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투자 1호’ 열매컴퍼니 김재욱 대표 “미술품 투자, 대중 접근성 높이겠다” [인터뷰]

입력 2023-12-20 16:06수정 2023-12-2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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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의 모습. (출처=열매컴퍼니)

“시작은 회계법인에 있을 당시 미술품 투자와 관련해서 썼던 마케팅 보고서였습니다.”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고액자산가들이나 기관 투자자만 접근할 수 있었던 자산에 대해 대중들도 접근할 수 있도록, 또 한국의 미술시장이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미술 금융 시장을 키우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열매컴퍼니가 제출한 투자계약증권 신고서를 승인하면서 본격적으로 조각투자 시대가 개막했다.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운영하는 열매컴퍼니는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1호 업체 타이틀을 달았다.

그림을 그리면 늘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김 대표는 고등학생 당시 그림에 푹 빠졌던 때를 회상했다. 그는 집안의 반대로 미술학교에 가려던 꿈을 접고 서울대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이후 삼정회계법인에 입사한 그가 대체 투자 자문 부서로 배치를 받았던 것은 훗날 인생의 항로를 뒤집는 사건이 됐다.

그는 이때의 경험을 통해 ‘미술품을 관람하고 즐기는 것뿐 아니라 투자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다’는 확신을 하게 됐다. 회계사에 이어 사모펀드 매니저, 간송미술관 운영팀장으로 이력을 넓히며 미술과 증권을 넘나들었던 경험은 2018년 국내 최초 미술품 조각투자 스타트업 열매컴퍼니의 창업으로 이어졌다. 열매컴퍼니는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운영 중이다. 아트앤가이드는 미술시장의 경기 변동을 예측, 미술품 공동구매와 직접 투자, 중개를 진행해 미술품과 투자자들을 잇는 다리 역할을 맡고 있다.

아트앤가이드가 그간 공동구매를 진행한 미술품은 총 168개, 이 중 125개의 매각이 이뤄졌다. 여기엔 김환기, 이우환, 박수근, 천경자, 쿠사마 야요이 등 국내외 유수 작가들의 작품들이 포함됐다. 4년간 누적 공동구매액 430억 원, 평균 수익률은 약 27%대다.

김 대표는 투자계약증권 1호 타이틀을 얻게 된 비결에 대해 ‘금융과 미술을 같이 경험하면서 미술품을 바라볼 때 투자를 목적이란 시각에서 바라볼 기회를 얻었던 점’을 꼽았다.

그는 “투자가 목적이면 안전성과 회수율, 수익성, 환금성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 이해가 높은 점이 도움됐던 것 같다”며 “미술 시장에 대한 거래 데이터들을 수집해 분석했던 작업도 컸다. 미술품 투자를 전문으로 데이터를 다루는 인재들을 계속해서 양성해왔다. 함께 데이터를 학습하고 클렌징하고 가격을 산정할 수 있는 로직을 만들었던 과정이 저희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열매컴퍼니의 강점으로는 플랫폼으로서 리스크를 좀 더 가져가는 점을 짚었다. 김 대표는 “저희는 모든 작품에 대해서 앞으로도 10%를 무조건 보유를 할 예정이다. 작품이 안 팔리고 증권을 보유하는 기간이 늘어질수록 회사가 가장 큰 손해를 입게 된다. 수수료만 받고 운영하는 곳들과 다른 점”이라며 “170점 가까운 작품 중에서 125점을 매각할 수 있었던 이유다. 데이터 기반 프로그램을 활용 미술품을 선정하고 투자한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투자 상품으로 다뤘던 작품 중 인상 깊었던 것으로는 김환기의 작품들을 꼽았다. 그는 “김환기 선생님만의 독특한 색감의 파란색 점화를 좋아한다”며 “그 색이 좋아하는 감동이 있더라. 점들의 번짐이 다른 모습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의 다른 점을 보여준다. 색감을 통해 마음이 치유 받는 감정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열매컴퍼니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그는 한국의 미술품 시장과 조각투자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가 통과되면서 투자계약증권에 대한 거래소를 만들 수 있는 법적인 기반이 마련됐다”며 “저희도 투자계약증권이 유통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해서 같이 시장을 만들어가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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