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페치 삼킨 ‘유통 공룡’ 쿠팡…백화점·면세점 “나 떨고 있니?”

입력 2023-12-26 05: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쿠팡의 강력한 물류망ㆍ파페치 높은 신뢰도 시너지 기대

배송일수 기존 3~5일→단 하루 만에 배송 가능
가품 리스크 없어 신뢰도UP…육안 확인 못해 단점
백화점ㆍ면세점, 명품 브랜드 ‘로켓배송’ 예의주시

▲2018년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당시 건물 외관에 부착된 파페치 로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국내 최대 이커머스 쿠팡의 모기업 쿠팡Inc가 세계 최대 규모의 명품 플랫폼 ‘파페치(Farfetch)’를 인수하자, 전통적인 명품 판매채널인 백화점과 면세점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파페치가 다년간 쌓아온 명품 유통채널의 신뢰성과 쿠팡의 강력한 물류 서비스가 합쳐질 경우, 상상 그 이상의 시너지가 발휘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자사의 강력한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파페치에 적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로켓배송은 고객이 주문한 당일 혹은 늦어도 다음날 배송이 완료되는 만큼, 그동안 명품 매장에서 소위 ‘오픈 런’ 전쟁을 벌여야 했던 소비자에겐 매력적인 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파페치로 주문한 한국 거주 고객은 주문한 명품을 받아보기까지 최소 3~5일은 걸렸다. 하지만 파페치에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가 적용될 경우, 소비자들은 명품을 단 하루 만에 받아볼 수 있게 된다. 앞서 쿠팡은 애플과 제휴를 맺고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신제품을 한국 소비자가 사전예약 할 경우, 정식판매 당일 새벽에 받아보는 서비스를 제공해 애플 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왔다. 이커머스 업계는 쿠팡이 파페치를 인수함으로써, 명품 소비층에 또 한 번 ‘애플 효과’를 일으킬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 명품의 로켓배송이 이뤄질 경우, 가장 긴장해야 하는 곳은 백화점이란 게 유통업계의 중론이다. 다수의 명품 판매 채널 중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백화점이나, 잦은 품절 사태로 인해 소비자의 속을 태웠던 곳이기도 하다. 또한 면세혜택을 강점으로 내세운 국내 주요 면세점도 쿠팡의 파페치 인수 후 행보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백화점과 면세점 업계의 긴장감은 파페치의 독보적인 신뢰성에 기인한다. 여타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이 ‘가품 리스크’를 가진 반면 파페치는 17년의 업력을 바탕으로 명품 브랜드 정식 판권을 확보해 소비자 신뢰를 탄탄히 구축하고 있다.

파페치는 포르투갈의 사업가 주제 네베스가 2007년 영국에서 창업, 명품업체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각광을 받았다. 샤넬·루이비통·입생로랑 등 글로벌 명품 전문 부티크와 백화점 매장 등이 입점해 있고, 50개국에서 만든 글로벌 최고 명품 브랜드 1400개로 미국ㆍ영국을 비롯해 전 세계 190개국 소비자들을 연결했다. 급속한 성장세에 힘입어 2018년 뉴욕 증시에도 상장됐다. 하지만 이번 쿠팡의 인수로 비상장회사로 전환된다.

백화점 업계는 긴장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오프라인 매장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백화점 A사 관계자는 “지갑, 소품, 스카프, 구두, 액세서리 등은 파페치를 이용할 고객이 늘 수도 있다”면서도 “고가 명품의 특성상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는 고객 욕구가 여전해, 당장 업계 판도가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면세점 B사 관계자도 “쿠팡이 명품 유통을 어떻게 할지 더 지켜볼 일”이라면서도 “면세점의 주요 고객층은 내국인 보다 외국인이라, 환율 문제가 더 복병”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럼에도 이커머스 업계는 쿠팡의 파페치 인수를 긍정적으로 본다. 육안으로 명품을 확인할 수 없다는 단점은 있어도, 파페치의 신뢰성을 기반으로 할 때 ‘헛걸음’ 가능성도 없기 때문이다. 백화점은 직접 매장을 찾아도 원하는 상품은 품절인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파페치는 미리 재고 확인이 가능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쿠팡은 현재로선 파페치의 자사의 로켓 배송을 어떤 방식으로, 언제 적용할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현재 쿠팡이 운영 중인 럭셔리 뷰티 브랜드 전용관, ‘로켓 럭셔리’처럼, 명품 유통을 위해 별도 전용관이나 별도의 특별배송 정책을 적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김범석 쿠팡Inc 창업자 겸 CEO는 파페치 인수를 발표하며 “파페치는 명품 분야의 랜드마크 기업으로 온라인 럭셔리가 명품 리테일의 미래임을 보여주는 변혁의 주체”라며 “앞으로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브랜드에 대한 고품격 경험을 제공하는데 다시 한 번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명품을 구매하는 고객의 경험을 새롭게 정의하는 일에 엄청난 기회를 맞이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새로운 명품 서비스를 예고했다.

▲김범석 쿠팡Inc 창업자 겸 CEO가 2021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