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확대에 의료계 ‘분노’…“참여 거부할 수도”

입력 2023-12-0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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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 해소 이후 필요성 떨어져…소아·노인 피해 우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이 정부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의료계가 정부를 향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폐기를 요구하며 보이콧 가능성을 경고했다.

정부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활용 범위를 넓히자, 개원가를 중심으로 “원칙을 어긴 일방적 정책”이라며 폐기론이 나왔다. 의대 증원과 수술실 CCTV 의무화 등 정책을 둘러싼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비대면진료가 의정 갈등에 불을 붙이는 양상이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6일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결정을 의료계와 한마디 상의 없이 결정한 것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 생명권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참여 거부를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일 정부는 비대면진료 적용 대상을 오는 15일부터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시범사업에서는 만성질환자는 1년 이내, 그 외 질환자는 30일 이내 동일 의료기관에서 동일 질환에 대해 대면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어야 비대면진료가 가능했다. 15일부터는 6개월 이내 대면진료 경험이 있다면 질환에 관계없이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다. 비대면진료 예외적 허용 대상인 의료취약지역에는 98개 시군구가 포함됐고, 소아·청소년도 휴일과 야간에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의료계는 코로나19 위기가 해소된 현재 비대면진료를 확대하면 의료사고와 분쟁이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회장은 “코로나19 시기 비대면진료는 이미 코로나19로 진단된 환자를 중심으로 증상 완화를 위한 처방만 이뤄졌기 때문에 의료분쟁의 여지가 없었다”며 “대면진료로 피할 수 있는 오진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가며 법적 책임은 의료진에 전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태 대한내과의사회장이 정부가 의료계와 상의하지 않고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졸속 추진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정부가 전문가 의견 수렴 없이 시범사업을 졸속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근태 대한내과의사회장은 “대한민국 기초자치단체의 40%에 육박하는 지역이 정말 의료취약지역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다”라며 “비대면진료를 플랫폼이 주도하면서 오·남용 의약품 처방 및 관리가 허술한 것도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소아와 노인 등 사회적 약자의 건강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컸다.

임현택 대한청소년과의사회장은 “아주 심하게 토하는 24개월 아이가 야간에 비대면진료를 받았다면, 95%는 장염 등 소화기 관련 증상을 진단받을 것이다”라며 “급성충수돌기염, 장중첩증 등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병은 초음파 등 대면진료를 해야만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의 어르신 역시 본인의 증상과 통증의 정도를 구체적인 말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정부가 주도하는 시범사업에 자발적으로 호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장은 “425명의 개원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확대된 비대면진료에 참여한다는 인원은 13명으로 약 3%에 그쳤다”며 “참여 의사를 밝힌 회원은 벽지에서 비대면진료가 불가피한 상황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정부가 15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확대를 강행한다면 회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대정부 보이콧을 실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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