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친명기획단"…친명 "공천 불이익 불가능"
컷오프 예견될 경우 공천 심사 전 탈당 관측도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친명(친이재명)계 5선 조정식 사무총장을 필두로 한 총선기획단을 띄우면서 공천을 둘러싼 비명(비이재명)계와의 내전도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비명계는 이재명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에 박정현 전 대전 대덕구청장을 임명한 데 이어 총선기획단도 친명 위주로 꾸린 것을 사실상 '공천 학살' 수순으로 보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당내 운신의 폭이 좁아진 비명계가 탈당을 결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1일) 총선기획단 13명 인선을 발표했다. 조 사무총장, 정태호 민주연구원장,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 등 주요 당직자와 여성·청년 몫 원내·외 인사가 두루 포진했지만 비명계를 중심으로 '친명 일색'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총선기획단이 아니라 친명기획단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구성"이라며 "조 사무총장은 본인 의사대로 이 대표 체포동의안 사태 책임을 져야 할 분이며 사임해야 할 분이다. 누구 사표는 받고 누구 사표는 받지 않는다, 이 대표의 사표 수용 기준은 친명인가 아닌가인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표가 자신의 체포동의안 가결 국면에서 나란히 사의를 표한 비명계 송갑석 전 최고위원의 건은 즉각 수용하고 조 사무총장의 건은 사실상 반려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이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기획단 인선을 보고도 통합이라 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조 사무총장이 당연직 총선기획단장을 맡은 데 이어 향후 공천관리위원회 당연직 부위원장 합류도 기정사실인 만큼 비명계의 공천 불이익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이 의원은 같은 날 SBS라디오에서 "선출직 공직자평가위원회 과정에서 정성적 평가 비중이 높아 단장이 얼마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친명계는 공천 과정이 투명한 시스템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부당한 요소가 개입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당내에서 조 사무총장만큼 공정하고 원만한 분이 없는데 왜 사퇴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비명계에) 공천 불이익을 줄 거라는 건 전혀 말이 안 되고 지금 민주당 당헌당규에 확실한 공천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그걸 벗어나기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비명계 우려는 여전하다. 이 대표가 "작은 차이를 넘자"는 통합 메시지를 수 차례 내면서도 비명계 박영순 의원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는 박 전 구청장을 지도부로 합류시킨 데 이어 조 사무총장에게 공천과 관련한 중책을 일임한 것이 모순이라는 이유에서다.
비명계 관계자는 "이 대표가 아무리 통합을 말해도 일련의 결정이 통합과 거리가 멀다면 진정성을 의심받는다"며 "박 최고위원 임명, 조 사무총장 유임을 누가 통합이라고 생각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공천 심사가 이뤄지기 전 비명계가 선명한 불이익 요소를 감지할 경우 탈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선에 참여했다가 탈락하면 동일 지역구 출마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비명계 집단 탈당으로 이어지면 사실상 분당이 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사무총장이 바뀌지 않는 이상 친명 총선기획단은 예견된 것"이라면서 "비명계가 탈당을 하더라도 공천 심사가 다 끝난 다음에 하면 패잔병 모임이 되기 때문에 그 전에 할 것이다. 비명계 집단 탈당, 분당 가능성은 아직 유효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