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원 '우리동네지킴이' 기획자 “한 번 빠지면 회복 어렵다” [악마의 덫, 불법사금융①]

입력 2023-12-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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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파멸적인 초고금리, 인신매매까지 불사하는 빚 독촉에 죽을 지경이다.”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에도 상당수 서민은 여전히 불법 사금융에 고통을 겪고 있었다. 악질 사채업자들의 수법은 더 교묘해지고 집요해졌다. 이들은 일상 속에 스며들어 조금만 눈을 돌리면 ‘쉽고, 빠르게, 비밀 보장’이라는 문구로 소비자들을 현혹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사금융 척결’ 주문에 금융당국과 국세청, 경찰청 등은 이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정부 관계기관 외에도 정책금융기관과 시민이 직접 나서 불법 사금융을 뿌리 뽑기 위한 노력도 한창이다. 하지만 ‘밑바닥부터 훑어도’ 한계는 여전하다. 이에 본지는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한다.

서금원, 6월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에
‘불법사금융 우리동네지킴이’ 첫 모집
서금원 기획자 인터뷰

▲강우신 서민금융진흥원 우리동네지킴이 기획자(가명)가 '불법사금융 우리동네지킴이' 활동으로 신고접수된 불법대부업 광고 전단, 서금원 사칭 사례 등을 살피고 있다. 불법 대부업 관련 민원인을 상대하는 강씨는 불법 대부업자들의 연락과 협박 등의 피해를 우려해 얼굴과 실명을 공개를 하지 않기로 했다.
“최소한 ‘우리동네지킴이’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불법사금융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킴이들이 불법대부 광고를 신고해 피해를 막고, 활동하면서 알게 된 주의사항을 주변에 알리면 좋겠습니다.”

1일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본지와 만난 불법사금융을 담당하는 강우신(가명)은 ‘불법사금융 우리동네지킴이(지킴이)’ 기획자는 활동 취지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우리동네지킴이는 서금원의 불법사금융 피해 예방 활동 중 하나다. 올해 처음으로 1기를 모집했다. 전국 19세 이상 신청자 중 98명을 무작위로 추첨 선발했다. 이들은 9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석 달간 온ㆍ오프라인 불법대부 광고와 서민금융사칭 광고를 신고했다.

지킴이를 시작한 배경에는 법 시행령 개정이 있다. 올해 6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서민금융진흥원도 불법대부업에 이용된 전화번호 이용 중지 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 강 씨는 “이용중지 권한이 생기면서 미등록 대부업에 이용된 전화번호의 적극적인 신고를 위해 ‘우리동네지킴이’라는 시민감시단을 모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킴이의 불법대부광고 전화번호 이용중지 접수 건 중 약 44%가 실제 서금원의 전화번호 이용중지 신고로 이어졌다. 지킴이 선발 후 월평균 전화번호 이용중지 신고 접수는 30% 정도 증가했다. 서민금융을 사칭하는 광고물은 9~10월에 총 913건을 접수받아 금융감독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사이트 폐쇄, 과태료 부과 등 제재 요청을 완료했다.

지킴이 활동을 기획한 강 씨는 올해 6월부터 서금원에서 불법사금융 업무를 시작했다. 업무를 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2021년 경기도 의정부시 통합지원센터에서 2년간 근무하면서 불법사금융 피해를 본 시민들을 만난 경험이 기획의 시발점이 됐다.

“센터를 찾는 분 중 서금원에서 대출받고 중개수수료를 떼주기로 했다는 분들이 꽤 있었어요. ‘서금원 대출 중개인’이라고 접근한 사람이 자신에게 10~20%의 수수료를 줘야 한다고 했다는 거죠.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권 대출이 안 되는 청년에게 “대출받을 수 있게 해줄 테니 수수료를 달라”면서 센터까지 같이 오는 경우도 있었어요. 상담할 때 물어보면 ‘아는 형’이라고 둘러대고요. 서금원 사칭 기관에 현금 피해를 본 50대 여성분의 피해구제를 도운 일도 기억에 남습니다.”

강 씨는 ‘우리동네지킴이’라는 활동명도 센터에서 보고 들은 사례와 같은 피해를 ‘내 손으로 막는다’는 사명감과 보람을 시민들이 느끼길 바라며 지었다. 내년에는 지킴이 모집 인원을 상ㆍ하반기 각각 300명 내외로 대폭 늘릴 예정이다.

“급할수록 안전하게 서금원을 찾아달라”고 강조한 강 씨는 “불법사금융은 한 번 피해가 발생하면 회복이 어렵다”면서 “우리동네지킴이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불법대부광고를 신고할 수 있으니 서민금융 콜센터 1397 또는 홈페이지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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