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난민 부담 분배·문턱 높인 ‘신 이민 협약’ 합의…인권단체 “역사적 실패” 비판

입력 2023-12-2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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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부담 발생 시 분배 수용할지 돈 낼지 택일해야
입국 전 사전심사 절차 단일화·패스트트랙 심사 도입
인권단체 “유럽 우파에 대한 굴복…잔인한 시스템 만들 것”

▲독일 베를린 숲에서 순찰 중이던 경찰관이 폴란드에서 독일로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온 이민자 무리를 추적하며 무전기에 대고 말하고 있다. 베를린/AP연합뉴스
유럽연합(EU) 이 3년간의 협상 끝에 회원국 간 이민 및 난민 수용 부담을 한층 균등하게 분담해 유입을 억제하기 위핸 새로운 대책 ‘신 이민·난민 협약’에 합의했다.

20일(현지시간) 독일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EU 이사회 의장국인 스페인은 이날 유럽의회와 집행위위원회, 각국 정부 대표가 밤샘 협의 끝에 신 이민·난민 협정의 정치적 핵심 요소에 대한 타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개정된 협정에는 이민 심사 신속화, 수용소 설치, 망명 신청 기각자 강제 송환 신속화 등이 담겼다. 또 이민자가 몰리는 국가의 부담을 덜기 위해 일부를 다른 회원국으로 보내거나, 이를 거부하는 회원국에는 자금과 물자를 내게 하는 등 협력을 의무화하는 제도가 도입된다. 새로운 협약은 27개 회원국을 대표하는 유럽이사회와 유럽의회의 공식 채택을 받아 내년 6월 유럽 의회 선거까지 발효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로운 협정은 그리스, 이탈리아 등 아프리카와 중동 인접 국가에 난민 유입의 부담이 쏠리지 않도록 배분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행 제도는 이민·난민이 최초로 도착하는 국가가 신청을 받기 때문에 지중해변 EU 회원국의 부담이 컸고, 동유럽 국가들은 수용에 소극적이었다.

새 제도에서는 회원국 중 일부가 난민 유입에 대한 부담이 발생했을 때 다른 나라들은 난민을 나눠 수용할지, 아니면 EU 기금에 자금을 낼지를 선택해야 한다. 난민을 거부할 때 돈 대신 본국에 물품을 대거나 인프라를 건설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수용 난민 수는 연간 3만 명, 기부금은 두당 2만 유로(약 2857만 원) 수준에서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입국 전 사전 심사 절차를 단일화하고 패스트트랙 심사를 도입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입국 전 난민 신청자의 기본적인 신원을 빠르게 확인하고 수집도록 했으며, 생체 정보 저장 데이터베이스 ‘유로닥’ 규정도 신청인 기반으로 개선했다. 상대적으로 난민 승인율이 낮은 국가 출신 난민은 최장 12주의 패스트트랙 심사를 적용, 국경에서 송환할지 말지를 판단하기로 했다.

이번 제도는 사실상 난민 수용을 엄격화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권단체들은 문제없는 이민자나 난민의 강제 송환이 늘어나거나, 인종이나 피부색에 따라 범죄 연루를 의심하는 ‘인종 프로파일링’이 만연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제엠네스타, 옥스팜, 카리타스, 세이브더칠드런 등 다수의 자선·인권단체는 “현실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잔인한 시스템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조 자선단체 씨워치는 “이날 결정으로 단 한 명의 생명도 구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 합의는 역사적 실패이며, 유럽 우익 정당에 대한 굴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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