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반통·요실금에 성생활도 빨간 불…‘골반장기탈출증’은? [e건강~쏙]

입력 2023-11-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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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후 급증…방광·직장·자궁에 다양한 증상 동반
수술로 골반장기 기능 회복과 증상 완화, 성기능도 개선

‘건강을 잃고서야 비로소 건강의 소중함을 안다’는 말이 있습니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것 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는 의미입니다. 국내 의료진과 함께하는 ‘이투데이 건강~쏙(e건강~쏙)’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알찬 건강정보를 소개합니다.

(이미지투데이)

골반장기탈출증은 임신과 출산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골반을 지지하는 근육이 느슨해져 직장, 자궁, 방광 등 골반장기가 아래로 쳐지면서 요실금, 자궁탈출증, 방광류, 직장류, 변실금, 골반통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는 질환이다. 흔히 ‘밑이 빠지는 병’이라는 별명을 가진 골반장기탈출증은 임신과 출산, 폐경과 노화를 겪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위험성을 안고 있다.

방광류·직장류·자궁탈출증 등 다양한 증상 동반

유은희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골반 안쪽에 있는 장기들과 관련된 질환(골반저 질환)은 다양한 장기의 문제로 발생하기 때문에 증상도 다양하다”면서 “요실금, 자궁탈출증, 방광류, 직장류, 변실금, 골반통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길 수 있고, 여성의 성생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질점막이 빠져나오면 건조해지면서 성관계 때 통증을 일으킬 수 있고, 골반 근육이 이완되면서 성관계 때 만족감을 못 느낄 수도 있다. 일부 여성들은 성관계 시 소변이 찔끔 흐르는 요실금 때문에 수치심을 느껴 성관계를 피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병원에서도 정확하게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와 관련 강동경희대학교 산부인과는 현재 골반저 질환에 특화된 객관적 설문을 중요한 진단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골반장기탈출증의 다양한 증상은 여성의 일상생활은 물론 사회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증세가 악화되면 자궁탈출증, 방광류, 직장류처럼 실제로 장기가 탈출할 수도 있는데, 이를 통틀어 골반장기탈출증으로 칭한다.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포털)

골반장기탈출증은 출산 이후 중장년층에서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에서 2022년까지 5년간 직장류를 제외한 방광류 및 상세불명의 자궁질탈출, 상세불명의 여성생식기탈출은 60세 이후 급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초고령화사회 진입에 따라 고령여성에서의 유병률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은희 교수는 “수치심으로 병원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나을 수 있는 병으로 인식하고, 의심되는 증상이 있으면 조속한 진료를 권한다”며 “또한 50대가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라고 해도 골반장기탈출증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으므로 이러한 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수술로 골반장기의 기능 회복 및 증상 완화, 성기능도 개선

골반장기탈출증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골반저 질환은 문제가 생긴 장기의 빠진 위치나 정도, 환자의 나이, 전신 건강 상태를 고려해 수술법을 결정하게 된다. 수술 치료를 통해 골반 내 장기의 구조를 정상적으로 되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요실금이나 변실금 같은 동반 질환을 치료함으로써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 성적 만족감도 개선할 수 있다.

유은희 교수는 “이는 여성으로서의 자신감 회복을 의미한다. 특히 노령 여성에서도 성생활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골반저 질환의 수술방법을 결정할 때 성기능도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골반장기탈출증은 크게 복부에서 접근하는 방법인 복식수술, 질 쪽으로 접근하는 방법인 질식 수술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최근엔 개복수술을 하지 않고 골반경 또는 로봇보조 골반경수술방법을 선호하고 있다.

미국 백인여성의 통계를 보면 80세까지 사는 여성의 18%가 골반장기탈출증 수술을 받을 가능성이 있고 이중 30%가 재수술을 받는다고 보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에게 백인여성의 통계를 그대로 적용할 수가 없으나 골반장기탈출증의 특성상 수술 후 재발의 위험도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재발의 위험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질을 통해 고정하는 수술보다는 배를 통해 또는 복강경, 로봇을 이용한 수술이 더 인정받고 있다. 로봇으로 메쉬(인조그물망)를 질에 부착하여 천골에 고정하는 천골질고정수술이 더 튼튼하게 장기를 고정해 재발의 위험도가 낮고, 수술 후 합병증, 통증, 회복 기간이 짧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에 따르면 로봇보조 천골질고정수술의 적용대상은 △골반장기탈출증수술 후 재발을 한 경우 △65세 이하 비교적 젊은 여성 △성기능보전을 원하는 경우 △재발의 위험이 높은 경우(예를 들어 비만, 흡연, 결제조직질환, 중증의 골반장기탈출증) 등이다.

유은희 교수는 “골반장기탈출증으로 인해 빠져나온 질을 눌러 대소변을 보는 90세 환자분이 자식들 손에 이끌려 진료실을 찾은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다”며 “골반장기탈출증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는 질환이므로 의심된다면 빨리 산부인과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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