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내은행 9곳 중 5곳, 순환근무대상자 보직 이동 40% 밑돌았다

입력 2023-11-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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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근무자 잇단 횡령사고 불구
순환근무 대상자 부서이동 미흡
업계 '영업 안정화 위해 인원 조정"

국내은행 9곳 중 5곳은 순환근무 대상 직원의 소속 이동 비율이 4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은행에서 순환근무가 필요한 장기근무 직원 중 절반 이상은 부서이동이나 직무순환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이 내년까지 은행의 장기근무자 비율을 5%이내로 축소하라고 요구한 만큼 순환근무제 실효성 확보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기인사가 이뤄진 올해 7월 기준 국내 은행 9곳의 순환근무 대상 직원 수는 총 3824명으로 집계됐다. 4대 시중은행에서는 △KB국민은행 1072명 △신한은행 595명 △하나은행 1131명 △우리은행 69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순환근무 대상 직원은 '장기근무 제한 적용 배제' 직원을 제외하고 은행별 최근 정기ㆍ수시인사 시점에 장기근무자에 해당해 장기근무 승인 또는 소속 이동이 필요한 직원을 뜻한다. 장기근무자는 은행연합회 모범규준에 따라 영업점에서 3년 이상 또는 동일 본부 부서에 5년 연속 근무한 직원이다. 이 중에서 IT, 법무 등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과 계좌, 실물을 관리하지 않아 금전사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업무지원부서 인력은 장기근무 제한 적용 배제 직원으로 분류한다.

황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은행 9곳 중 5곳은 순환근무 대상 직원의 소속 이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은행 중에서는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전체 순환근무 대상 직원 중 각각 31.9%, 37.9%만 정기인사 과정에서 소속이 바뀌었다. 순환근무가 필요한 장기근무자 10명 중 3~4명만 실제로 이동했다는 뜻이다.

신한은행은 92.8%, 우리은행은 99.1%로 집계돼 순환근무 대상자가 대부분 소속을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은행까지 포함할 경우 DGB대구은행의 이동률이 가장 떨어졌다. 대구은행은 전체 순환근무 대상 직원의 3.1%만 이동됐다. 지방은행에서 해당 비율은 △광주은행 32.2% △전북은행 40% △부산은행 74.8% △경남은행 82.6%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7월 정기인사 당시 영업점과 본점의 영업·근무 안정화를 위해 실제 순환근무 인원 비율을 조정한 것"이라며 "내년 말까지 남아 있는 두 번의 정기인사를 통해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맞게 장기근무자 수를 관리하겠다"고 설명했다.

장기근무자 수 감소가 은행 내부통제 혁신의 대표 과제로 떠오른 것은 최근 2년간 금융권에서 대규모 횡령사고를 일으킨 직원들이 전문성이 필요한 부서에 오랫동안 근무한 직원들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은행에서는 직원 한 명이 본점 기업개선부서에 10년 넘게 장기근무하는 동안 700억 원을 횡령했다. 경남은행은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업무를 담당한 직원 한 명이 77차례에 걸쳐 2988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장기근무자 비율을 순환근무 대상 직원 중 5% 이내 또는 50명 이하로 관리하도록 정했다. 잇따른 금융사고에 이 비율의 달성 시한도 기존 2025년 말에서 내년 말로 1년 앞당겼다.

은행권은 시한 내 '인사 관련 내부통제 모범규준'에 따라 장기근무자 목표 비율 등을 준수할 방침이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장기근무자 비율 제한이 내년 말로 시행 시점이 앞당겨진 만큼, 그에 맞게 목표를 재설정해 인사이동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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