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전면금지’ 득인가 실인가…복잡해진 셈법

입력 2023-11-0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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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 과거 3차례, 코스피·코스닥 지수 상승…거래대금도 증가
공매도 비중 높은 이차전지·제약·바이오 업종 수혜 기대
가격효율성 저하, 변동성 확대 우려도…주가 과대평가 해소되지 않아
선진국 지수 편입 걸림돌…외국인 수급 변화 가능성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금융위원회를 마친 뒤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공매도 금지’는 항상 외부 충격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환경일 때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그리고 2020년 코로나 펜데믹 시기다. 이번 공매도 금지는 내부 요인으로 결정된 첫 사례다.

시장의 기대는 엇갈린다. 공매도 전면금지가 시장 급락 방어와 거래대금 증가로 주식시장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가격효율성을 저하시키고 한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매도 금지, 금융 안정 기여

6일 공매도 전면금지 첫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66% 오르며 2502.37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7.34% 상승한 839.45로 마쳤다. 코스피는 2020년 3월 25일(5.89%) 이후, 코스닥은 2020년 3월 24일(8.26%)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특히, 코스닥은 장중 급등하며 프로그램매수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2020년 6월 16일 이후 약 3년 3개월 만이자 역대 12번째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금지가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 공매도 금지 기간 사례를 보면 증시는 하방이 지지되어 이후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공매도 금지 기간(2008년 10월 1일~2009년 5월 31일) 코스피 지수는 3.6% 하락했지만, 코스닥 지수는 19.97% 상승했다.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 당시(2011년 8월 10일~2011년 11월 9일)에는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5.89%, 17.68% 증가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때(2020년 3월 16일~2021년 5월 2일)는 코스피가 77.7%, 코스닥이 87.68% 상승했다.

특히, 지수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증시 거래대금이 증가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공매도 금지 전과 후 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을 비교해보면 2008년에는 6조3000억 원에서 7조4000억 원으로 17% 증가했고, 2011년에는 9조 원에서 9조4000억 원으로 4% 증가했다. 2020~2021년에는 9조8000억 원에서 27조2000억 원으로 17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공매도 금지 기간에도 개인투자자 유입으로 증시 거래대금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제도적인 실효성 논란을 떠나 이번 공매도 금지는 주식시장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본다”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결정 이후 실질금리, 달러화 가치 하락 등 위험자산에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졌다. 연말까지 주가 상승에 보탬은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증권가는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이차전지 업종이 수혜를 볼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대로 공매도 전면금지 첫날 에코프로비엠와 에코프로는 상한가를 기록했고,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DX, 엘앤에프 등도 20% 이상 올랐다.

산업재 업종 다음으로 공매도 비중이 가장 높은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업종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코스닥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허가 승인 심사를 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신약 신청 전보다 주가는 낮아졌다”며 “무차별 공매도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고 있고, 이번 공매도 금지에 따라 회사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 증시 전체 종목에 대한 공매도 전면 금지가 시행된 첫날인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1.46p(1.33%) 오른 2399.8로 출발해 장중 2,460선을 넘기기도 했다. 연합뉴스

가격효율성 저하·변동성 확대는 우려

공매도 금지 효과가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차적으로 공매도 금지가 주가 ‘V자 반등’과 같이 상승 모멘텀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2008년, 2011년, 2020년 모두 주가 반등이 공매도 금지 자체보다는 각국 정부의 부양책,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금리인하 등에 힘입어 나타났던 탓이다.

자본사장연구원이 올해 2월 발간한 ‘공매도 규제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는 가격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변동성을 확대시키며, 시장거래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익률이 플러스(+)인 경우의 변동성과 증가폭이 크게 나타나 공매도 제한으로 주가의 과대평가가 효과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준석,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 전면금지의 경우 부정적 영향이 명확하게 관찰된다”며 “공매도의 경제적 기능을 인정하면서 합리적인 시장구조 구축을 위한 제도적 환경정비를 통해 공매도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등의 추진도 잠정적으로 영향을 받게 됐다. MSCI가 선진국 지수를 분류할 때 △경제 발전 수준 △시가총액 및 유동성 △시장접근성을 고려해 분류하는데, 시장 접근성과 관련 공매도 금지가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리서치 기업 스마트카르마의 브라이언 프레이타스 애널리스트는 “공매도 금지가 과도한 밸류에이션에 제동장치 역할을 하지 못해 개인 투자자가 선호하는 일부 주식 종목에 거품을 형성할 것”이라며 “공매도 금지는 한국이 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선진국 지수로 이동할 가능성을 더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자금의 시장이탈도 우려된다. 공매도 금지 시행으로 외국인 투자자 중 헤지펀드 외국인 수급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한지영·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국계 롱숏 헤지펀드들이 특정 국가에 숏 포지션을 구축할 때 이에 대한 헤지펀드들의 한국 증시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시킬 수도 있다”며 “중장기적인 국내 증시 주가 방향, 외국인 수급 변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여부 등 공매도 금지 시행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공매도 규제에 의한 종목의 반등은 펀더멘탈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단순 낙폭 과대에 따른 숏커버 종목은 수급 재료가 사라지면 다시 조정을 보일 공산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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