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까다롭네”… 보류지·무순위 아파트 ‘옥석고르기’ 심화

입력 2023-10-2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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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전국 아파트 시장 내 ‘옥석고르기’ 추세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한동안 없어서 못 팔았던 서울 시내 보류지와 무순위 청약 단지 중에서도 최근 상품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단지는 고전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에서 아파트값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지만, 입지와 가격 경쟁력을 갖춘 단지만 수요자 선택받는 시장이 계속되는 셈이다. 금리 인상과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 정책 등으로 시중 자금 유동성이 뚝 떨어진 만큼 알짜 단지를 찾는 깐깐한 수요자의 선택은 이어질 전망이다.

29일 서울정비사업몽땅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응암4구역재건축(e편한세상 백련산)조합은 전용면적 84㎡형 보류지 2가구 매각 공고를 냈다. 해당 가구 최저 입찰가격은 각각 8억3500만 원이다. 입찰 기간은 오는 31일까지다.

보류지는 재건축·재개발조합이 분양 관련 사항 변동에 대비해 일반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물량이다. 매각은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만 19세 이상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청약통장도 필요 없다.

앞서 이 단지는 여러 번 매각 공고를 냈지만, 집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달 초 매각 공고에선 최저 입찰가를 8억7900만 원으로 책정했지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자 몸값을 4400만 원 낮춰 재도전에 나섰다. 지난 2021년 서울 집값 상승기에는 같은 평형 보류지 매각 당시 최고 9억7400만 원까지 올렸다. 하지만 시세 하락과 수요자 외면에 몸값을 1억 원가량 낮춘 것이다.

입찰가 할인에도 매각 전망은 안갯속이다. 단지 바로 앞 ‘백련산SK뷰아이파크’와 ‘백련산 해모로’ 전용 84㎡형은 지난달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 8억2000만~ 8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매도호가는 9억 원 선이지만, 실거래가 기준으로 보면 보류지 몸값은 최근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다.

인근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e편한세상 백련산 단지는 언덕 위쪽에 있고, 가구 수 역시 많지 않아 주변 단지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긴 어려운 상황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기에 보류지는 낙찰 후 90일 이내에 잔금까지 모두 치러야 한다. 주변 시세와 비슷하다면 가격을 따지는 최근 매매시장 흐름 속에서 낙찰은 난항이 예상된다.

이렇듯 최근 아파트 매매시장은 가격이 최우선 선택 요소로 자리잡았다. 핵심지역이라도 시세보다 비싼 곳은 실수요자 외면이 이어진다.

지난달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는 보류지 27가구 입찰에 나섰지만, 3가구만 계약에 성공했다. 당시 전용 84㎡형 기준 최저 입찰가는 39억5000만 원부터였다. 8월 같은 평형의 입주권이 38억 원대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시세보다 약간 비싼 수준이다. 보류지는 동과 호수를 선택하지 못하고, 옵션 변경도 불가능 할 뿐만 아니라 단기간 내 주택 대금을 완납해야 한다. 가격 조건이 불합리한 곳은 핵심지 단지라도 완판이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아울러 서울 지역에서 무순위 청약 물량이 대거 풀린 단지도 집주인 찾기에 여념이 없지만, 상황은 녹록잖다. 서울 구로구 ‘호반써밋 개봉’은 1순위 경쟁률 평균 25대 1을 넘게 기록했지만, 전체 공급량의 40% 수준인 72가구가 무순위 청약 물량으로 풀렸다. 이날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까지 ‘화곡 더리브 스카이 주상복합아파트’는 8차, ‘남구로역 동일 센타시아’는 5차까지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모두 상대적으로 비싼 분양가로 논란이 불거진 곳이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요즘에는 분양 광고 때 서울이든 지방이든 무조건 가격이 합리적이지 않으면 필패”라며 “가격 장점을 앞세우지 않으면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경우가 많고, 금리 인상까지 이어지고 있어서 연말은 물론 내년까지 가격 경쟁력이 주택 구매의 최우선 요소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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