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팀장님 폭언, 내가 대신 녹음해줄게!”…타인 대화 내가 녹음해도 될까?

입력 2024-01-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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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폭언, 녹음하려면 이렇게 하세요

최형근 법무법인 오라클 변호사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같은 팀의 동료가 저에게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상사로부터 지속적으로 폭언과 욕설을 듣고 있다며 모멸감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저는 그 동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사원증 녹음기’로 상사가 욕설을 할 때 녹음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녹음을 하려니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Q. 대화 당사자가 아닌 제가 직접 녹음하는 경우 대화를 녹음 하는 것은 불법인가요.

A. 그렇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는 금됩니다. 이에 따라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해당 대화를 녹음하게 되면 형사 처벌을 받게 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공무원이 사무실에서 상사가 방문자와 대화하는 것을 녹음한 직원의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타인과의 대화를 녹음하고 이를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위한 증거자료로 제출하는 것은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Q. 사무실에서 이루어진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공개된 대화 아닌가요?

A. 대법원은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이 반드시 ‘비밀’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인지는 발언자의 의사와 기대, 대화의 내용과 목적, 상대방의 수, 장소의 성격과 규모, 출입의 통제 정도, 청중의 자격 제한 등 객관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당 대화가 가청거리 내에 있어서 타인간의 대화를 청취할 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는 공개된 대화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이 경우 발언자가 자신의 발언이 자신에 대한 징계의 근거로 사용될 것을 용인했다고 보기는 어려습니다. 처벌대상에서 제외되는 ‘공개된 대화’로 인정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Q. 그렇다면 저의 사원증 녹음기를 동료에게 빌려주고, 동료가 직접 녹음해 증거로 제출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까요.

A. 그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하급심에서는 대화 당사자 일방이 무단으로 녹음을 하고 공개하는 것이 초상권 및 음성권을 침해해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된 적이 있습니다. 다만, 행위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봤습니다.

일부 회사에서는 직장질서 유지를 위해 무단 녹음을 금지하는 취업규칙을 두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무분별한 무단 녹음의 경우에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거나 징계를 받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직장 내 괴롭힘의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상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과 처분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사실을 녹음했다는 사실 만으로 회사가 징계를 하기는 어렵기는 합니다.

따라서 대화 당사자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녹음을 해야 하고, 전문가 등의 조언을 얻어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으로 인정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증거로 제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대화 내용을 녹음하지 않는 한 괴롭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하기 어렵습니다. 녹음 없이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될 수 있을까요.

A.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의 경우 당사자 사이에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대화 녹음이 없다면 입증이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다른 증거가 없더라도 피해자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만으로도 피해사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피해 당시 상황을 메모나 일기 형식으로 작성해 두면, 이를 통해 당시의 기억을 상기 할 수 있고, 그 자체로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피해 사실을 목격한 증인이 있는 경우에는 조사 절차에서 이루어진 증인의 진술이 피해사실의 증거가 되어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법률 자문해 주신 분…

▲ 최형근 법무법인 오라클 변호사

최형근 변호사는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학전문 석사학위를 취득(수석 졸업), 제5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법무법인 오라클의 파트너 변호사로서 공인노무사 자격과 업무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인사노무 분야의 소송 및 자문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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