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 안정?…예년 비교하면 아직도 높아

입력 2023-11-0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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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평균 상승률 10개월째 4%대…금융위기 직후보다 심각한 고물가

▲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고물가가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1월 이후 하락하고 있으나, 예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3.6% 올랐다. 근원물가는 종합물가지수에서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지수로,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다.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 상승률은 올해 1월 5.0%로 정점을 찍고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도 같은 흐름이다. 지난해 11월 4.3%까지 올랐다가 올해 10월 3.2%까지 떨어졌다. 기획재정부는 이를 근거로 “근원물가는 안정 추세를 지속하고, 개인서비스 물가도 상승률이 낮아지는 등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올해 근원물가에는 기저효과가 반영돼 있다. 1월 근원물가 지수가 높았던 건 지난해 1월 상승률(3.0%)이 낮았기 때문이고, 10월에 낮았던 건 지난해 10월 상승률(4.8%)이 높았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물가수준이 높아도 전년도 상승률에 따라 올해 상승률이 높거나 낮아 보이는 일종의 착시다.

기저효과에 의한 통계 왜곡을 방지하려면, 전년도와 당해연도 2년간 상승률의 평균치로 판단해야 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최근 근원물가는 ‘둔화’가 아닌 ‘정체’ 상황이다. 2년 평균 월별 근원물가 상승률은 1~2월 4%에서 3월 4.05%, 4월 4.1%, 5월 4.2%, 6월 4.25%로 확대됐다. 이후 7월 4.2%, 8~9월 4.15%로 둔화했지만, 10월 다시 4.2%로 올랐다.

2년 평균 근원물가 상승률이 10개월째 4%대를 웃도는 상황은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특정 연도에 물가 상승률이 급등하면, 이듬해에는 기저효과로 둔화한다. 이 때문에, 평균 상승률은 2~3%대에 수렴한다.

일례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9월부터 2009년 2월까지 근원물가 지수 상승률이 5%를 웃돌았으나, 2009년 9월 이후에는 2%대로 떨어졌다. 당시 2년 평균 근원물가 상승률이 4%를 웃돌았던 기간은 2008년 12월부터 2009년 2월까지 3개월에 불과했다. 지표만 보자면 10개월간 4%를 웃돌고 있는 올해 상황이 더 심각하다.

과거 10개월 이상 2년 평균 근원물가 상승률이 4%를 웃돌았던 건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12월이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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