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한 개 3000원, 배 1만1500원”…선물은커녕 차례상 올리기도 부담 [고물가 설선물 백태]

입력 2024-0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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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금 풀었지만…현장선 “여전히 비싸”
“생산 감소로 설에도 창고 물량 없어”
샤인머스켓 등 수입 과일로 구색 갖추기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사과. 가격표에는 5~6입 1봉지에 1만49000원이라고 써 있다. (김지영 기자 kjy42@)

어이쿠, 사과 1개 값이 3000원? 이걸 진짜 사는 게 맞나 싶네요.”

16일 오전 서울시 영등포 여의도 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송옥정(51) 씨는 과일코너에서 사과 1봉지(1.2kg)를 들었나 내렸다를 반복하다가 끝내 내려놨다. 사과 한 봉지 가격은 1만4900원으로, 비교적 알이 굵은 사과 5개가 들어있었다.

하지만 송 씨는 결국 이 사과 한 봉지 대신 6~14개입 사과 한 봉지를 카트에 담았다. 앞서 제품에 비해 사과 한 알이 다소 작고 겉모양도 못생겼지만, 사과 개수가 더 많은 이 제품 가격 역시 1만4900원이었기 때문이다. 송 씨는 “5개 든 사과 한 봉지가 1만4900원이면, 1개당 3000원꼴인데 너무 비싼 것 같아 다른 제품으로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 대형마트 과일코너 곳곳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업해 과일 할인을 지원한다는 문구가 곳곳에 붙어있었다. 사과 6~12개입 한 박스의 기존 가격은 2만8500원인데, 정부 할인 적용 시 1만9950원까지 할인가로 구매할 수 있다는 푯말도 눈에 띄었다.

인근 여의도의 한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에 가니 사과 가격이 더욱 비쌌다. 못난이 사과 5~6개입 제품 가격은 1만5000원이었다. 아침에 대형마트에서 본 1만4900원짜리와 개수는 같지만, 알이 약간 더 작은 상품이라, 비싸다는 체감도가 더 컸다. 주부들도 쉽사리 장바구니에 담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예쁘게 생긴 최상급 배 2개가 한 팩에 담긴 제품의 가격은 무려 2만3000원이었다. 배 1개당 가격이 1만1500원인 셈이다. 알이 작고 다소 못생긴 배 3개가 든 한 봉지 가격도 1만3000원으로, 1개당 4000원을 넘길 정도니 ‘배꼽보다 큰 배’라는 어설픈 농담이 절로 나왔다. 이날 백화점에서 만난 판매원은 과일 코너를 고객들에게 “최고 당도”라며 3kg 1상자에 4만9500원에 달하는 감귤을 추천했지만, 이에 호응하며 손길을 내미는 고객은 거의 없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를 봐도, 국산 과일 가격은 설을 앞두고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15일 기준 사과(후지) 10개당 가격은 2만5916원으로, 앞서 9일에는 2만9476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평년 이 기간 사과 10개당 가격은 2만4000원이다. 같은 날 배 가격도 3만1442원을 기록했다. 1년 전 2만8088원과 비교하면 11.9% 비싼 수준이다.

▲서울 시내 한 백화점 지하 식품 매장에서 진열된 귤. (김지영 기자 kjy42@)

국산 과일 가격이 이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것은 지난해 ‘이상 기후’가 여름 가을까지 이어지면서 작황이 좋지 않아 생산량 자체가 줄어든 탓이 가장 크다. 제사상에 올리는 대표 과일인 사과와 배의 지난해 생산량은 전년 대비 각각 30.3%, 26.8% 줄었다.

국산 과일 가격이 계속 오르자, 샤인머스켓이나 애플망고 등 수입산 과일로 설 선물이나 제사상 구색을 갖추려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가락시장에서 청과 도매업을 하는 이혜옥(59) 씨는 “평소라면 설을 앞두고 창고 과일을 많이 풀기 때문에 국산 과일 가격이 약간 내려가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는 생산량 자체가 적어 설 명절 이후까지 가격 오름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사과와 배, 귤, 딸기 할 것 없이 국산 과일 전 품목이 비싸, 수입산 과일을 찾는 손님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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