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살려야 된다”…인민은행, ‘중국판 양적완화’ 추진

입력 2023-11-2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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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행에 저렴한 ‘담보보완대출(PSL)’ 제공
주택 등 특정 분야 ‘표적화’ 특징
과거 판자촌 재개발 당시 PSL로 긍정 효과
전통적 정책도구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판단

▲중국 베이징에서 한 시민이 인민은행 앞을 지나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중국이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중국판 양적완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미국 등 주변국이 양적완화를 펼칠 때마다 부정적인 평을 내렸던 중국은 전통적인 통화정책 도구만으로 경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가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 유출 심화를 해결하기 위해 양적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인민은행이 건설 프로젝트에 최소 1조 위안(약 181조 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후속 조치로 인민은행은 주택과 인프라 대출 자금을 지원하고자 정책은행에 저렴한 장기 현금 대출을 제공하는 ‘담보보완대출(PSL)’을 추진 중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이는 금리를 낮추기 위해 채권을 대거 매입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나 일본은행(BOJ) 등 다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프로그램보다 더 표적화했다는 특징이 있다. 인민은행은 2014~2019년에도 판자촌 재개발 당시 주택 건설 자금을 지원하고자 PSL을 시행했는데, 당시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를 중국판 양적완화로 소개했다.

인민은행은 오랫동안 외국의 양적완화에 반대하며 가능한 정상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7월 자리에서 물러난 이강 전 인민은행 총재는 “양적완화는 장기적으로 시장 기능을 손상하고 중앙은행 평판을 훼손하며 도덕적 해이를 조성한다”며 “그러므로 자산 매입을 피하고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전임자인 저우샤오촨 전 총재 역시 과거 “미국의 양적완화는 세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비판한 적 있다.

그랬던 인민은행이 입장을 바꾼 것은 다른 수단으로는 부동산과 국가 경제를 회복할 여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인민은행은 올해 주요 정책금리와 시중은행 지급준비율을 각각 두 번 인하했지만, 부동산 관련 대출은 여전히 위축된 상태다. 전통적인 정책 지원의 여지는 그만큼 좁아졌다.

노무라홀딩스의 루팅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많은 완화적 통화정책과 경기부양책 이후에도 부동산 부문은 여전히 눈에 띄는 개선을 보이지 않았다”며 “모든 전통적 도구가 사용된 만큼 남은 것은 비전통적 도구”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완성 주택 프로젝트 구제에 인민은행 자금이 사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PSL로 효과를 봤던 기억도 인민은행을 움직이게 했다. 과거 인민은행은 판자촌 재개발 프로그램을 위해 정책은행에 5년간 3조6000억 위안의 PSL 대출을 제공했다. 이후 소도시 부동산 수요가 늘고 재고가 줄면서 바닥을 쳤던 주택 가격은 급등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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