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형태'를 찾다 생겨난 '편견'이라는 괴물

입력 2023-11-23 13:35수정 2023-11-2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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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괴물' 29일 개봉…일본 실사영화 중 사전 예매량 역대 최고

제목이 지칭하는 괴물은 성소수자 차별·혐오하는 '우리'
"사회가 가족, 부부, 사랑의 형태 너무 좁게 정의"
사카모토 유지와 공동 작업…제76회 칸영화제 각본상

▲영화 '괴물' 스틸컷 (네이버영화, (주)NEW)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은 사랑에 관한 영화다. 22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는 초등학교 5학년인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와 요리(히이라기 히나타)라는 두 소년의 관계성을 통해 '사랑의 형태'는 진실로 어떤 모양인지 묻는다.

영화는 '남성스러움(혹은 여성스러움)'을 강요하는 젠더 이분법이 자라나는 아이들의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를 새길 수 있는지 묘사한다. 그런 점에서 제목이 지칭하는 괴물은 폭압적인 젠더 체계일 수도 있고, 그 체계에 갇혀 타인의 성적 지향을 차별·혐오하는 우리 모두일 수도 있다.

▲22일 영화 '괴물' 언론시사회 직후 열린 화상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모습. (사진=송석주 기자)

이날 언론시사회 직후 열린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고레에다 감독은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공부하는 자리 많이 가졌다"며 "성교육을 포함해 LGBTQ(성소수자)를 담당하는 선생님을 모셔와 아역 배우는 물론이고 현장 스태프들 모두 교육받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도 성적인 문제가 많다. 아직도 대부분 지역에서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우리 사회는) 가족의 형태, 부부의 형태, 사랑의 형태에 관해 정치·사회적인 면에서 매우 좁게 정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화에는 '남자가', '남자다움' 등의 표현들이 많이 나온다. 그런 말을 쓰는 사람들은 상대를 상처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며 "(상처 줄 의도는 없었지만) 그런 말을 듣는 소년들에게는 폭력과 억압이 가해진다"고 설명했다.

극 중에서 미나토와 요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지만, 이 같은 마음을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못한다. 자신들의 사랑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걸 사회적으로(혹은 괴물로부터) 강요당해서다. 사회가 규정한 '일반'과 '정상'의 범주에 대해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적으로 비판한다.

▲영화 '괴물' 스틸컷 (네이버영화, (주)NEW)

영화는 총 3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은 아들 미나토의 이상 행동에 학교를 찾아가는 엄마 사오리(안도 사쿠라)의 시점. 2장은 미나토를 학대했다는 혐의로 학교에서 쫓겨난 선생 호리(나가야마 에이타)의 시점. 3장은 영화의 핵심 인물인 미나토의 시점이다.

극장에 앉은 관객들은 이 영화의 '괴물'이 누군지 찾게 된다. 부모인지, 선생인지, 아이들인지. 같은 사건을 두고 펼쳐지는 여러 인물의 시점 교차를 통해 영화는 뚜렷한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들만 남게 되는 기이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고레에다 감독은 데뷔작 '환상의 빛'을 제외하면 늘 각본을 직접 담당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의 각본은 드라마 '도쿄 러브스토리', '우리들의 교과서' 등으로 명성이 높은 사카모토 유지가 썼다. 두 거장의 협업으로 '괴물'은 제76회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사카모토 유지의 각본을 읽으면서 뭔가 사건이 일어나고는 있는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나도 모르게 누가 나쁜지 괴물 찾기를 하고 있었다. 화살을 누구에게 돌릴 것인가 생각했다. 내가 느꼈던 걸 관객들이 비슷하게 느꼈으면 했다. 그런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굳이 괴물이 누군지 찾고자 한다면 일단 '우리'라고 말하고 싶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두 소년(미나토와 요리)을 적극적으로 괴롭히는 3명의 남자아이다. 또 그들이 놀릴 때, 옆에서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부추기는 아이들이 있다. 내가 생각하기엔 그 학급에서 가장 큰 괴물은 그렇게 부추기는 아이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괴물' 스틸컷 (네이버영화, (주)NEW)

영화의 마지막, 미나토와 요리는 그들의 유일한 안식처였던 산속의 고장 난 기차 안에서 나와 어디론가 뛰어간다. 카메라는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기로 한 소년들의 몸짓을 아름답게 담아낸다. 이 순간 흘러나오는 사카모토 류이치의 곡 'AQUA'는 두 소년의 생을 축복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영화의 대미를 장식한다.

10월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처음 공개된 '괴물'은 29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국내 개봉 일본 실사영화 중 사전 예매량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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