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스타일’ 허무는 IT기업…규제 리스크에 ‘법무·준법’ 최전방으로

입력 2024-01-16 05:00수정 2024-01-3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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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플법ㆍ문산법ㆍ포털뉴스 개혁…전방위적 규제, 대응 전략 풀이

ICT(정보통신기술)업계에 법률 전문가 출신 최고경영자(CEO)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ICT업계에 퍼지는 확률형아이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문화산업공정유통법(문산법), 포털뉴스 개혁 등 전방위적 규제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ICT 업계는 규제 리스크에 대응하고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법률 전문가의 영입을 통한 인적 개편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벤처 신화로 불리는 ICT업계는 초기 1세대 개발자 출신 CEO가 사업 전면에 나서 경영을 진두지휘했지만 최근에는 창업자가 사업 일선에 뛰어드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대신 신사업을 주도할 ICT 전문가와 법률, 정책, 리스크 대응 법률 전문가 중심의 투톱 체제를 택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게임업계다. 게임업계는 올해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게임법 개정안)뿐만 아니라 메타버스 게임산업법, 웹보드 게임 일몰 등 각종 규제 시행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중국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을 겨냥한 고강도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확률형 아이템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온 국내 게임사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게임업계는 일제히 구원투수로 법률 전문가를 택하며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넷마블은 3일 신임 각자 대표에 경영기획 담당 임원인 김병규 부사장을 승진 내정했다. 김 대표 내정자는 권영식 사업총괄 사장과 함께 각자 대표의 역할을 맡는다. 전략기획통으로 꼽히는 김 내정자는 법무, 정책, 해외 계열사 관리에 집중하고 권 대표가 게임 사업 전반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타 게임사와 달리 엔씨소프트는 창업자인 김택진 대표와 김 대표의 동생인 김택헌 최고퍼블리싱책임자(CPO), 부인 윤송이 최고전략책임자(CSO) 등이 주도적으로 게임 개발부터 사업 전반을 지휘했다. 하지만 기대작 ‘TL’의 흥행 부진과 계정 탈취 등 연이어 터지는 악재에 엔씨는 가족경영 체제를 버리고 경영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씨는 창사 이래 최초로 법조계 출신 전문경영인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공동대표로 영입하고 기획조정·법무 등을 담당하는 CEO 직속 조직을 신설하며 경영 효율화에 속도를 낸다.

시세조종 의혹으로 사법리스크에 직면한 카카오도 ‘준법과신뢰위원회’를 설립하고 초대 위원장에 김소영 전 대법관을 임명하며 리스크 대응에 총력이다. 김 위원장은 문제가 되고 있는 공정거래법 위반, 시장 독과점, 이용자 이익 저해, 최고경영진의 준법 의무 위반 등 계열사의 경영 실태를 점검하고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역할을 한다.

네이버도 인수합병(M&A)과 기업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한 법률 전문가 출신 최수연 대표가 이끌고 있다. 최 대표는 포시마크 등 굵직한 M&A를 주도하는 동시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인해 불거진 AI의 뉴스 데이터 저작권 문제, 뉴스 알고리즘 공정성 이슈 등을 직접 챙기고 있다.

통신업계도 사법 리스크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법조인 출신 모시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KT는 법무실장으로 검사 출신 변호사인 이용복 부사장을 영입한 데 이어 감사실장(전무)에 ‘특수통 검사’ 출신인 추의정 변호사와 컴플라이언스추진실장(상무)에 검사 출신인 허태원 변호사를 임명했다.

IT업계 관계자는 “기업 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부의 기조에 따라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혁신’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법률 전문가의 역할이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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