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야심작이 베일을 벗었습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를 공개한 건데요. 공개와 동시에 심상치 않은 평가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갤럭시 언팩 2024’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갤럭시 S24·S24 플러스·S24 울트라가 공개됐는데요. 갤럭시 S24 시리즈는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갤럭시 인공지능(AI)이 탑재된 AI폰입니다.
갤럭시 S24의 주요 기능이 소개되자, 현장에서는 환호가 쏟아졌습니다. 이후 주요 외신들도 앞다퉈 갤럭시 S24 시리즈의 새로운 기능을 타전했는데요. 다수의 매체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새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갤럭시 S24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통화 중 실시간 통역(Live Translate) 기능입니다. 실시간 통역은 온디바이스 AI를 통해서 이뤄집니다. 클라우드나 서버를 거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는데요.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 설치할 필요 없이 기본 탑재된 ‘전화’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양방향 통역 통화가 가능합니다. 삼성전자는 기기 자체에서 통역이 이뤄지기 때문에 통화 내용이 스마트폰 외부로 노출될 가능성도 없다고 부연했죠.
지원 언어는 한국어부터 중국어(간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힌디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폴란드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태국어, 베트남어까지 13개입니다.
통화뿐 아니라 문자 메시지도 실시간 번역됩니다. 다른 번역 앱 없이 기본 탑재된 ‘삼성 키보드’를 통해 번역 서비스가 이뤄지는데요. 실시간 통역과 마찬가지로 13개 언어가 지원됩니다.
구글과의 협업으로 검색 기능도 향상했는데요. ‘서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를 도입해 웹서핑, SNS, 유튜브 시청 중 궁금한 점이나 확인할 정보가 생긴다면 화면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이를 바로 검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튜브를 보다가 위치가 궁금한 장소를 발견하고 화면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하단의 창에 해당 장소의 명칭과 위치, 역사 등 정보가 제공되죠. 이후 검색 창을 활용해 후속 질문을 이어가면 추가 정보를 계속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카메라도 AI를 만나 더욱 업그레이드됐습니다. AI 기반의 ‘프로비주얼 엔진’(ProVisual Engine)을 탑재해 줌 기능과 갤럭시 S시리즈 카메라의 상징과도 같은 ‘나이토그래피’(Nightography)에서 한층 더 안정된 화질의 사진과 영상을 얻을 수 있는데요. 특히 갤럭시 S24 울트라는 2배, 3배, 5배, 10배 줌을 모두 광학 수준의 고화질로 제공하는 ‘쿼드 텔레 시스템’(Quad Tele System)을 시리즈 최초로 탑재했습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는 울트라 모델에 퀄컴의 갤럭시용 스냅드래곤8 3세대가, S24·S24 플러스 모델에는 삼성 엑시노스 2400이 탑재돼 최상의 게임 경험을 제공하고, 디스플레이 최대 밝기는 2600니트로 역대 갤럭시 시리즈 중 가장 밝습니다. 갤럭시 S24 울트라의 전면 디스플레이에는 코닝 고릴라 아머가 신규 적용됐는데요. 일반 유리 대비 최대 75%까지 빛 반사율을 감소시켜 강한 햇볕 아래서도 선명한 화질을 보여줍니다.
외신도 일제히 기대감을 쏟아냈습니다.
미 CNN방송은 갤럭시 S24 시리즈의 실시간 통역, 이미지 자동검색 등 AI 기능을 소개하며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방식에 있어 다음 시대를 열 것”이라고 평가했는데요.
CNN은 첫 AI폰을 공개한 이번 행사가 시장조사기관 IDC로부터 지난 분기 스마트폰 출하량 순위에서 삼성이 처음으로 애플에 뒤졌다는 데이터가 공개된 직후 개최됐다는 사실도 주목했습니다. 매체는 “삼성이 AI에 올인하는 중”이라면서 “몇 년간 혁신이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자사 제품을 차별화하고 흥미를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이 AI를 통해 갤럭시 S24를 더 스마트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스마트폰 판매가 정체된 상황에서 AI가 매출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WSJ은 “음성 비서 이상의 AI폰”이라고 평가하며 “시리, 듣고 있니?”라면서 애플의 음성 비서 기능을 거론해 눈길을 끌기도 했죠.
IT 전문매체 씨넷은 “한 한식당에 전화를 걸어 영어를 하지 못하는 직원과 통화했고,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었다”며 “말을 마치자마자 즉시 한국어로 통역됐고, 상대 답변이 끝나자 스마트폰이 영어로 대화를 이어갔다”고 해당 기능이 여행 중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신작 출시가 애플과의 프리미엄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란 예측도 나왔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삼성이 새로운 기술 도입에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는 주요 라이벌, 애플에 비해 기술적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며 “1월에 출시해 차기 아이폰 출시까지 삼성은 약 9개월의 시간을 벌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CCS 인사이트의 벤 우드 수석분석가는 CNBC에 “갤럭시 S24 시리즈는 구글 픽셀과 함께 스마트폰에서 AI 범용화의 시작을 알린다”면서 “애플을 포함한 모든 스마트폰 기업이 점점 더 많은 AI 기능을 새 모델에 추가하면서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죠. PP포어사이트의 파올로 페스카토르는 “삼성의 핵심 슈퍼사이클을 대표하는 스마트폰의 새 시대가 시작됐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Qi2 무선충전 규격을 지원하지 않는 점, 최고 사양인 울트라 모델의 가격 인상 등이 대표적인데요. 더버지의 앨리슨 존슨은 “갤럭시 S24 울트라 가격은 1299달러로 기존 최고가 1199달러에서 더 비싸졌다”면서도 “오랫동안 사용할 계획이라면 비용 대비 더 많은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일부 매체들은 AI폰 시대를 연 삼성전자가 향후 유의해야 할 사항도 당부했는데요. CNBC는 “개인정보보호 및 저작권 침해 등에 있어 AI 기능이 무엇을 의미해야 하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고, 우드 수석분석가는 “AI 기반 이미지 및 비디오 조작은 특히 딥페이크 콘텐츠 등 몇 가지 윤리적 질문을 남긴다”고 짚었죠. 그는 “삼성의 AI 기반 기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점에 대한 명확한 의사소통, 사용사례의 지속적인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습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 시리즈를 통해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글로벌 전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20%)이 애플(16%)에 앞서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선 애플이 71%(지난해 기준)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습니다. 삼성(17%)이 단번에 따라잡긴 어려운 수치죠.
갤럭시 S24 시리즈의 흥행은 이 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구도 재편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7년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 가운데 10대 중 4대는 AI폰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삼성은 애플의 ‘안방’에서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AI폰의 선두 주자임을 각인하고, 시장 주도권을 빠르게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거죠.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갈 모바일 AI 시대에 ‘갤럭시 AI’가 글로벌 기준을 제시하고 프리미엄 중심으로 성장 모멘텀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갤럭시 AI의 전례 없는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으로 갤럭시S24 시리즈는 전작 대비 두 자릿수 이상 판매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한편, 갤럭시 S24 시리즈는 한국 시간으론 19일부터 26일까지 사전예약 판매에 들어갑니다. 갤럭시 S24 시리즈 256GB·512GB 모델을 구매한 고객에게 각각 512GB·1TB 모델로 저장 용량을 2배 업그레이드하는 ‘더블 스토리지’ 혜택을 준비했는데요. 삼성 케어 플러스 파손보장형 1년권 또는 갤럭시 버즈2 프로·버즈 케이스 1종을 9만9000 원에 구매할 수 있는 쿠폰 중 하나도 지급합니다. 개통은 26일부터, 공식 출시는 31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