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산업 흔들” vs “기술자립 당겨” [미국, 대중 칩 본격 통제]

입력 2023-1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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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리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AFP연합뉴스
미국의 대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통제 정책에 따른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AI 기술 경쟁력을 훼손하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히려 중국이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세계 최대 기술 격전지로 꼽히는 AI 기술 분야에서 산업 기반을 조성하고 기술 자립과 굴기를 앞당기는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10월 17일(현지시간) 중국의 AI 산업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초강력 반도체 수출 통제안을 발표 및 즉각 시행했다. 작년 10월 내놓은 수출 통제의 허점을 메우고 고삐를 조인 것으로, 수출 금지 품목을 저성능 반도체까지 확대하고, 수출 제한국과 기술 목록을 추가했다.

비축 충분 호언장담했지만…중국 3대 인터넷사 속앓이

이에 중국 기업들이 입은 타격이 감지된다. 생성형 AI 개발을 견인하는 중국의 3대 인터넷 기업인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는 미리 대비책을 마련했다면서도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알리바바는 지난달 17일 클라우드 부분 분사 계획을 철회했다. 엔비디아, 인텔, AMD, ARM 등으로부터 받아온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미국이 금지한 데 따른 것이다. 또 수익성이 좋은 클라우드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향후 기술 업그레이드 능력도 제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텐센트와 바이두는 칩을 충분히 비축했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면서도 피해가 불가피함을 인정했다.

마틴 라우 텐센트 사장은 전달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자체 개발 초거대 AI 모델인 ‘훈위안’을 적어도 몇 세대는 더 개발하는 데 필요한 엔비디아 칩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고 중국에서 가장 많은 AI 반도체를 보유한 기업 중 한 곳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보유한 AI 칩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AI 훈련 반도체를 위한 국산 자원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텐센트는 알리바바처럼 자사 클라우드 사업에 차질을 빚을 것을 걱정하기도 했다.

바이두의 리옌훙 바이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2일 “미국의 칩 수출통제가 자사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AI 칩을 비축하고 있다”며 3월 출시한 생성형 AI 챗봇 ‘어니봇’의 거대언어모델(LLM)을 최대 2년 동안 계속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렇지만 리 CEO는 “엔비디아와 같은 업체가 중국에 고급 AI 칩을 수출하는 것을 막는 미국의 제재는 중국 AI 개발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AP뉴시스

미국 제재 우회하는 진전 잇따라 나와

이런 악조건에 중국 AI 개발 업체들은 화웨이, SMIC 등 자국 반도체 기업으로 눈을 돌렸고 점차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최대 검색기업 바이두가 화웨이의 AI 반도체 910B 어센드 AI 칩 1600개를 주문했다고 로이터는 지난달 7일 보도했다. 이 AI 칩은 미국에 의해 작년 대중국 수출이 금지된 엔비디아 A100의 대체재로 화웨이가 개발한 것이다.

또 화웨이가 미국의 수년간 집중 견제에도 지난 8월 말 출시한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는 SMIC가 네덜란드 업체 ASML의 장비를 이용해 만든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첨단 프로세서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블랙리스트에 나란히 포함된 SMIC와 화웨이가 이룬 성과에 중국인들이 열광하면서 메이트 프로 60은 빠르게 매진됐다. 중국산 반도체 칩의 공급과 수요가 선순환을 이루는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작년 10월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규제를 발표한 후 반도체 주요 장비 제조사가 있는 네덜란드(ASML)와 일본(도쿄일렉트론) 정부가 동참하게 설득하는 데 수개월이 걸렸다. 이 틈을 이용해 화웨이가 대거 장비를 수입해 발 빠르게 반도체 개발 및 생산에 성공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찰스 셤 분석가는 “이 칩은 중국 반도체 발전의 이정표”라면서 “중국의 거대 기술 기업이 조용히 기술 자급자족을 추구하면서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는 진전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개방형 반도체 설계 표준 기반한 개발도 적극 시도

중국의 반도체 자립 노력은 더 근본적인 부분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개방형 표준 반도체 설계 IP인 리스크-V(RISC-V)를 기반으로 한 개발에 한창이다. 리스크-V가 ARM, 인텔 등에 대한 중국 기업의 의존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리스크-V 재단은 2010년 리스크-V를 출시해 무료로 개방했으며, 반도체 생태계에서 지정학적 중립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2019년에는 본사를 미국에서 스위스로 이전한 바 있다.

중국과학원은 5월 새로운 고성능 프로세서 칩과 리스크-V 기반의 새로운 운영체제를 공개했다.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작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100억 개의 리스크-V 기반 칩이 생산됐으며, 이중 절반이 중국에서 제조됐다.

중국공학원 니구앙난 학자는 8월 베이징에서 열린 리스크-V 서밋 차이나 행사에서 “리스크-V의 미래는 중국에 있으며, 중국의 반도체 칩 산업에도 리스크-V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간에서도 정부의 시책에 부흥해 리스크-V를 기반으로 한 개발이 활발하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은 AI 알고리즘과 데이터센터를 구동하는 고성능 칩을 개발하기 위해 리스크-V 아키텍처를 사용하는 팀을 구성했다.

AI 개발에 필요한 반도체 생산의 80%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엔비디아에 대한 정면 도전도 국가적인 대규모 지원 하에 이뤄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칭화대 연구진은 10월 말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논문을 통해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A100보다 컴퓨팅 속도가 3000배 빠르고 에너지 소모는 400만 배 적은 칩인 ACCEL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저사양 반도체 인해전술식 사용에는 한계 불가피

중국의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AI 반도체 자립은 만만치 않은 과제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고사양 AI 칩 개발 노력과 병행해 현실적인 차원에서 사양이 낮고 더 적은 수의 반도체로 최첨단 AI 성능을 달성할 수 있는 기술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유형의 하드웨어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유형의 칩을 결합하는 방법도 주요 연구 포인트다.

문제는 이게 말처럼 쉽게 구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저사양 칩으로 같은 성능과 결과치를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칩을 사용해야 하는데, 칩이 많아질수록 안정적으로 가동하기 어렵고 에너지 효율도 급격히 떨어진다.

가령 바이두는 하이곤정보기술의 DCU나 화웨이의 어센드, 독자개발 칩 쿤룬 등 자국산 칩을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거대언어모델을 돌리기에는 충돌 발생으로 신뢰할 수 없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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