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망 재가동됐지만…장애 원인도 모르는 정부

입력 2023-11-2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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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센터‧민원실 증명서 발급재개
행안부, ‘상황실’ 운영…만일 대비
보안프로그램 업데이트 오류 추측
이상민 장관 “상세원인 곧 밝힐 것”

정부 민원서비스 마비라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한 행정전산망 장애가 모두 복구되면서 민원 현장이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사고 발생 나흘이 지나도록 정부는 구체적인 장애 원인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 ‘디지털 재난’ 대응도 지난해 카카오톡 먹통 사태와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12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지방행정 전산서비스 장애 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행정안전부)

행정안전부는 20일 ‘지방행정 전산서비스 장애 대응 상황실’ 운영에 들어갔다. 지방행정 전산서비스 장애 대책본부는 고기동 행안부 차관을 상황실장으로 삼고, 디지털정부실장을 상황총괄관리관으로 하는 장애대응 상황실을 이날 오전 7시 꾸렸다.

정부 온라인 민원 서비스 ‘정부24’가 18일 복구된 데 이어 19일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 ‘시도 새올행정시스템’도 복구됐지만, 평일에는 전산망 트래픽이 주말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산망 마비 사태가 벌어진 17일과 주말 동안 현장 민원서류 발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민원인들이 한꺼번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

이날 정부24에서 여전히 오류가 난다는 민원이 간혹 접수됐으나 서비스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행안부는 설명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정부24 발급‧처리 건수는 26만여 건, 시도 새올행정시스템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접속 건수는 53만여 건으로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행정전산망이 먹통 된 원인을 분석한 결과 새올지방행정정보시스템에 접속하는 공무원 인증(GPKI) 시스템 네트워크 장비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행안부는 해당 장비를 교체한 이후 19일 서비스를 정상 재개했다. 원인 발표까지 53시간이나 걸린 셈이다.

주무 부처장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디지털 정부와 공공행정을 선도한다”며 해외 출장길에 올랐지만 예정보다 하루 이른 18일에 조기 귀국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 먹통 사태를 빚은 정부 행정전산망이 나흘 만에 정상화된 20일 서울의 한 구청 민원과에서 시민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특히 GPKI 시스템 네트워크 장비에 오류가 발생한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답을 찾지 못한 상태다. 16일 대전에 위치한 행안부 산하 국가정보관리원이 행정전산망 관련 서버의 보안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GPKI 시스템과 연결된 ‘L4 스위치’(트래픽을 여러 서버에 배분하는 장비)에 이상이 발생했을 것이란 추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정부24와 시도 새올행정시스템은 모두 서버를 정보관리원에 두고 있다.

또 장애 이후 대응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장애 발생 이후 민원인들을 돌려보내면서도 변변한 재난 안내문자가 없었다. 지난해 카카오톡 먹통 사태와 비교할 때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무엇보다 장애가 발생한 네트워크 장비의 상세 원인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분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애 원인 규명을 토대로) 종합 대책을 마련해 다시는 이런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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