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손맛 없어도 맛있네요” 로봇이 조리한 급식 먹는 학생들

입력 2023-11-2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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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성북구 소재 송곡중 ‘급식로봇’ 공개

급식실 조리사분들 손맛이 안 들어가서 맛 없을 줄 알았는데 로봇이 너무 잘 만들어서 더 맛있어진 것 같아요. 특히 튀김이 바삭바삭해요.

▲22일 서울 성북구 숭곡중학교 급식실에서 전국 최초로 시범 운영중인 급식 로봇이 점심 식사를 조리하고 있다. 급식로봇은 국과 탕, 볶음, 유탕 등 온도가 높고 위험했던 조리 업무를 사람대신 한다. 숭곡중학교에는 총 4대가 도입됐다. 신태현 기자 holjjak@

22일 서울 성북구 소재 송곡중학교 3학년 학생회장 조형찬 군이 급식을 먹으며 이 같이 전했다. 이날 송곡중 학생들의 점심 급식 메뉴는 볶음밥과 양념치킨, 김치볶음, 소고기국 등이었다. ‘송국이’(국탕 로봇), ‘송바삭’(튀김 로봇) 등 급식 로봇이 조리한 급식이다.

송곡중은 올해 2학기부터 볶음 2대, 국탕 1대, 튀김 1대 등 총 4대 급식 로봇을 활용해 급식을 조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급식실 노동자가 조리흄 등 발암물질로 인해 폐 건강이 악화하고 노동 강도가 높아 부담이 있다는 지적에 10억 원을 들여 급식 로봇을 제작했다. 로봇은 서울시교육청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한국로보틱스와 공동 개발했다.

이날 함께 급식을 먹던 부학생회장 한다희 양은 “(급식 로봇 도입 후) 급식이 좀 더 맛있어진 것 같다”며 “예전엔 튀김이 어떤 건 눅눅하고 어떤 건 바삭하고 차이가 있었는데 로봇이 도입된 뒤로는 튀김이 전체적으로 다 바삭바삭해서 좋다”고 말했다.

▲20일 서울 성북구 숭곡중학교 급식실 내부에 마련된 튀김 로봇 '송바삭'과 볶음 로봇 '송뽀끔' (정유정 기자)

로봇은 기존 7명의 조리원 및 영양사가 사전 손질한 음식들을 조리해 낸다. 기름에 튀기기나 국 끓이기, 볶기 등 뜨거운 불 앞에서 장시간 조리가 필요해 위험했던 일들을 로봇이 도맡는다. 조리사들이 각 로봇에 맞게 레시피를 입력해 놓으면 그에 맞게 로봇이 조리를 하는 방식이다. 재료 투입 순서, 물의 양과 온도 등을 정할 수 있으며 어느 타이밍에 로봇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등도 세세하게 설정할 수 있다.

이곳 급식실에서 일하고 있는 김혜영 영양사는 “조리 종사자들은 불 앞에 서 있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만족한다”며 “이전에 2-3시간씩 불 앞에 서 있으면 집가서 밥도 못 먹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서울시교육청이 학교 급식실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도 급식 노동자들의 높은 만족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응답자의 83%는 근무 여건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으며 86%는 기존 대비 25~50% 업무가 경감됐다고 밝혔다. 또 85%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다.

로봇으로 인해 조리 노동자들의 인원 감축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영양사는 “인원 감축은 없었다”며 “로봇은 혼자 일하는 게 아니라 인간과 함께하는 합동로봇이다. 전처리나 후처리는 결국 인간이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급식 로봇 관련) 시스템과 모델이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고 (다른 학교로) 확산시키는 건 신속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리 종사자들이) 위험한 부분이나 근골격계 질환 야기하는 정도의 힘든 작업들이 있었는데 (로봇으로) 그런 것들을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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