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승만 4번 ‘아시안컵’, 이번엔 다르다…문제는 일본도 ‘역대 최강’ [이슈크래커]

입력 2024-01-0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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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17일 오후 경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경기, 손흥민과 이강인이 프리킥 준비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축구대표팀이 64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합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3일(현지시간) 오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는데요. 클린스만호는 먼저 아부다비에서 6일 이라크와 최종 평가전을 치르고 10일 경기가 열리는 카타르에 입성할 예정입니다.

클린스만호의 승리에 대한 의지는 남다른 상황입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출국에 앞서 서울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환송식에서 “꼭 64년 만에 국민 여러분과 아시안컵을 들어 올리도록 준비하겠다”며 “6주 뒤 좋은 모습과 성적으로 뵙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선수들도 “아시안컵 목표는 우승”이라며 투지를 다지고 있는데요. 이번 대표팀은 아시안컵 도전 역사상 최강의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에 기대와 응원도 커지고 있죠. 문제는 우승까지 가장 큰 관문으로 꼽히는 일본도 역대 최강 라인업을 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겁니다. 이번 아시안컵 일정부터 양 팀 전력까지 분석해봤습니다.

▲파리 생제르맹(PSG)의 이강인이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23 트로페 데 샹피옹(프랑스 슈퍼컵) 툴루즈와의 경기 전반 3분 선제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이강인은 선제 결승골로 PSG의 2-0 승리와 슈퍼컵 우승을 이끌며 MVP에도 선정됐다. 프랑스 슈퍼컵은 같은 시즌 프랑스 리그1 챔피언과 쿠프 드 프랑스(프랑스컵) 우승팀이 단판 승부로 우승을 가리는 대회다. (신화/뉴시스)
해외파 모이며 ‘완전체’ 꾸렸다…이라크와 최종 모의고사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달 26일부터 국내파 선수들을 먼저 소집했습니다. 이들은 실내 훈련 위주로 체력 단련에 힘썼는데요. 유럽에서 연말 소속팀 일정을 소화한 해외파 선수들은 3일 아부다비 캠프에 곧바로 합류했습니다.

손흥민(토트넘)부터 황희찬(울버햄프턴)·오현규·양현준(이상 셀틱) 등이 영국에서 경기를 마치고 아부다비에서 훈련에 참여했습니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PSG)은 A매치 소집 규정에 따라 2일 소속팀을 떠나 아부다비 캠프에 합류해야 했지만, 클린스만 감독과 대한축구협회의 동의를 받고 PSG의 프랑스 슈퍼컵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이강인은 4일 툴루즈와의 2023 트로페 데 샹피온(프랑스 슈퍼컵)에서 경기 시작 3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고, 전반 44분 킬리안 음바페의 추가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습니다. PSG 입단 이후 첫 우승을 달성한 데다가 경기 최우수 선수(MOM) 트로피까지 거머쥐며 상쾌한 새해를 맞이한 이강인은 5일 오전 대표팀 캠프가 차려진 두바이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선수단은 이날 26인의 ‘완전체’로 훈련에 돌입할 예정이죠.

대표팀은 6일 아부다비의 뉴욕대 아부다비 스타디움에서 이라크와 평가전을 가집니다. 이 경기는 아시안컵에서 마주할 중동 팀을 대비하는 취지에서 마련됐습니다.

우리나라는 1960년 제2회 대회 이후 아시안컵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습니다. 상당수 대회에서 중동팀에 발목을 잡히며 4번이나 결승전에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죠. 당장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체제로 출전한 2019년 대회에서도 한국은 카타르에 패하며 8강에서 짐을 싼 바 있습니다. 이번 이라크와의 평가전은 아시안컵을 앞두고 치르는 최종 모의고사인 셈입니다. 이라크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3위로 한국(23위)보다 낮습니다. 역대 전적에선 22차례 만나 한국이 8승12무2패로 앞서죠.

10일엔 결전지인 카타르로 이동,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에 속한 대표팀은 15일 바레인(86위), 20일 요르단(87위), 25일 말레이시아(130위)와 차례로 격돌하는데요. 우승 열의를 다지는 클린스만호의 목표는 우선 ‘조 1위’입니다.

▲왼쪽부터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뉴시스)
아시안컵 대표팀, 역대 최강인 이유…유럽파 최다 출전

64년 만에 우승하겠다는 클린스만 감독은 정예를 모두 불러들였습니다. 선수 26명 중 12명이 유럽파 선수들인데요. 손흥민을 비롯해 오현규, 조규성(미트윌란), 양현준, 이강인, 이재성(마인츠), 정우영(슈투트가르트), 황인범(즈베즈다), 황희찬, 홍현석(KAA헨트), 김민재(바이에른 헨), 김지수(브렌트퍼드)가 발탁됐습니다.

역대 아시안컵 선수 명단 가운데 유럽파가 가장 많습니다. 유럽파 선수 숫자는 2000년 레바논 대회(1명)와 2004년 중국 대회(4명), 2007년 동남아 4개국 대회(3명), 2011년 카타르 대회(6명), 2015년 호주 대회(4명) 등으로 큰 차이가 납니다. 2019 아랍에미리트 대회 때는 손흥민과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기성용(뉴캐슬),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이재성(홀슈타인 킬), 황희찬(함부르크), 이청용(보훔) 등 7명이 유럽파였죠.

소속팀 위상도 달라졌습니다. 김민재와 이강인은 각각 독일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가장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프로축구 리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고 있는 데다가, 득점 순위 명단에서도 상단에 올라가 있죠.

전력은 숫자에서도 드러납니다. 유럽 축구 통계 매체 트랜스퍼마크트에 따르면 한국 대표팀의 몸값(이적료) 총액은 1억8800만 유로(약 2697억 원)입니다. 종전 최고 몸값인 2019년 UAE 대회의 1억 3465만 유로(약 1931억 원)를 훌쩍 뛰어넘은 금액인데요. 이렇다 보니 역대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가 이어집니다.

▲미토마 카오루. (AP/뉴시스)
문제는 ‘최강 전력’ 일본…결승서 마주칠까

문제는 일본이 꾸린 라인업도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겁니다. 일본축구협회가 1일 발표한 최종 엔트리에는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와 엔도 와타루(리버풀), 도미야스 다케히로(아스널), 나카야마 유타(허더즈필드 타운)까지 EPL에서 뛰는 선수만 4명이고,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 독일 분데스리가의 아사노 타쿠마(보훔), 도안 리츠(프라이부르크), 이토 히로키(슈투트가르트), 이타쿠라 고(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도 포함됐습니다.

이 외에도 프랑스 리그1 소속 이토 준야, 나카무라 케이토(이상 랭스), 미나미노 다쿠미(AS모나코), 네덜란드의 우에다 아야세(페예노르트), 스가와라 유키나리(알크마르)의 이름도 올랐죠.

엔트리 26명 중 무려 20명이 유럽파입니다. 숫자만 보면 ‘탈아시아급’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데요. 특히 수비진은 주전 전원이 유럽파입니다.

일본 대표팀은 몸값에서도 앞섭니다. 트랜스퍼마크트에 따르면 일본 대표팀의 몸값 총액은 2억5460만 유로(약 3651억 원)인데요. 이는 아시아 전체를 따졌을 때도 가장 높은 몸값입니다.

최근 상승세도 무섭습니다. 일본은 FIFA 랭킹에서 아시아 최고인 17위를 기록하고 있고요. 최근 A매치에서는 9연승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독일을 4-2로 꺾었고, 1일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치른 출정식에선 태국을 5-0으로 격파했죠.

대진을 살펴보면 한국과 일본은 16강 이후로 만날 전망입니다. 일본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이라크와 함께 D조에 편성됐는데요. 이변이 없는 한 한국과 일본 모두 조 1위가 유력합니다. 한국과 일본이 모두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다면 양 팀은 결승에서 만나게 되는데요. 아직 예선조차 시작되지 않은 시점에 결승전을 거론하는 게 이르긴 하지만, 한일전이 결승에서 성사될 가능성에 축구팬들의 관심도 커지는 상황이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2일 오후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출정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이름값 ‘역대 최강’인 클린스만호…64년 만에 트로피 드나

이렇다 보니 외신이 아시안컵 우승 국가를 전망할 때 한국보단 일본이 먼저 호명되고 있기도 한데요. 다만 우리나라가 밀린다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이른바 ‘월드클래스’ 선수만 놓고 보면 한국 대표팀의 라인업이 더 화려합니다. 토트넘 ‘캡틴’ 손흥민은 아시안컵 개막을 앞두고 정규리그 12호 골을 터뜨리는 등 ‘골 몰이’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그는 새해 첫날 기록한 리그 12호골로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 도미닉 솔란케(본머스)와 함께 EPL 득점 공동 2위에 랭크됐습니다. 득점 선두 엘링 홀란(맨시티·14골)과는 2골 차입니다.

황희찬은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BBC 이주의 팀’에 뽑히기도 했습니다. 영국 BBC는 “황희찬은 울브스에서 단일 시즌에 프리미어리그 10골 이상 넣은 3번째 선수가 됐다”고 설명했는데요. 지금껏 울버햄프턴 소속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 10골 이상 터뜨린 선수는 스티븐 플레처와 라울 히메네스 단 두 명뿐이었는데, 황희찬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죠.

여기에 이미 대표팀 차세대 에이스로 거듭난 이강인, 세계 최고의 수비수라는 평가를 받는 김민재,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득점왕 정우영, 덴마크 리그 득점 랭킹 3위로 전반기 베스트 11 공격수에 선정된 조규성 등도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시안컵에 임하는 자세가 확연히 다릅니다. 이강인과 절친한 사이인 구보의 발언에서 이를 체감할 수 있는데요. 구보는 최근 2023-24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9라운드 알라베스와 경기를 마친 뒤 스페인 매체 문도 데포르티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안컵이 리그 중에 개최되는 것은 유감이다. 나에게 돈을 주는 팀은 레알 소시에다드”라며 “하지만 이러한 토너먼트에는 참가할 의무가 있다. 강제로 갈 수밖에 없다”고 아시안컵 참가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근 그는 경기 중 갈비뼈 부상을 당한 터라 시즌 중 대표팀에 소집되는 게 더욱 불만족스러울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대표팀 핵심 수비수 도미야스도 “아시안컵을 왜 1월에 하는지 모르겠다. 선수에게 좋지 않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아시안컵 참가에 대해 한국과 일본의 온도 차가 사뭇 다른 상황. 역대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는 클린스만호가 65년 만에 아시안컵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지 기대가 쏠리는데요.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은 13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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