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에 건설업계 '초긴장'

입력 2023-12-2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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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이 위치한 태영빌딩 로비의 모습. (연합뉴스)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넘어서지 못하고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건설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시공능력평가 16위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은 자금조달 여건 악화와 다른 건설사들로의 위기 확산, 하도급사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28일 태영건설은 개발사업 PF 우발채무에서 촉발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으로부터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부실징후기업 통보를 받아 워크아웃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태영건설은 부동산 PF 채무가 과도하다는 점에서 위기설이 지속됐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3분기 말 기준 부동산 PF 보증 잔액은 4조4100억 원이고 이 가운데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위한 대출 보증액을 제외한 순수 부동산 개발 PF 잔액은 3조2000억원이다. 이중 재원을 확보하지 못해 미착공 상태인 현장이 절반이 넘는다. 부채비율은 3분기 말 기준 478.7%로 시평 35위 내 건설사 중 가장 높다.

현실화할 수 있는 PF 우발채무는 1조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태영건설의 11월 말 기준 미착공 또는 분양예정 단계의 우발채무가 2조 원이고 이중 상대적인 위험성이 높은 광역시, 기타지방 소재 우발채무는 1조 원이라고 분석했다. 우발채무는 일정 조건이 되면 실제로 떠안아야 하는 빚이 된다.

PF 우발채무와 지방 사업의 어려움은 태영건설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란 점에서 건설업계의 우려가 크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방은 시장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전반적으로 사업 진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업계 20위권 내에 있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은 중견·중소건설사 상당수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란 의미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기업평가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건설사 PF 우발채무 규모는 22조8000억 원으로 작년 6월보다 29% 늘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건설사의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의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확인해준 셈이라 금융권이나 자본시장의 시각이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고 자금조달 여건은 그만큼 나빠질 수 있다"며 "이는 가뜩이나 건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여건을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종합건설사보다 몸집이 작고 자금 여력이 부족한 하도급 업체들은 줄줄이 문을 닫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청인 시공사의 워크아웃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돈이 돌지 않으면 자금난을 버티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폐업하는 곳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도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관련 대응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협회 관계자는 "하도급사들은 아무래도 자금 여력이나 운용 여건이 빡빡해 공사중단이나 지연 등에 따른 충격이 클 수밖에 없어 계속 상황을 주시하면서 회원사의 현재 상황을 확인하는 중"이라며 "현황 파악이 마무리되는 대로 전담반을 통해 공사비를 못 받는 일 등이 없도록 최대한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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