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완화 후 대기자금 1년6개월만 ‘최대’…개미 이차전지 몰렸다

입력 2024-01-0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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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 59조4949억 원으로 늘어
정부 지난달 21일 양도세 대주주 기준 50억 이상으로 완화
개인 투자자,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 등 이차전지 폭풍매수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정부의 양도세 부과 기준 완화 조치 후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대기 자금이 급증하고 있다. 7거래일 만에 2022년 6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차전지 종목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장내파생상품 거래예수금제외)은 59조4949억 원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양도세 부과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한 지난해 12월 21일 이후 7거래일 만에 약 7조6000억 원가량 늘었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해 12월 20일 52조7537억 원과 비교해선 하루 만에 12.8%(6조7412)가량 늘었다. 범위를 넓혀보면 2022년 6월 2일(61조6321억 원)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1일 양도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기존 10억 원 이상에서 50억 원 이상으로 완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두거나 주식 매매 이후 보관 중인 대기성 자금을 말한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해 12월 초 47조 원대까지 떨어진 후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가파른 상승폭을 감안하면 60조 원을 곧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선 정부가 양도세 완화에 이어 금투세 폐지도 추진하면서 대기성 자금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긍정적일 거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도입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시차가 발생할 거란 예측도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금을 깎아 주는 것이기 때문에 부유층들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주식에 대한 매력이 조금 더 생기기 때문에 분명히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다만 소득세법이 국회 통과를 해야 하는 만큼 통과 시점이 올해 하반기나 되면 효과는 내년에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양도세 완화 조치 후 개인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차전지 관련 종목에 쏠렸다. 정부의 양도세 완화로 연말 세금 회피성 물량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자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이차전지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에 개인 투자자들은 DS단석을 3025억 원 순매수하며 가장 많이 사들였다. 폐자원의 재자원화 전문 기업인 DS단석은 지난해 마지막 공모주로, 상장 첫날인 지난해 12월 22일 공모가 대비 300%가 급등한 바 있다.

아울러 투자자들은 에코프로(1744억 원), 에코프로비엠(1290억 원), 삼성SDI(761억 원), LG에너지솔루션(736억 원), 금양(653억 원), POSCO홀딩스(515억 원) 등 양도세 완화 조치 후 이차전지 관련 종목들을 폭풍 매수했다.

SK하이닉스(2147억 원), HPSP(822억 원) 등 올해 수요 회복 사이클 기대감이 커진 반도체 종목도 대거 장바구니에 담았다. 올해 전망이 유망한 제약·바이오주 레고켐바이오(1009억 원)와 로봇주 두산로보틱스(812억 원)도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삼성전자(1조3628억 원)로 파악됐다. 이어 포스코DX(1993억 원), 셀트리온(1499억 원), 카카오(1232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972억 원) 등을 팔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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