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효과에 들썩이는 홍대앞...“같은 참사 없어야, 그래도 핼러윈 놓칠 순 없어” [이태원참사 벌써 1년]

입력 2023-10-2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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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홍대로 몰린다는데…기대·우려 교차하는 상인들

마포구 ‘AI 인파관리시스템’ 활용, 안전 관리 나서
시민들 “핼러윈 때 홈파티만 하거나 외출 자제할 것”

▲25일 오후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 모습 (정유정 기자)

27일부터 주말 동안은 장사 안 하려고요. 핼러윈 참사 1주기이기도 하고, 사람도 몰린다고 하니까요.

25일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 노점을 운영하는 상인 A씨는 “주변 상인들과 핼러윈 기간인 이번 주말엔 장사하지 말자고 이야기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안 그래도 9번 출구 앞은 유동인구가 많아 붐비는데 핼러윈 기간 인파가 더 몰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예 영업을 안 하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당연히 추모해야죠”라고 답했다.

이달 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젊은이들이 참사가 있었던 이태원 대신 홍대 등 타 지역으로 몰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이에 홍대 상인들 가운데서는 “비슷한 사고가 재현되지 않도록 자중해야 한다”는 우려와 “핼러윈 특수를 놓칠 수 없다”는 기대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25일 오후 홍대 인근 곱창골목 모습 (정유정 기자)

경찰이 인파 밀집 지역으로 꼽은 홍대 곱창골목은 사람 네 명 정도가 나란히 설 수 있을 정도의 비교적 좁은 폭의 경사진 도로가 펼쳐졌다. 차량 한 대가 지나가면 사람 한 명이 옆으로 비켜서 피할 수 있을 정도의 폭이었다.

이곳의 탕후루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는 직원 B씨는 “이쪽 골목은 평소에도 늘 사람이 많다”며 “클럽거리로 이어지는 길이다 보니 외국인들도 많고 유동인구가 아주 많은 편”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에는 안전 대비를 잘 좀 해줬으면 좋겠다”며 “(참사 희생자들이) 자식 같은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홍대 클럽거리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민민철(33) 씨는 “어차피 밥집이기도 해서 핼러윈 장식 같은 건 하지 않는다”며 “작년에 그런 사고가 있었으니 올해 여기 분위기도 어떨지 짐작이 잘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이 너무 붐비면 어차피 수용할 수 있는 인원도 한정적이기 때문에 매출에 대한 큰 기대도 없다”고 전했다.

“불경기에...핼러윈 기간 매출 상승 기대”

▲핼러윈 장식으로 꾸민 홍대 인근 가게 (정유정 기자)

반면, ‘핼러윈 특수’를 잡으려는 가게들도 눈에 띄었다. 클럽거리 인근에서는 호박 모형이나 주황색 고깔모자 등으로 가게를 장식해 핼러윈 분위기를 낸 술집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상인 유모(38) 씨는 “아무래도 이태원은 추모 분위기니까 홍대로 많이들 올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며 “불경기라서 다들 이번 핼러윈 때 매출 상승을 좀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유 씨는 “우리 가게도 원래 밤 10시까지 영업이지만 핼러윈 기간에는 밤 11시까지로 운영 시간을 늘렸다”고 말했다.

가게 나름대로 안전장치를 마련한 뒤 핼러윈 분위기를 낼 것이라는 가게도 있었다. 호박 모형들로 화려하게 매장 내·외부를 꾸민 한 펍에서 만난 직원 장모(27) 씨는 “핼러윈이 특수니까 사장님도 이렇게 핼러윈 분위기로 가게를 꾸미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며 “이런 술집은 핼러윈 때 크게 매출을 당겨야 해서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에는 “경광봉, 야광 발찌 등 안전 장비도 충분히 구비해뒀다”고 밝혔다.

마포구 “AI 인파관리시스템 적극 활용”

▲홍대 9번 출구 앞 레드로드. 인파 밀집 정도 '위험'을 알리는 LED 전광판을 시민들이 멈춰서서 보고 있다 (정유정 기자)

이런 가운데 마포구는 안전 관리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마포구는 전날 홍대 인근 총 6곳에 설치한 ‘AI 인파관리시스템’을 점검했다. 해당 시스템은 CCTV 화면을 통해 AI가 인파밀집 정도를 분석해 위험 단계에 따라 정상·주의·위험을 알리는 경고 문구와 음성을 표출한다. 실제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 레드로드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현재 인파 밀집 위험단계입니다. 밀지 마시고 해당 지역 재진입을 자제해주세요”라는 음성이 울려퍼졌다. LED 전광판에는 붉은색 배경에 흰 글씨로 ‘위험! 즉시 분산해주세요’라는 문구가 표시됐다.

이러한 경고음에 레드로드를 지나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신기한 듯 전광판을 응시했다. 이 모습을 촬영하던 마포구 주민 이도연(20) 씨는 “(작년과) 같은 사고는 없을 것 같지만, 사람들이 몰리면 다칠 위험이 있을 것 같다”며 “이렇게 구에서 준비한다고 하니 신기하고 좋다”고 전했다.

홍대에서 만난 젊은이 대부분은 핼러윈 기간 외출을 자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대 인근에서 공연하러 왔다는 대학생 김소연(21) 씨는 “이번 핼러윈 때는 친구들과 홈파티를 열기로 했다”며 “주변에서도 이번 핼러윈은 다들 조심하자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전했다.

함께 공연하러 왔다는 대학생 김재용(24) 씨 또한 “핼러윈 때 집에서 쉴 예정”이라며 “주변에서 장소를 따로 대관해서 모임을 갖거나 홈파티만 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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