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임금격차 해소 방법은?...“민간기업, ESG 강조하지만 젠더 인식은 부족해”

입력 2023-11-2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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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기구 성평등센터 ‘성별 임금격차 해소와 여성의 경제적 역량강화 논의’ 정책포럼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는 24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성별 임금격차 해소와 여성의 경제적 역량강화 논의'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정유정 기자)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제기구와 정부뿐 아니라 민간 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ESG를 강조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젠더 문제보다 환경 문제 등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는 24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성별 임금격차 해소와 여성의 경제적 역량강화 논의’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국제노동기구(IL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여성기구(UN Women) 등 국제기구 소속 전문가와 학계 관계자 등 60여 명이 참여했다.

세계적으로 성별 임금 격차는 실존한다. 한국은 그중 제일 심각하다. 2021년 기준 OECD 회원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11.9%로 집계됐다. 한국은 31.1%로 OECD 회원국 중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국가다.

▲ '성별 임금격차 해소와 여성의 경제적 역량강화 논의' 정책포럼에서 참가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정유정 기자)

이날 포럼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민간 기업들이 성별 임금 격차 줄이기에 더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진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날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는 데 ESG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임금 투명화’가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임금 투명화에 대한 흐름이 있고, 하나의 중요한 트렌드가 돼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EU에는 임금 투명화 룰(Pay Transparency Rules)이 있다”며 “일자리를 찾고자 하는 이들이 임금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만약 성별 임금 격차가 5%보다 높다고 하면 노동자 단체들과 함께 왜 그렇게 임금이 차이가 나는지를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비하면 현재 ESG 흐름은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기엔 아직 약한 단계”라고 덧붙였다.

발레리 프레이 OECD 선임 이코노미스트 또한 “임금 투명성은 성별 임금 격차 해소에 있어 간단하지만 강력한 도구로 OECD 38개국 중 21개국이 기업을 대상으로 성별 임금격차를 보고하도록 요청하고 있다”며 “성별 임금 격차의 존재와 원인, 결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기업들이 내부적 불평등을 해결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매출 상위 300대 기업의 ESG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67.4%는 ESG 중 가장 중시하는 분야로 E(환경)를 꼽았다. 이어 S(사회·18.6%), G(지배구조·14.0%) 순이었다. 김 교수는 “S를 꼽은 기업들 중에서도 젠더 이슈에 관심 있다고 응답한 곳은 0.1% 정도였다”며 “우리나라에서 ESG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젠더 인식은 굉장히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성별 격차 해소를 위해 전세계 8000여개 기업이 참여하는 ‘여성역량강화원칙(WEPs)’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WEPs는 △성평등 촉진을 위한 고위급 리더십 △여성차별 철폐, 인권 존중 및 동등한 기회 △보건, 복지 및 안전 보장 △교육과 훈련 △사업 개발 공급망과 마케팅 활동 △지역사회 리더십 및 참여 △투명성 측정 및 공시 등 기업이 직장에서 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7가지 방법을 담고 있다.

이정심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소장은 이날 “OECD에 따르면 성평등 달성을 위해 169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며 “임금 격차는 구조적 성차별에 뿌리를 둔 문제다. 단순히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정부와 국제기구, 기업이 함께 제도적, 문화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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