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과 공모…공정거래법 위반 사실 인정돼”
“부당이익은 이호진과 특수관계인에 귀속”
총수 일가가 소유한 회사에서 만든 김치ㆍ와인 등을 계열사가 시세보다 고가로 사게 한 혐의를 받는 태광그룹 전 경영기획실장 김모 씨에게 법원이 벌금 4000만 원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박혜정 판사는 26일 “피고인이 임직원과 공모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태광그룹의 여러 계열사 대표이사, 사내이사 등으로 근무한 피고인의 영향력으로 인해 각 계열사에서 김치, 와인을 구매하게 됐다”면서 “이로 인해 티시스는 상당한 영업이익을 얻었고 이 부당이익은 이호진과 그의 특수관계인에 귀속됐다”고 판시했다.
김 씨는 태광그룹 경영기획실 실장으로 재직하던 2014~2016년 사이 태광그룹 이호진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골프장 운영사 티시스의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대량의 김치를 위탁생산했고, 계열사에게 이 김치를 시가보다 2~3배 비싼 값으로 사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거래액은 95억 원 상당으로 조사됐다.
또한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주류 수입업체 메르뱅의 와인을 계열사에 강제로 구매하게 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티시스가 운영하는) 골프장 휘슬링락 CC의 영업 실적이 나빠지자 재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외부에 위탁해 배추김치, 알타리 무김치 등을 만들었고 정상 거래에 비춰 상당히 높은 가격을 적용했다”고 봤다.
메르뱅 와인의 경우 “계열사별로 와인을 구매하게 한 다음 경영기획실에 매월 말 그 실적을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면서 “5000만 원 이상의 외부거래가 있을 경우 보고하게 해 사실상 외부거래도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구매해야 할) 양이 많아 복리후생비로 구매했다”, “회사가 어려우니 김치를 많이 소비해달라고 했다” 등 재판 과정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계열사 관계자들의 증언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총수 일가의 이득을 도모하려는 것뿐만 아니라 티시스, 메르뱅의 적자를 해소하려는 목적도 있었다는 점, 이 범행으로 피고인이 직접 경제적인 이득을 얻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