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증시 중 가장 부진…닛케이지수 6.6% 상승
외인 4거래일만 1.3조 순매도…삼전·SK하닉 4600억 팔아
증권가 “당분간 주가 지수 조정세 지속…보수적 대응 권고”
코스피지수가 연초부터 지정학적 리스크와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발을 빼면서 글로벌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증권가에선 기업 실적 눈높이를 낮추는 한편 보수적인 대응에 나설 것을 권하는 조언이 나온다.
18일 오후 3시 3분 기준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9.04포인트(0.37%) 오른 2444.94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피는 올해 첫 거래일인 2일 장 중 2675.80까지 오른 후 연이어 하락세를 기록하며 2500선을 뚫고 연일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전 거래일까지 12거래일 동안 10번 하락, 약 8% 가량 내린 상태다.
이는 글로벌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낮은 수익률이다. 올해 들어 미국 S&P500지수는 0.08% 하락했다. 영국 FTSE100 지수는 3.56% 하락했다.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해종합지수(-6.36%) 보다도 낮다. 닛케이지수는 6.6% 가량 상승 중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외인은 최근 4거래일만에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3500억 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동안 외인은 삼성전자(2832억 원), SK하이닉스(1767억 원), LG화학(1555억 원), 오리온(1113억 원) 등 순으로 팔아치웠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진 데다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도에 영향을 미친 변수는 금리 변동성이다. 외국인 선물 순매도는 12월 FOMC(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 발표 직후 11거래일 연속 이어졌다”며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전자 등 대표주들이 지난해 4분기 예상치를 하회한 실적을 발표한 점이 외인 투자심리에 영향을 줬다”고 전했다.
중동 지역과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도 외인의 ‘코스피 엑소더스(탈출)’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예맨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에 대항해 미군이 공습에 나서는 등 홍해 지역에서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북한의 ‘남북은 적대 국가’ 발언에 윤석열 대통령이 ‘도발에 몇 배로 응징하겠다’고 발언했다. 높아진 대외 불확실성이 달러 강세를 유발하고 신흥국 주식에 대한 매력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환시장의 경우 중동 지역 내에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미국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 후퇴, 중국 경기 불안 가중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원·달러 환율의 대외 변수 취약성이 더욱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어닝시즌 초반 코스피 대형 상장사들의 연이은 실적 부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닝시즌을 맞아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전자 등 대표주들이4분기 예상치를 하회한 실적을 발표했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거 실적 성장률이 높았던 해들과는 달리 현재의 매크로 지표가 부진하다는 점은 컨센서스의 상향보다는 하향 의견에 무게를 싣는 배경”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는 당분간 기업 실적에 대해 눈높이 조절에 나서는 한편 보수적으로 대응할 것을 권하고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감과 실적 불확실성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당분간 주가 지수 조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며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정상화되는 과정이 2월초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고, 올해 기업 실적 전망에 대한 눈높이 조절도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