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풍덩 빠진 샤르자 국민이 가는 곳…House of Wisdom

입력 2023-11-01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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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자 명소, 지혜의 집ㆍ이슬람 문명 박물관
아크루비 관장 "도서관은 '열린 공간'으로 지식 창조 역할"
쿠란 제본의 역사, 샤르자 책 문화 발전 원동력

▲숲처럼 조성된 코치아르(COTIAR)에서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마르와 알 아크루비(Marwa Al Aqroubi) 관장(가운데) (송석주 기자)

샤르자에 있는 도서관 지혜의 집(하우스 오브 위즈덤 : House of Wisdom)은 지역민들의 또 다른 집이다.

31일(현지시각) 샤르자국제도서전 참가를 위해 도서관에 방문한 한국 기자들에게 마르와 알 아크루비(Marwa Al Aqroubi) 관장은 "집, 직장, 학교 이외에 지역민들에게 중요한 제3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콘셉트"라며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라 가족이 와서 함께 즐기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지혜의 집은 유네스코가 선정한 2019년 '세계 도서 수도'를 기념하기 위해 샤르자의 술탄 빈 무하마드 알 카시미 국왕이 만들었다.

지혜의 집은 3500평이 넘는 규모를 자랑한다. 도서관 내부에 있는 숲처럼 조성된 코치아르(COTIAR)라는 공간에는 새들이 지저귀며 쉬기도 했다. 현대적인 건축물에 인간과 자연의 조화가 돋보이는 공간의 도서관이다.

▲지혜의 집 1층에 마련된 아동청소년 구역. 엄마와 딸이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는 모습. (송석주 기자)

▲지혜의 집 1층에 마련된 아동청소년 구역. (송석주 기자)

아크루비 관장의 말처럼 지혜의 집은 여느 도서관과 달랐다. 1층 오른쪽 구역은 아동ㆍ청소년을 위한 책들이 마련돼 있었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고 떠드는 '시끄러운 공간'이었다. 도서관은 조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한 설계다.

▲지혜의 집 2층에 마련된 독서 공간. 샤르자 청소년들이 해맑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송석주 기자)

2층으로 올라가면 학생들이 저마다 관심 있는 책을 읽고, 과제를 하면서 도서관 자체를 적극적으로 즐기고 있었다. 서로 책 읽는 모습을 찍어주기도 했는데, 일반적인 도서관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아크루비 관장은 이를 '열린 공간'으로 표현했다.

아크루비 관장은 "미래 도서관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 지혜의 집은 도시에 있는 Community Space(커뮤니티 스페이스)를 제공하는 느낌의 공간"이라며 "책 읽는 도서관이면서 동시에 소통하고 즐기는 공간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지혜의 집 내부 모습. (송석주 기자)

그의 설명처럼, 지식은 참여하는 과정에서 창조된다. 딱딱한 느낌의 도서관이 아니라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일상적인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에서 샤르자 국민은 서로의 지혜를 공유하고 있었다.

아크루비 관장은 지난 6월 서울국제도서전 참가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당시 그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 들러 아랍의 전래동화와 아랍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도서들을 기증하기도 했다.

샤르자 문명 박물관의 볼거리 역시 '책'

▲이슬람 문명 박물관 전경. (송석주 기자)

지혜의 집에서 차로 30분을 달리면 샤르자 문명 박물관이 나온다. 이 박물관은 샤르자 문명의 탄생과 변천 과정 등 샤르자가 아랍에미리트(UAE)의 문화 수도 거듭날 수 있었던 순간들이 생생히 담겨 있다.

박물관의 주요 볼거리 역시 책과 관련돼 있었다. 바로 제본(Bookbinding)이다. 인쇄된 낱장 종이를 순서대로 추려서 책으로 만드는 일이 바로 제본이다.

이슬람 경전인 쿠란(quṙān)을 유용하게 읽고, 효과적으로 보존하기 위해서 샤르자에서는 일찍이 제본 기술이 발전했다.

이슬람 서적 제본의 역사는 고대 에티오피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초기 이슬람 시대에는 쿠란을 두 장의 나무판으로 묶어서 등줄기를 따라 야자수 잎 섬유로 고정했다.

▲쿠란의 꽃무늬 장식 (송석주 기자)

▲쿠란의 꽃무늬 장식 (송석주 기자)

▲쿠란의 꽃무늬 장식 (송석주 기자)

이후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죽을 활용한 제본이 탄생했고, 기하학적 패턴의 꽃무늬와 복잡한 격자무늬가 책의 장식으로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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