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전문가들, 한은 내년 하반기나 금리인하 가능할 것

입력 2023-11-3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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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금리 급락 연장 재료 부재, 커브 플랫 전망

▲30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11월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 회의에 앞서 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11월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한 가운데 채권 전문가들은 내년 하반기나 돼야 한은이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최근 채권시장 금리가 가파르게 내려온 만큼 금리의 추가 하락 재료가 마땅치 않다고 봤다. 아울러 금리인하 시기까지는 거리가 있는 만큼 단기물이 상대적으로 약하거나 강하지 못해 커브 플래트닝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30일 본지가 한은 금통위 직후 현재까지 발표된 7개 증권사 금통위 리뷰 보고서를 취합한 결과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같이 전망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 이투데이 정리)
전문가들이 주목한 부분은 우선 통화정책방향(통방) 문구에서 기존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지속’에서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이라는 문구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통상 6개월을 지칭하는 ‘상당기간’이라는 문구를 ‘장기간 지속’으로 변경한데는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했듯 물가의 2% 수렴시기까지로 해석된다.

또 이날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한은은 소비자물가를 올해 3.6%, 내년 2.6%로 각각 기존 전망대비 0.1%포인트와 0.2%포인트씩 상향 조정했다는 점을 꼽았다. 반기별로는 내년 상반기까지 3.0%를 유지하다가 하반기나 돼야 2.3%를 기록해 2%대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이를 종합하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한편, 한은은 성장률을 올해는 1.4%로 유지했지만 내년은 2.1%로 기존 전망대비 0.1%포인트 낮췄다.

한은식 포워드가이던스도 주목할 점이라고 짚었다. 이 총재를 제외한 6명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내 기준금리 전망은 2명이 3.50% 유지를 4명이 3.75%로 1회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였다. 아울러 지난달 인하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위원은 이를 철회했다.

(한국은행, 이투데이 정리)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년 물가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 점을 보면 (내년) 상반기 중 인하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수정된 경제 전망치는 여전히 잠재 성장률을 상회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1회 이상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이번 금통위에서 핵심단어는 현재 긴축기조 유지를 ‘상단기간’에서 ‘충분히 장기간’으로 교체한 부분이다. 물가안정 목표를 조건부로 장기화는 적어도 2024년 상반기까지 인하기대를 가져가기는 과도하다는 인식 정도로 해석한다”며 “내년 2% 초반 성장으로는 GDP갭이 플러스로 전환되지도 못하는데다 인플레갭이 소멸될 것으로 추정되는 2024년 3분기에는 한은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내년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과 올해 및 내년 물가 전망 상향 조정으로 물가 경계감이 상당히 높다. 긴축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향후 최소 6개월 이상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예상했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이 총재가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고려하고는 있지만 절대치만 볼 것이 아니라 GDP 대비해서 봐야한다고 언급한 점, 프로젝트파이냉싱(PF) 리스크가 우려되고 있지만 점진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해결 방안을 언급한 점 등을 고려할 시 긴축 통화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고 여전히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현 수준에서 고려할 시 기준금리 인하 시기는 단기간 내 찾아오기 힘들어진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 기대보다는 오랫동안 고금리 유지 방침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금통위내 구도가 추가 인상 가능성 4명과 동결 2명으로 변화했고, 내년 4월 매파 성향 위원인 조윤제, 서영경 위원의 임기 만료를 감안하면 추가 인상 가능성은 사실상 소멸됐다”면서도 “인플레이션 경로와 글로벌 경기 연착륙, 국내 성장세 회복을 감안하면 조기 인하 또는 내년 큰 폭의 인하 기대는 현실화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기존에 내년 2분기 금리인하를 예상했던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중 연준의 두 번째 인하 시점부터 국내 인하 사이클을 시작할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다. 기존 (내년) 5월부터 한은 인하를 전망했으나 이를 7월 이후로 변경할 가능성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은이 통방문구 변화를 융통성 확보 차원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의 태도가 덜 긴축적인 방향으로 바뀌었고 물가와 펀더멘털도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금통위 입장에서도 환경 변화에 발 맞추어 향후 정책 전환의 여지를 열어두고 혹시나 빠르게 변화할지 모르는 현실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행, 연준, 금융투자협회)
최근 한은 기준금리 수준인 3.5%대까지 가파르게 떨어졌던 채권금리 역시 강세 분위기는 유지하겠지만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김명실 연구원은 “향후 (채권금리의) 추가 하락을 견인할 수 있는 재료로는 통화정책 보다는 물가 등 주요 지표 둔화 여부가 더 중요해 질 것”이라며 “(올 연말까지는) 연말 거래량 부진과 맞물리며 현 레벨에서 보합 수준으로 마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홍철 연구원은 “연준이 현재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 이상 강달러가 마무리되고 인플레도 안정되면 환율과 금리의 하락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기술적 되돌림과 조만간 있을 일본은행(BOJ)의 깜짝 긴축을 채권과 원화 매수 기회로 삼자”고 조언했다.

반면, 안재균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는 추격 매수보다는 12월 연준(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까지 충분한 확인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플래트닝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권기중 연구원은 “중동 리스크 이전 수준으로 한은 스탠스가 유지된다는 것은 당분간 커브가 플랫 압력을 추가적으로 더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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