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에만 활성단층 14개”…한국도 ‘지진 위험국’ [이슈크래커]

입력 2023-11-3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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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6일 경북 포항시에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포항 북구 장성동 원룸 주차장 기둥이 붕괴돼 있다. (뉴시스)
오늘(30일) 새벽 4시 55분,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 지역에서 규모 4.0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진앙은 북위 35.79도, 동경 129.42도, 진원 깊이는 12km로 추정되는데요. 이번 지진은 5월 15일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5의 지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큰 지진입니다.

이날 경북에서도 최대 진도 5의 흔들림이 관측됐습니다. 진도 5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창문 등이 깨지기도 하며 불안정한 물체는 넘어지는 정도죠.

울산에서도 잠자던 사람들이 깨기도 하며 그릇·창문 등이 흔들리는 수준인 진도 4를 기록했습니다. 경남·부산은 건물 위층 사람은 현저히 흔들림을 느끼며 정차한 차가 약간 흔들리는 정도의 진도 3으로 파악됐죠. 갑작스러운 진동과 소음에 시민들도 단잠에서 깼는데요. 소방당국에 유감 신고가 접수되긴 했으나, 피해 신고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번 지진이 2016년 9월 경주 지진이 일어난 곳 근처에서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불안은 높아졌습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은 지진 빈발국에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죠.

▲2016년 9월 13일 오전 경북 경주시 성건동 한 주택가에 주차돼 있던 차량에 두 차례 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기와가 떨어졌다. (사진제공=경주시)
트라우마 호소하는 시민들…2016년 9월 경주의 악몽

경주 시민들은 이번 지진으로 2016년 발생한 지진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경북 경주 일대는 2016년 9월 12일 규모 5.8 최대 진도 6의 지진(9·12 지진)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이는 기상청이 1978년 지진 통보 업무를 시작한 이래 국내 최대 규모의 지진으로 기록됐죠. 당시 경주 곳곳에서 유리창이 깨지거나 한옥 기와지붕이 떨어지고, 주택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1년 뒤인 2017년 11월엔 포항에서 규모 5.4 최대 진도 6의 역대 두 번째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경상권에서 큰 규모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트라우마로 남기도 했습니다.

경주에 산다는 한 네티즌은 30일 “그때처럼 동물적인 감각이 되살아났다”며 “옛날에도 재난 알림보다 몸이 (지진을) 먼저 느끼고, 발생하기 몇 초 전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났다. 이번에도 자다가 눈이 떠져서 ‘왜 잠에서 깼나’ 의문이 들 2~3초 찰나에 멀리서 큰 덤프트럭이 다가오는 느낌이 났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네티즌은 “2016년 경주, 2017년 포항 지진 겪고 나서 2~3년 동안 불면증이랑 위장병이 심해져서 고생했다”며 “이번에도 한동안 가슴이 벌렁거릴 것 같다”고 불안을 호소했죠.

지진 발생지인 경주시는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경주시는 상황 종료 시까지 종합상황실을 가동하고 소속 공무원 5분의 1가량이 비상근무에 나섰습니다. 지진 발생 후 종합상황실 등으로 99건의 문의가 있었지만, 피해 접수는 1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여진은 총 6건이 발생했지만, 모두 규모 2.0으로 분석됐죠. 또 월성원자력본부 및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등 원전·방폐장 시설 운영이나 첨성대 등 국가 유산에도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시는 지진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시민들을 위해 재난심리지원 프로그램, 찾아가는 마음안심버스 등을 적극 활용할 계획입니다.

인근 포항시도 이강덕 포항시장이 시민 안전과 시설물 점검을 다시 한번 철저히 살피라고 긴급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시장은 여진 등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위험 징후가 감지될 경우 시민들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행동 요령 등을 홍보할 것을 지시했는데요. 또 비상 연락망 등을 통해 혹시 모를 시민 피해를 살피고, 관련 시설물 안전 점검에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출처=기상청 날씨누리 캡처)
한반도 동남권은 ‘지진 위험지대’…이유는?

이번 지진이 발생한 곳은 9·12 지진이 발생했던 곳에서 동쪽으로 20㎞가량 떨어진 지점입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지진 진앙 반경 50㎞ 내에서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건 1978년 이후 이번까지 총 418번입니다. 이 가운데 규모 3.0 미만은 365번이고 ‘3.0 이상 4.0 미만’은 45번, ‘4.0 이상 5.0 미만’은 5번, ‘5.0 이상 6.0 미만’은 3번입니다.

경주를 포함한 동남권은 국내 지진 위험지대로 꼽힙니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 발달한 단층을 그 이유로 꼽는데요. 단층을 따라 오랫동안 축적된 응력이 한계점을 지나면서 갑작스럽게 방출되는 현상을 지진이라고 부르는데, 동남권에는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단층이 많이 있다는 겁니다.

9·12 지진은 발생 직후엔 양산단층에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됐다가, 이후 별도의 단층이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지난해 학계에서는 ‘내남단층’이라고 이름 붙여진 양산단층과 덕천단층 사이 활성단층을 9·12 지진 원인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죠.

이 연구를 수행한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지난해 원자력안전규제정보회의에서 내남단층 최대 면적을 38.44㎢로 추정하면서 한 번의 지진단층 운동으로 내남단층 최대 면적이 파열되면 모멘트 규모(MW)로 규모 5.6 지진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모멘트 규모가 5.0만 돼도 제2차세계대전 때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과 에너지양이 비슷하다고 합니다.

이번 지진의 경우 단층이 수평으로 이동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는데요. 앞서 발생한 9·12 지진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지만, 더 위험한 단층에서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번 지진은 울산단층의 동쪽에서 발생했는데, 울산단층 자체가 움직이면 규모 5.8에서 최대 8.3의 대지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은 원전과도 가까워 주시해야 하죠.

9·14 지진을 계기로 시작된 한반도 단층구조선 조사에서 동남권에는 14개의 활성단층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주뿐 아니라 단층이 분포돼 있는 모든 지역에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겁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가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서울상황센터에서 이날 새벽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km 지역에서 발생한 진도 4.0 지진 관련 회의에 앞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2.0 이상 지진만 ‘99번’…한반도, ‘지진 안전지대’ 아냐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해 일본 같은 강진 지역이 아닌 ‘중약진 지진대’로 분류됩니다. 지진 발생 빈도나 강도는 낮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순 없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는 현재까지 규모 2.0 이상 지진은 99번 일어났습니다. 국내에서 디지털 지진계로 관측을 시작한 1999년 이후 연평균 규모 2.0 이상의 지진 횟수가 70.6회라는 걸 감안하면, 올해는 한반도에 지진이 많이 발생한 해로 꼽힙니다.

현재까지 지진 횟수만으로도 올해는 1978년 이후 4번째로 지진이 잦은 해입니다. 연간 지진 횟수 1~3위는 9·12지진과 2017년 11월 15일 포항 지진의 영향이 있었던 2016~2018년입니다.

발생 횟수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기상청 지진연보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규모 2.0 이상 지진은 △2020년 68회 △2021년 70회 △2022년 77회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올해(99회)는 지난해(77회)보다 20% 이상 늘어났습니다.

전문가들은 향후 지진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경주 일대에서는 최대 규모 6.0 안팎의 지진이 언제든 날 수 있는 환경인 것으로 분석되는데요. 수도권도 지진의 위험에서 벗어날 순 없습니다. 추가령 단층대라고 불리는 매우 큰 단층대가 자리잡고 있고, 규모 2 이하의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있죠.

▲30일 오전 4시 55분께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 지점(경주시 문무대왕면)에서 규모 4.0 지진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경북 경주시 서라벌여자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지진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진 대비·대응 요령은?…대피 공간 미리 파악ㆍ낙하물 유의해 신속히 대피

지진이 잦은 일본은 보육원, 유치원, 학교, 회사, 은행 등 시설에서 정기적으로 재난 대피 훈련을 실시합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의무적으로 이 훈련에 참여해야 하죠.

한국도 지진에서 안전할 수 없는 만큼, 대응과 대피 방법을 숙지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국민재난안전포털을 통해 지진, 태풍, 해일, 홍수, 산사태 등 자연재난행동요령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따르면 평소 △안전한 대피 공간을 미리 파악하고 △깨진 유리 등에 다치지 않도록 두꺼운 실내화를 준비해두며 △화재 위험이 있는 난로나 위험물은 주의해 관리해두고 △가스 및 전기를 미리 점검하는 등 지진을 대비해야 합니다.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지진으로 흔들릴 땐 탁자 아래로 들어가 몸을 보호, 탁자 다리를 잡아야 하며 △흔들림이 멈추면 가스·전기를 차단하고, 문을 열어 출구를 확보해야 하며 △건물 밖으로 나갈 때는 절대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이용해 신속히 이동해야 합니다. 만약 엘리베이터 안에 있다면, 모든 층의 버튼을 눌러서 먼저 열리는 층에서 내려야 합니다.

건물 밖에 나왔을 때는 가방이나 손으로 머리를 보호하고, 건물과 거리를 두고 떨어지는 물건에 유의하며 운동장이나 공원 등 넓은 공간으로 대피해야 합니다. 이때 차량이 아닌 도보로 신속히 이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피 장소에 도착했을 땐 라디오나 공공기관의 안내방송 등 올바른 정보에 따라 행동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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