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로펌 열전]① 대한변협 “청년변호사 해외진출 지원…내년 본격화”

입력 2023-12-15 06:00수정 2023-12-1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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辯-의뢰인 비밀유지권 법제화 추진…韓, 선진국 중 유일하게 없어

“젊은 변호사 수입 확대…법제 수출 적극 노력”

정부와 관계기구 출범 우선 협의
현지 합작법인 독자 설립도 검토

‘변호사 비밀유지권’ 법제화 추진
압수 불안감에 진실 말하기 부담

변호사법 개정안 국회통과 목표로
대관 맡을 산하 정무위원회 신설

올 한해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 수입 확대와 해외 진출, 우리 법제의 수출을 위해 적극 노력했다. 2월 제52대 김영훈(사법연수원 27기) 협회장 취임 이후 △대한변협 자체 개발 공공 법률플랫폼 ‘나의 변호사’ 상담기능 혁신 △국선 변호사 보수 개선 △청년 변호사 해외 진출 및 ‘나의 변호사’ 수출 △대법원장 후보자 추천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ige‧ACP) 법제화 추진과 국회 대관 업무 강화 등 크게 5가지 사업에 집중했다.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유지권은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해당하는 내용으로서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에서 비밀리 이뤄진 의사 교환과 같은 비밀 공개를 거부할 권리를 의미한다.

▲ 김영훈(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정재기(오른쪽)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김민호 대한변호사협회 제1공보이사가 14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 회관에서 진행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한 자리에 모여 ‘파이팅’ 자세를 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김 회장을 비롯해 정재기(연수원 41기) 부협회장과 김민호(변호사시험 3회) 제1공보이사까지 대한변협 집행부 주요 임원들을 14일 서울 서초동 변협회관 3층 회장 집무실에서 본지가 만났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대한변협은 해외 진출 기업을 위한 법률서비스를 담당함과 동시에 청년 변호사들이 실무를 통해 외국 법률업무를 익힐 수 있는 공적 기능을 전담할 기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내년부터 청년 변호사 해외 진출 지원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라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중소벤처기업부‧외교부 등 정부와 관계 기구 출범을 우선 협의하고, 여의치 않을 땐 독자적으로 합작 법무법인을 세우는 방안도 강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인도 델리는 법 개정으로 합작 법무법인 설립이 자유화된 상태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세계변호사협회(IBA) 연차총회를 국제이사‧제1법제이사와 함께 참석한 김 회장은 “해외에 진출한 대기업은 국내 대형 로펌을 통한 현지 법률서비스를 받지만, 협력업체 다수와 독자 진출한 중소기업은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대한변협이 청년 변호사가 해외로 뻗어나가게 돕겠다고 나선 이유다. 수출 중소‧중견기업이 목 말라하는 현지 법률서비스 수요와 실력 있는 젊은 법조인 공급을 대한변협이 중간 다리가 돼서 상호 매칭 하겠다는 전략이다.

▲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14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 회관 3층 회장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2026년 ‘로아시아 총회’ 유치 추진…아시아권 교류↑

대한변협은 대만‧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인도‧베트남‧캄보디아 등 아시아권 변호사 단체와 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다. 또한 협회 임원진이 직접 일본 법조인들을 만나는 등 다양한 나라의 법조 단체들과 협력 중이다. 특히 대한변협은 대표단을 꾸려 지난달 22일부터 29일까지 인도 뱅갈루루에서 열린 로아시아(아시아태평양 지역 법률가협회‧LAWASIA) 연차총회에 참가한 뒤 델리로 이동해 인도 법률시장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로아시아는 1966년 창설된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각국 개업 변호사, 판사, 검사, 법률학 교수 등 법률가들이 모인 순수한 비정치적 전문직 국제 법률가 기구다. 대한변협은 창립 멤버이자 이사회 회원 자격으로 매년 로아시아 총회는 물론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제36회 로아시아 연차총회에서 국제적인 위상 제고를 노린 대한변협은 2026년 로아시아 총회를 유치하고자 ‘코리안 나이트(Korean Night)’ 리셉션을 주최했다. 코리안 나이트는 150명이 넘는 외국인 손님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정 부협회장은 “코리안 나이트는 참가국 가운데 유일한 기획으로 초청장 보다 많은 귀빈이 찾아와 성황리에 열렸다”면서 “K-팝을 즐기는 국제 법률가 모습에서 ‘한류’(韓流)란 세계 흐름을 타고 한국 법조인의 해외 법률시장 도전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꼈다”라고 전했다.

이어 “인도 법률시장 상황, 주(駐)인도 한국기업, 교민 상황을 살피고 법적 지원 사항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델리 하이코트(법원), 인도 로펌 2곳, 벵갈루루‧델리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주인도 한국대사관을 방문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이번 인도 국외출장을 마치고 30일 오전 귀국했는데, 당일 오후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곧장 달려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제2차 회의에 참석할 만큼 연일 강행군하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 김영훈(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정재기(오른쪽)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김민호 대한변호사협회 제1공보이사가 14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 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對국회 업무 능한 회원’…정무委 위원 구성

아울러 ACP 국내 법제 도입에 공 들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변호사 비밀유지권 제도가 없는 유일한 국가다. 정 부협회장은 이날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유지권은 글로벌 스탠다드로 선진국 가운데 법제화되지 않은 곳은 거의 대한민국뿐이라 할 정도로 중차대한 문제”라며 “국제 업무를 수행하는 로펌들에게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현행법상 변호사가 국가기관 등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의뢰인의 비밀과 관련한 자료 제출이 강제되는 경우 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변호사 비밀유지권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부재한 실정이다. 때문에 법령 해석만으로는 변호사-의뢰인 특권 또는 그러한 취지의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을 보장받을 권리가 당연히 도출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 입장이다. 하지만 멀지 않은 대만 헌법재판소를 봐도 변호사 압수‧수색을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민호 공보이사는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 혹은 임의제출 형식을 취한 사실상의 강제 취득을 활용해 의뢰인과 변호사가 상의한 내용을 증거로 수집‧사용한다면, 변호사에게 제공한 비밀이 공개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의뢰인은 변호사에게 진실을 얘기하기 어렵고 변호사는 적절한 법률자문 제공이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기업 법무팀 등 컴플라이언스 조직이 사내 불법적 요소를 사전 적발한 사실이 수사기관에 압수될 공산이 커져 기업 내 컴플라이언스 조직 강화라는 전 세계 추세와 반대로 경영진이 사전 법률 검토를 회피할 가능성이 증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비밀유지권 보장이 일상화된 글로벌 기업에 비해 한국 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가 걱정된다는 뜻이다.

‘ACP 법안’으로 불리는 변호사법 일부개정 법률안 통과를 위해 대한변협은 국회 대관 업무를 보강했다. 새 집행부 출범을 계기로 대한변협 산하 정무위원회를 신설하고 대(對)국회 업무에 능한 회원으로 위원을 구성했다.

▲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14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 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대한변호사협회 ‘집행부’ 주요 임원
● 김영훈(사법연수원 27기) 협회장
세월호 참사 피해자 지원 및 진상 조사 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 대전지방법원‧천안지원‧수원지방법원 판사, 법무법인 서우 대표 변호사, 제52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 정재기(사법연수원 41기) 부협회장
국가정보원 근무, 대한변호사협회 감사, 방송통신평가위원회 평가위원, 브라이튼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제52대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 김민호(변호사시험 3회) 제1공보이사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법조신문 신문편집위원장, VIP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제52대 대한변호사협회 제1공보이사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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