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침체가 ‘기회’…투자 속도 높이는 삼성SDI

입력 2024-01-0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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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 투자 전략 폈던 삼성SDI
글로벌 수요 위축 영향 적어
스텔란티스 합작공장 조기 가동 검토

▲미국 내 삼성SDI 합작법인 현황 (제공=삼성SDI)

전방산업인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도 외연 확장 대신 내실을 다지는 분위기다. 반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해온 삼성SDI는 현 상황을 기회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합작한 미국 배터리 공장의 가동 시점을 당초 계획한 2025년 1분기보다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와 스텔란티스 합작법인(JV)인 스타플러스에너지는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연산 33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스타플러스에너지 1공장은 빠르면 연내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안에 1공장 가동이 시작되면 삼성SDI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수혜를 받을 수 있다.

IRA는 미국에서 생산, 판매된 배터리 셀과 모듈에 킬로와트시(kWh)당 각각 35달러, 10달러의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현지에서 공장을 가동 중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지난해 1~3분기에만 각각 4267억 원, 3269억 원의 첨단 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받았다.

일찌감치 해외에 진출해 공격적 투자를 펼쳤던 경쟁사들과 달리 삼성SDI는 투자 속도나 규모 면에서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신 ‘P5’(5세대 각형 배터리) 등 프리미엄 라인을 앞세워 수익성 확보에 주력했다.

전기차·배터리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투자 계획을 축소하면서 배터리 기업들도 타격을 입었다. SK온은 포드와 합작한 켄터키 2공장 가동 계획을 연기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튀르키예에 짓기로 한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취소했다.

상대적으로 해외 투자 규모가 크지 않았던 삼성SDI는 이 같은 분위기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스타플러스 에너지 2공장을 비롯해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공장 설립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삼성SDI의 증설 전략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수장을 교체한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달리 최윤호 사장 체제를 유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삼성SDI의 설비투자(CAPEX)가 5조 원 안팎에 이르며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신설한 ‘ASB사업화추진팀’을 중심으로 전고체 배터리 사업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P6’(6세대 각형 배터리)와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등 제품 다각화 전략도 편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우수 인재 확보와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 확대 등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도록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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