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 ‘사회적 낙인’ 그만…재활·사회 복귀 인프라 시급

입력 2023-12-2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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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사범 재범률 36.6%…“이해와 기다림 필요해”

▲(왼쪽부터)천기홍 법무법인 와이케이 대표변호사, 조현섭 총신대학교 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 이향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본부장 (한성주 기자 hsj@)

“마약 중독자는 치료와 교육이 필요한 '환자'로 봐야 합니다.”

마약류 중독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치료·재활 인프라를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마약류 오남용 사례가 급증하고 있지만, 중독자를 치료할 시설과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중독자를 낙인찍고 고립시키는 사회적 분위기도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국회의원회관 제3 세미나실에서 ‘마약 없는 안전한 사회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법무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한약사회 등과 마약류 중독 예방 및 재활치료 방안을 논의했다.

마약류 중독자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중독치료 인프라는 충분치 않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마약류 검거 인원은 1만7152명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많다. 지난해 1만2387명과 비교하면 38.5% 증가한 규모다. 10∼30대 청년층의 비중이 57.6%(9873명)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10대는 1025명이 검거돼 지난해(294명)의 3배 이상 증가했다.

천기홍 법무법인 와이케이 대표변호사는 “마약류 사범의 재범률은 36.6%에 달해 형사범죄 중 가장 높다”라며 “수사기관 강화와 적발에 집중하고 있어 재활 체계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천 변호사는 대검찰청 마약과장을 지냈다.

마약류 중독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은 부족한 상황이다.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된 의료기관은 전국에 총 21곳이다. 이 중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국립부곡병원과 인천참사랑병원으로, 최근 5년간 전체 치료보호 실적의 97%가 2개 기관에 몰렸다.

천 변호사는 “마약류 중독은 치료비가 높아 국가 예산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라며 “서울 지역에 지정된 한 병원에서는 5억 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해 병원 측이 치료보호기관 지정을 자진 철회한 사례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운영하는 마약류 중독재활센터는 현재 서울, 부산, 대전 등 3곳에 설치돼 있다. 원래 서울과 부산 2곳뿐이었지만, 올해 7월 대전까지 확대해 충청권을 담당하게 됐다. 식약처는 중독재활센터를 내년 전국 17개 시도로 확대‧설치할 계획이다.

이향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본부장은 “센터를 많이 만든다고 재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라며 “중독자들이 센터를 어떻게 방문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센터에서 누가 중독자들을 상담하고 교육을 이끌어나갈 것인지도 아직은 준비 단계”라고 덧붙였다.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 마약류 투약 경험이 알려지면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적 낙인이 찍힌다는 지적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중독자가 재활과 사회 복귀를 포기하게 한다.

이 본부장은 “재활은 어렵지만, 분명 가능하다”라며 “현재 우리 사회는 마약 중독자로 한 번 낙인 찍히면 사회적으로 모든 것을 잃고 단절되는 분위기”라며 “재활 중 다시 약에 손을 대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를 두고 치료할 수 없다고 단정 짓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독자에 대한 이해와 기다림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조현섭 총신대학교 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는 “중독 분야에서 ‘끊었다’는 말은 죽었다는 의미와 같다”라며 “중독 치료는 '회복’의 과정이기 때문에 성공과 실패를 가를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식약처는 마약예방재활팀을 조직해 예방·재활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마약류 예방과 관리강화를 위한 내년 예산은 총 414억 원 배정했다.

권대근 식약처 마약예방재활팀장은 “그간 마약류 예방과 재활에 관한 관심이 부족했다가 작년부터 강조되기 시작했다”라며 “예방·재활 교육 자료 제작과 강사 양성,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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