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200석 기대감…'거부권 소환' 野 입법 드라이브 더 강화된다

입력 2023-11-0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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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내 "거부권 무력화·탄핵 가능한 200석 필요"
與 반대하는 쟁점법 강행…사실상 거부권 소환

▲<YONHAP PHOTO-3529> 질의하는 이탄희 의원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방부 군사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2023.10.16 superdoo82@yna.co.kr/2023-10-16 16:08:34/<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200석 가능론'에 기반한 기대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수도권(121석) 등 주요 격전지를 석권하거나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통해 원내에 진입한 범진보야권과 연합할 경우 대통령 법률 재의요구권(거부권) 무력화·탄핵, 나아가 개헌까지 가능한 200석에 도달할 수 있다는 취지다.

섣부른 낙관은 자제해야 한다는 내부 지적도 있지만, 민주당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에 관한 법률안) 등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유력한 법안을 강행하려는 이면에는 200석 호소를 위한 명분 쌓기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은 1일 KBC광주방송에서 "수도권을 석권하면 200석을 못 하리라는 법도 없다"고 말했고, 같은 날 이탄희 의원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의 최대 목표는 윤 대통령이 묻지마 거부권 행사하는 기반을 최소한으로 축소하는 것"이라며 "(야권) 연합 200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앞서 페이스북에 "범민주 진보세력, 국민의힘 이탈 보수 세력까지 다 합해 200석이 되길 희망한다"며 "200석이 있으면 대통령 법률 거부권이 무력화되고, 개헌안 국회 통과가 가능하고,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고 적었다.

실제 대통령 거부권으로 국회에 돌아온 법안이 다시 가결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168석으로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법안을 단독 처리해도 100석 이상의 여당과 대통령 거부권이 있는 한 폐기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올 상반기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 문턱을 넘었지만 대통령 거부권→재의 과정에서 무산된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이 일례다. 9일 본회의에 상정될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도 같은 절차를 거쳐 저지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이 앞서 폐기된 양곡관리법과 간호법도 다시 추진하고 있는 만큼 2차 거부권까지 예상되고 있다. 보완·수정 절차를 거쳐 새롭게 발의된 양곡관리법은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이지만, 국민의힘은 야권의 새 법안도 폐기된 안과 사실상 본질이 같다고 보고 있어 논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다만 한 당의 200석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민주당은 압승한 21대 총선에서 지역구(163석)·비례(17석) 의석을 합해 180석을 얻었다. 정 상임고문의 표현대로 민주당이 수도권을 석권하면 지난 총선 대비 16석이 추가되지만, 보수세가 강한 강남 3구 등이 있는 한 가능성은 희박하다. 때문에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통해 소수정당에 비례 의석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진입한 진보세력과 연합 200석을 꾸려야 한다는 것이 이 의원의 주장이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이 거부하더라도 우리가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하면 더더욱 국민의힘의 정당성이 약화된다"며 "(국민의힘이 21대 총선에서 얻은 비례대표 의석) 19석에서 4·5석만 줄어도 15석, 10석 이하로 줄어들면 100석 달성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대통령 거부권을 소환하기 위한 민주당의 입법 드라이브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반 의석을 가졌지만 결국 200석 미만 의석으로는 입법 주도권을 못 쥔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권한인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과 별개로 민주당도 쟁점 법안을 통과시킬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해야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거부권 때문에 못했으니 200석까지 도와달라고 호소할 수 있다. 지금은 그런 명분을 쌓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내에서는 자칫 자만으로 비쳐 역풍을 맞을 수 있는 200석 언급에 대해 비판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200석은) 이 의원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민주당은 그런 발언을 조심할 때"라고 말했다. 김두관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위기가 몰려오는데도 200석 압승론을 떠드는 정신 나간 인사들도 있다"며 "20년 집권론 떠들다 5년 만에 정권이 끝난 것을 벌써 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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