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타는 글로벌 은행리스크…한국도 노심초사

입력 2023-11-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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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소은행 순이익 14% 감소…영국 메트로은행 유동성 위기 불거지기도
고금리 장기화에 국내 저축은행 순손실…장단기 정기예금 금리 역전 등 위기신호
부동산PF 잠재 부실 증가 우려…“부실 조기 처리 않으면 장기 침체 가능성”

▲10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샌드힐 로드에 있는 실리콘 밸리 은행(SVB) 지점 문이 잠겨있다. (멘로파크/REUTERS연합뉴스)

미국에서 불거진 은행 리스크가 유럽으로 확산하면서 시간차를 두고 전세계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경제는 연초 불거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크레디트스위스(SC) 충격에 한차례 홍역을 앓은 바 있다. 국내는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장단기 예금금리 역전이 나타나고, 순이익이 급감하는 등 각종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다.

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 30개 중소은행의 평균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자이익도 4.9% 감소했다. 예금은 상반기보다 안정됐지만, 순이자이익은 고금리 영향으로 줄었고, 오피스 등 상업용부동산 부실 및 증권 미실현손실 부담이 지속되며 일부 은행에서 손실이 발생했다.

미국 지역은행 키코프(Keycorp)는 3분기 순이자이익이 9억2000만 달러로 6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시티즌(Citozens)은행은 3분기 오피스 대출 부문 중심으로 무수익여신이 전년 동기 대비 52%(4억4000만 달러) 확대됐다.

유럽에서도 은행리스크가 나타날 조짐을 보인다. 영국 메트로은행(Metro Bank)은 자본 부족 및 조달 난항 소식으로 유성성 위기가 불거졌다. 메트로은행이 기존 주주와 채권자로부터 자본을 조달하고 부채를 재융자하기로 하면서 불안은 일단락됐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번 메트로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일단락 되면서 다른 은행들로의 위험은 낮다고 평가된다”라면서도 “고금리 장기화 등 비우호적인 금융여건이 계속된다면 영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중소은행권의 유동성 리스크 등 불안 가능성이 커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위태로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5대 금융지주(신한·KB·우리·하나·농협)의 자회사 저축은행 5곳은 3분기 순손실 70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누적 순손실은 250억 원에 달한다. 고금리가 장기화 여파가 컸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높은 예금 금리를 제공한 반면 대출 금리는 법정 상한선(20%)에 묶여 있어 예대 마진이 줄어든 탓이다.

장단기 정기예금 금리가 역전되는 이례적인 상황도 벌어졌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중 6개월 만기 금리가 1년 만기 금리보다 높은 상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단기 상품 수요가 커진 탓이다. 내년에 만기가 한 번에 도래해 유동성이 부족해지는 상황을 막으려는 의도도 깔렸다. 주요 조달 수단인 만기를 분산하기 위해 예금 금리를 높이면 저축은행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끝나지 않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는 시한폭탄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업권별 부동산 PF 리스크 수준은 저축은행이 3.3으로 증권(2.6), 캐피탈(2.7)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PF 익스포저 비중은 지난해 말 208%에서 올해 3월 212%로 큰 변화가 없고, 브릿지론 비중도 120%를 웃돌고 있다. 부동산PF 잠재 부실 증가로 신규 취급이 대폭 축소됐음에도 채무재조정(만기연장, 상환유예, 추가대출 등)을 통한 부실 이연으로 상각, 매각 등을 통한 부실 처리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기평은 “부동산 가격이 충분히 상승하지 않는 한 PF 익스포저의 정상적 해소는 어렵고, 부실을 조기에 처리하지 않으면 구조적 장기 침체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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