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신당…이낙연의 승부수, 野 분당 이끌까

입력 2023-12-1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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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연일 신당행보…1월 대국민 보고
합류 의원 전무…계파 불문 회의론 분출
공천 국면서 비주류 '탈당 러시' 관측도

▲<YONHAP PHOTO-3482> 질문에 답하는 이낙연 전 총리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1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삼육보건대에서 '대한민국 생존전략'을 주제로 강연한 뒤 나오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2.11 scoop@yna.co.kr/2023-12-11 10:48:40/<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신당 승부수'를 띄웠다. 이재명 대표 체제에선 정치적 미래가 어둡다고 보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가 교섭단체 요건인 의원 20명을 신당에 합류시키면 민주당은 사실상 분당 된다. '이낙연 신당'이 친명(친이재명)계는 물론 비명(비이재명)계 내에서도 분출하는 회의론을 뚫고 총선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이 전 대표는 14일 KBS라디오에서 신당 창당 로드맵에 대해 "아직 최종 발표는 아니지만 대한민국이 추락하고 있다"며 "이럴 때 국민께 희망을 드릴 수 있는 책임 있는 정치, 유능한 국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걸 다 하는 건 아니지만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국가에 봉사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1월 초에 국민께 이렇게 하고자 한다는 보고를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전날 SBS에서도 '진짜 창당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예"라고 답해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데 이어 의석 목표로 '원내 1당'을 거론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전 대표의 원외 조직 등 측근 그룹은 이미 창당 실무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의 신당 결심 배경에는 권리당원과 대의원의 전당대회 표 반영비율을 현행 60대 1에서 20대 1 미만으로 조정한 당헌 개정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당시 비명계는 개딸 등 강성 권리당원 영향력을 크게 높인 당헌 개정을 두고 "이재명 사당화"라고 비판한 바 있다. 야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장악한 지금 민주당 안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제 막 운을 띄운 단계지만, 이 전 대표의 신당 행보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한 의원이 현재까지 단 1명도 없는 것은 고민 지점이다.

이재명 체제를 비판해온 비명계 의원모임 '원칙과상식' 4인방(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은 물론 친낙(친이낙연)계 내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분출하는 것은 신당 동력을 더욱 약화하는 요소다. 친낙계 이병훈 의원은 전날(13일) 기자회견에서 "(이 전 대표의) 신당에 참여할 의사가 없고 반대한다"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YONHAP PHOTO-2271> '원칙과 상식', 민주당 혁신 제안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비주류 모임 '원칙과 상식' 의원들이 민주당 혁신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원욱, 김종민, 조응천, 윤영찬. 2023.12.14 uwg806@yna.co.kr/2023-12-14 09:52:49/<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조응천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목표가 1당이라는데 반이재명 기치만으로 1당은 어림도 없다"며 "과거 이낙연계 의원 중 좋게 말씀하시는 분도 별로 없다. 왜 저렇게 서두르나 싶다"고 지적했다.

이원욱 의원도 SBS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가 숨고르기 없이 갑자기 링에 뛰어들어 100미터를 질주하고 있다"며 "당황스럽다"고 했다.

원칙과상식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의 사퇴와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 4명은 지도부 판단 여하에 따라 불출마든 탈당·잔류든 공동행동을 하겠다는 데 공감대를 모았지만 이 전 대표 신당행은 논의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이 전 대표도 신당 주력 멤버와 관련한 질문엔 말을 아끼고 있다. 오히려 금태섭 전 의원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주도하는 새로운선택,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희망 등 제3지대 신당 그룹과의 연대에 대해선 "바람직하다"는 표현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친분 있는 의원들과 교감은 하시지만 머릿수를 채워 신당을 하겠다는 생각은 안 하시는 것으로 안다"며 "시간이 갈수록 함께 할 동지들이 늘어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직 본격적인 공천이 이뤄지기 전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이 전 대표의 신당은 이른바 '공천 학살'을 우려하는 비주류 의원의 주요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한규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경선에 참여하면 현행법상 탈당해서 출마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의원이나 원외 정치인 중 본인이 판단해 민주당 공천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면 그런(탈당) 분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전 대표가 이대로 주저앉아 백기투항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 신당은 기정사실이고 성공 여부를 가리는 일만 남았다"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연대하지 않는다면 비명계 중에 따라나갈 사람이 많다고 본다. 20명 정도 나가면 확실한 분당이 되고 그 이하로 나가면 그냥 탈당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며 "호남이 동조하거나 누군가 물꼬만 트면 (탈당이) 와르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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