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금융 근절’ 목소리 높이지만…현장 “예산ㆍ인력 부족”[악마의 덫, 불법사금융②]

입력 2023-12-05 05:00수정 2023-12-0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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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파멸적인 초고금리, 인신매매까지 불사하는 빚 독촉에 죽을 지경이다.”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에도 상당수 서민은 여전히 불법 사금융에 고통을 겪고 있었다. 악질 사채업자들의 수법은 더 교묘해지고 집요해졌다. 이들은 일상 속에 스며들어 조금만 눈을 돌리면 ‘쉽고, 빠르게, 비밀 보장’이라는 문구로 소비자들을 현혹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사금융 척결’ 주문에 금융당국과 국세청, 경찰청 등은 이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정부 관계기관 외에도 정책금융기관과 시민이 직접 나서 불법 사금융을 뿌리 뽑기 위한 노력도 한창이다. 하지만 ‘밑바닥부터 훑어도’ 한계는 여전하다. 이에 본지는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한다.

금융당국이 불법사금융 시민감시단 운영 등 미등록(불법) 대부업 관련 예방 노력에 한창이지만, 일선 현장은 예산과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정부가 ‘불법사금융 특별근절기간’을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한 만큼,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민금융진흥원은 최근 유사상호를 이용한 대부업 등록을 지양하도록 금감원과 각 지방자치단체에 협조를 요청했다. ‘서민통합지원센터’라는 명칭을 사용한 서민금융진흥원 사칭 사례가 적발돼 제재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불법대부광고물을 신고하는 ‘온라인 시민감시단’을 2014년부터 운영했다. 최근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금융범죄 대응 협의체를 설치하고 책임자를 부서장에서 부원장보로 격상하는 등 불법사금융 대응체계를 강화했다. 범정부 차원에서는 ‘불법사금융 척결 범정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관련 개선 검토 과제를 살피고 있다.

금융당국과 정부의 노력에도 한계는 분명하다. 불법사금융 업무를 수행하는 일선 현장에서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예산으로 감시와 예방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운영하는 온라인 시민감시단 예산은 신용회복위원회 새희망힐링펀드 기금의 일부를 지원받아 집행돼왔다. 이 펀드는 금융회사, 금융업협회, 금융감독원 등의 법인카드 포인트 등을 기부받아 조성된 펀드다.

문제는 이 펀드 자체의 규모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회복위 관계자는 “최근 포인트를 쌓지 않는 카드를 법인카드로 사용하는 기관이 늘면서 펀드 규모가 줄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새희망힐링펀드 기금에서 금감원 시민감시단에 투입된 예산은 지난해 2억1000만 원 대비 줄어든 1억7500만 원이다.

서금원에서는 6월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 이후 추가된 불법사금융 업무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법 시행령 개정으로 서금원도 불법대부업체의 전화번호 이용 중지가 가능해지면서 관련 업무를 담당할 전문위원이 2명 추가됐지만, 업무량에 비해선 인력이 매우 적은 수준이다. 전문위원은 금융권 퇴직자 출신으로, 서금원 사칭 기관 등에 전화번호 이용중지 사실을 통보하고 소명자료 진위 여부를 파악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서금원 관계자는 “법 개정 이후 불법사금융 관련 업무가 늘어 사칭기관 대응을 위한 전문위원 등 인력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산도 쥐꼬리 수준이다. 올해 서금원의 불법사금융 업무에 배정된 예산은 경기도 ‘불법금융광고 도민감시단’에 투입된 예산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이마저도 서금원은 시민감시단(우리동네지킴이)을 포함한 불법사금융 관련 업무 전체에 배정된 예산 규모다. 경기도민감시단 사업의 운영 규모를 고려해 비교해도 열악하다. 경기도민감시단의 활동 인원은 서금원보다 2배 많다. 반면 활동 예산은 3배나 많다. 통상 예산은 감시단 운영과 성과보상비용 등에 쓰인다.

내년 예산 확대의 필요성은 커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내년 서금원 ‘우리동네지킴이’ 활동 인원을 올해 100명에서 내년 상하반기 300명씩으로 대폭 키울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가 불법사금융 시민감시단 운영 범위를 전국 단위로 키우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지자체 차원의 시민감시단 운영이 축소ㆍ중단되고 있어 금융당국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2019년 시작된 경기도 ‘불법금융광고 도민감시단’ 활동은 내년 예산 편성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올해가 마지막 운영이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올해부터 전국적인 단위의 시민감시단이 운영되면서 사업 중복 문제가 발생했다”며 “(지자체 차원의) 업무 유지가 필요할 지에 대해 내부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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