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사이트] 이익 내도 골치? 실손보험료 내릴 수밖에 없는 이유

입력 2023-12-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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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에서 이익 나면 예실차 높아져
"1세대 실손은 더는 적자 상품 아냐"

내년 보험사들이 1세대 실손보험료를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새 회계제도(IFRS17) 가이드라인 영향으로 실손보험에서 흑자를 내면 예실차(예정과 실제의 차이)가 생겨 보험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또한 내년부터 1세대 실손보험 손해율 개선이 예상되면서 갱신 고객을 잡아두려면 보험료 인하로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쓸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건강보험료가 오르는 상황에서 실손보험료까지 올릴 경우 국민 반감이 상당할 수 있다는 점도 요인으로 꼽힌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생명·손해보험사들은 1세대 실손보험료 인하를 검토 중이다. 특히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으로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검토 중인 손보사는 실손보험료까지 낮추는 부담까지 지게 돼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1세대 실손보험료 인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3분기부터 적용되고 있는 금감원 IFRS17 가이드라인 효과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실손보험과 관련해 갱신 보험료의 최종 수렴 시점의 목표손해율이 최소 15년 이상의 기간을 경과한 후 100% 수준에 도달하도록 했다. 목표손해율 100%에 도달한다는 건 보험료 수입과 보험금 지출의 합이 0원으로 만드는 기간을 최소 15년으로 정했다는 걸 뜻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에서 이익을 내면 가정과 달라져 예실차가 생기게 되고 재무제표 손익이나 CSM(계약서비스마진)으로 못 잡게 된다”면서 “예실차가 나올 수밖에 없어 보험사 입장에서도 불리해지고 결국 실손보험에서 이익을 내지 말라는 방향성으로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실적 전망도 보험료 인하에 무게를 더한다. 최근 실손보험금 누수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던 백내장 과잉 진료가 잦아들면서 향후 1세대 실손보험에서는 적자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보험사의 자체 심사도 강화됐고, 지난해 6월 대법원이 백내장을 일괄적으로 입원치료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통원치료 수준 정도의 보험금만 지급할 수 있게 됐다. 해당 판결 이후 백내장 관련 수술 건수는 올해 들어 90%가량 감소했다. 백내장 과잉진료가 줄면서 1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2020년 141.9%에서 지난해 말 124.9%까지 줄었다.

올해부터 생보사를 중심으로 실손보험에서 흑자를 본 곳도 생겨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보사는 지난해 실손의료보험에서 592억 원의 흑자를 거뒀다. 생·손보 통틀어 실손보험에서 흑자를 기록한 것은 최근 5년 사이에 처음 있는 일이다.

손보사 중에서도 올해 4월 1세대 보험료를 남몰래 인하한 보험사도 몇 군데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더는 적자 상품이 아니니, 갱신 고객들을 잡아두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가 건강보험 요율을 인상할 예정인 것도 실손보험료 인하 가능성을 높인다. 건보 요율을 올리는 마당에 실손보험료까지 인상할 경우 국민 반감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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