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직원 격리 계획서 안 쓴 요양병원…법원 "급여 환수요건 아니다"

입력 2024-01-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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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당시 종사자를 예방적으로 격리 조치한 요양병원이 관련 계획서를 쓰지 않은 것은 급여 환수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 제6부(재판장 이주영 부장판사)는 천안시에서 한 요양원을 운영하는 A 사회복지법인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A 사회복지법인에 대해 환수 처분한 장기요양급여 988만 원 중 190만 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천안시에서 한 요양원을 운영하는 A 사회복지법인은 코로나19 팬데믹 시점이던 2021년 12월과 2022년 2월 기관에 종사하던 영양사 B 씨와 요양보호사 C 씨를 예방 격리 조치했다.

예방 격리란 팬데믹 당시 장기요양기관 시설에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감염 위험성이 있는 종사자들을 선제적으로 업무에서 배제하는 조치다.

정부는 2021년 12월부터 이런 이유로 업무에서 배제된 종사자들에 대해서 1일 8시간, 최대 7일 범위에서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주는 특례를 한시적으로 도입했다.

2022년 5월 해당 요양원에 현지조사를 나온 건강보험공단은 종사자 예방 격리에 따른 ‘계획서’가 작성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따라 업무에서 배제됐던 영양사 B 씨와 요양보호사 C 씨의 근무시간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지급한 장기요양급여 일부를 환수한다는 취지다.

재판을 청구한 요양원 측은 “영양사 B 씨와 요양보호사 C 씨는 다수 인원이 모이는 장례식에 참석했기 때문에 최소한의 범위에서 정당하게 근무에서 배제된 것”이라면서 “단지 계획서가 작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무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 역시 "계획서 작성ㆍ보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직원 격리조치의 적정성을 사후검증할 수 있도록 협력하라는 의무를 부과한 것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해당 계획서를 작성하고 보관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업무에 도움은 되겠지만, 그 자체로 특례시간을 인정하는 기준이 되는 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다만 실제 예방 격리된 영양사 B 씨와 요양보호사 C 씨의 특례시간 인정은 보다 엄격하게 점검했다.

재판부는 영양사 B 씨의 경우 언니의 장례식에 참석한 당일과 다음날까지 총 이틀을 업무 배제한 것이므로 합당하나, 요양보호사 C 씨의 경우 어머니의 장례식에 3일 전부 참석한 뒤 연이어 3일간 다시 업무에서 격리하는 등 장기간 배제할 필요성까지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환수한 998만 원의 장기요양급여 중 190만 원을 초과하는 부분은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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