지원하는 모태펀드(영화계정, 문화계정) 투자작 대상 한정이다. 제작비 30억 원 이하 작품은 제외하는 등 예외 규정을 조율 중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개봉지원펀드가 작년에 나왔다. 2월까지는 모태펀드 공고 요건을 확정해야 한다. 현재는 홀드백 요건이 4개월인데, 협의해서 더 늘릴지 말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일 좋은 방안은 내달 중으로 협의를 완료해 홀드백 요건을 4개월에서 더 늘리는 것"이라며 "만약 협의가 되지 않는다면 우선 홀드백 요건을 4개월로 하고 공고를 낸 뒤, 추후 협의해서 기간을 연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문체부는 영진위와 함께 '한국영화산업 위기극복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협의체에서는 홀드백을 포함해 한국영화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 운영하는 협의체가 홀드백 이슈만 다루고 있는 게 아니라 객단가 문제, 최소 상영 기간 문제 등 업계의 전반적인 협약을 통해 풀어야 하는 여러 이슈를 다루고 있다"며 "모든 사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협약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 지원작이 아닌 전체 영화를 대상으로 홀드백을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 문체부는 일단 선을 그었다. 문체부 관계자는 "홀드백에 대해 일부 투자배급사에서 반대 의견이 있다. 제작업계에서도 최소 상영 기간 등과의 연계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문체부는 모태펀드 투자작에라도 최소한의 홀드백 기간을 둬 시범적으로 시작해보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지난해 개봉한 전체 한국영화 편수는 210편(상영 회차 40회 이상의 실질 개봉작 기준)이다. 이 중 정부가 지원한 영화 편수는 총 62편이다. 전체 한국영화 중 30% 가까이 정부 지원을 받은 셈이다.

프랑스는 홀드백 요건이 세분화돼 있다. 기본적으로 극장에서 IPTV로는 4개월, OTT로 넘어가는 데는 15~17개월이 소요된다. 만약 4주 동안 10만 명 이하의 관객수가 모이는 등 흥행에 실패하거나 20억 원 미만의 제작비가 든 영화는 OTT로 넘어가는 데 3~4개월 단축해준다.

홀드백 의무화…영화계 전반적으로 찬성하나 각기 입장 달라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시민들이 관람할 영화를 살펴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홀드백 의무화에 관해 영화계는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극장ㆍ제작ㆍ투자배급ㆍOTT 업계별로 약간의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우선 극장계는 찬성하는 분위기다. 극장에서 OTT로 넘어가는 기간이 6개월 정도 보장되면, 무너진 극장 산업을 회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극장 관계자는 "극장에서 수익이 나야 다른 영화에 재투자할 수 있는 공간이 창출된다"고 설명했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메이저 극장업체가 대부분 투자배급(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장을 갖고 있지 않은 투자배급사들도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다만 한 투자배급 관계자는 "최대한 수익을 내기 위해선 여러 유통 경로를 확보해야 한다. 그건 극장이 될 수도 있지만 IPTV, OTT 등 다양하다. 우리로서는 수익 창출 경로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설명했다. OTT 쏠림 현상을 막는 최소한의 규제만 하고, 시장의 자율성에 맡겨야 한다는 것.

일부 제작사들은 홀드백을 최소 상영 기간 및 스크린 확보와의 연계를 주장한다. 한 제작 관계자는 "특히 독립영화들은 하루에 한 번, 그것도 이른 오전이나 늦은 오후에 상영된다. 직장인은 볼 수가 없다. 독립영화를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는 구조"라며 "독립영화에 대한 최소 상영 기간 및 스크린 확보가 없는 상황에서 홀드백을 적용하게 된다면 수익 창출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독립영화에도 일괄적으로 홀드백을 적용하는 게 맞는 지에 관해 의견이 오가는 상황"이라며 "독립영화는 극장 개봉 기회가 많지 않아서 수익을 얻기가 힘들다. 극장에서 일정 기간 상영하고, OTT 등 부가시장으로 넘어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객단가 문제도 고려 사항이다. 티켓 가격은 상승하고 있는데, 극장에서 관객 유입을 위해 티켓을 공짜로 뿌리거나 가격을 대폭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 극장에서 이 같은 프로모션을 진행하면 결국 제작사에 돌아오는 객단가가 낮아진다는 게 제작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노량: 죽음의 바다' 제작사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메이저 극장에 이른바 '공짜 티켓 이벤트'를 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OTT 업계는 정부가 나서서 극장 업계의 비즈니스 모델을 법적으로 규정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시장의 논리가 아니라 극장의 논리만 정부가 대변하고 있다는 것.

한 OTT 관계자는 "홀드백 기간을 6개월로 해버리면 전반적인 투자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며 "천만 영화가 아닌 이상 아무리 길어도 4주 정도가 지나면 관객들의 발걸음이 끊긴다. 관객이 들지도 않는 영화를 법적으로 극장에 6개월 묶어 놓으면 큰 규모의 투자배급사, 제작사들도 불만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홀드백 법제화' 토론회에서 황승흠 국민대 법학과 교수는 "홀드백은 극장과 영화 업계에 한정된 이야기 같아 보이지만 미디어 업계 전반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법제화 추진 시 미디어 업계 전반의 이익 증진 차원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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