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민사소송은 부담되는데”…사기로 잃은 돈, 형사소송서 돌려받을 수 있을까?

입력 2023-12-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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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에서 재산 피해를 회복할 수 있을까

김세화 법무법인(유한) 동인 변호사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친구가 저에게 함께 사업을 하자며 투자를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믿고 투자를 했는데 알고 보니 실체도 없는 사업이었고 제 돈은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저는 2년 전 이 친구에게 사기죄로 고소를 했고 현재 친구의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돈을 다시 돌려받아야 하는데, 제가 지금 당장 여력이 없어 민사소송은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재산 피해를 회복할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민사소송을 제기해야합니다. 하지만 수년 씩 진행되는 형사 절차가 마무리되기를 기다리거나 민사소송에 드는 추가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김세화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가 형사소송 과정에서 피해 입은 재산을 돌려받는 절차를 친절하게 설명해드립니다. 이 제도라면 피고인의 재산을 강제집행할 수도 있습니다.

Q. 형사재판에서 피해 입은 재산을 돌려받을 수도 있나요?

A.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에 규정돼 있는 배상명령제도를 활용하면 가능합니다. 피고인의 범죄행위로 인해 경제적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별도의 민사소송을 거치지 않고 피고인의 형사재판을 통해 신속하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배상명령은 민사소송에서 요구되는 인지대 등의 비용이 들지 않고 형사재판의 선고와 함께 결정됩니다. 그래서 비교적 신속하게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Q. 배상명령을 받을 수 있는 사건이 정해져 있나요?

A. 배상명령은 △형법상 상해죄 등 폭력범죄, 강간 및 추행 등 성범죄, 절도·강도·사기·횡령·배임 등 재산범죄와, 위 죄들에 대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가중처벌죄와 그 죄의 미수죄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죄 등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상의 범죄 △아동·청소년 매매행위죄 등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상의 범죄에 대해 유죄판결을 선고하는 경우 내려질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피고인과 범죄피해자 사이에 합의된 손해배상액이 있다면 해당 형사사건에서 배상명령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기 사건에서도 형사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배상명령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A. 제1심 또는 제2심 공판의 변론이 종결될 때까지 사건이 계속된 법원에 배상신청서, 상대방 피고인 수만큼의 배상신청서 부본 및 필요한 증거서류를 제출해 피해배상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법원은 직권 또는 범죄피해자나 그 상속인의 신청에 따라 배상명령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배상명령을 할 수 있습니다.

Q. 제가 그 친구로부터 사기를 당한 총액이 3000만 원입니다. 그런데 친구는 ‘한 푼도 편취한 적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주장이 엇갈려도 배상명령이 가능할까요?

A. 배상명령을 할 수 없습니다. 피고인이 편취 금액에 대해 다투고 있다면 방어권 보장을 위해 민사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합니다(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제3항).

▲서울중앙지법 (이투데이DB)

Q. 만약 법원에서 배상명령을 내리게 되면 어떤 효력이 생기나요?

A. 확정된 배상명령 또는 가집행선고가 있는 배상명령이 기재된 유죄판결서의 정본은 ‘민사집행법’에 따른 강제집행에 관해서 집행력 있는 민사판결 정본과 동일한 효력이 있습니다(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4조 제1항).

따라서 피해자는 형사판결문에 따라 피고인의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피해자는 친구인 피고인에 대해 인용된 배상명령 금액을 별도의 민사소송 등 다른 절차를 통해 다시 청구할 수는 없습니다(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4조 제2항).

Q. 제가 친구에 대한 배상명령을 신청하면, 친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가 중단된다는 것일까요?

A. 불법행위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배상명령 신청으로 소멸시효가 중단되는지 직접 다룬 대법원 판결은 없으나, 피해자가 배상명령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소멸시효가 중단된다는 하급심 판결이 있습니다.

또, 배상명령을 신청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형사고소나 형사재판 개시만으로 소멸시효가 중단된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기 때문에 2년 전에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지금이라도 피고인에 배상명령을 신청한다면 소멸시효는 중단될 것으로 보입니다.

법률 자문 해주신 분…

▲ 김세화 법무법인(유한) 동인 변호사

김세화 변호사는 제5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한국거래소에서 근무하다가 2016년부터 법무법인(유한) 동인의 변호사(송무전략컨설팅팀)로 활동 중입니다. 주로 민·형사 소송과 수사단계 대응, 그리고 노동 및 회생·파산 분야를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중대재해처벌법 해설 및 사례’(공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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