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부터 이선균까지…연예계, 마약 범죄 스스로 키웠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3-10-2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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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 배우 이선균이 2019년 5월 28일 오후 서울 이촌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마약, 유흥업소, 형사 입건.

배우 이선균의 마약 의혹이 전해지면서 함께 언급된 키워드들입니다. 그동안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가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해온 만큼 ‘마약 혐의’ 보도만으로 대중의 충격이 큰데,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인물과 장소 등이 알려지면서 더 큰 경악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23일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 등 혐의로 이선균을 형사 입건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초 이선균은 내사자 신분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경찰은 정식 수사 전 단계인 내사를 통해 그가 수사 대상이 되는지를 확인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구체적인 단서를 확보했고, 이선균을 정식 수사 대상자인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는 겁니다.

또 경찰은 서울 강남 유흥업소 종업원 A(29·여)씨를 지난 주말 구속하고 같은 유흥업소에서 일한 20대 여성 종업원을 불구속 입건했는데요. A 씨는 올해 이선균과 10여 차례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이선균은 올해 초부터 서울에 있는 A 씨 자택에서 대마초뿐 아니라 여러 종류의 마약을 여러 차례 투약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선균의 이름을 신문 사회면에서 보게 된 게 뜻밖이라는 반응이 나오지만, 사실 연예계의 마약 논란은 그리 새로운 게 아닙니다. 사실 연예계 마약 논란은 ‘역사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끊임없이 등장한 문제기도 하죠.

▲가수 전인권(왼쪽부터), 배우 하정우, 유아인. (뉴시스)
1975년 ‘대마초 파동’ 시작으로…가수부터 배우까지 ‘마약 의혹’

연예계 마약 파동은 1975년에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해 한국 록 음악의 대부라 불리는 신중현과 조용필, 김세환 등 인기 가수 18명이 대마초를 흡입한 혐의로 줄줄이 구속됐습니다. 조용필은 1979년까지 활동금지 처분을 받았죠.

가수 전인권은 1987년부터 2008년까지 마약과 관련해 무려 5차례나 구속됐습니다. 1987년, 1992년에는 대마초 흡연 혐의로, 1997년과 1999년, 2008년에는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됐죠. 전인권은 2014년 인터뷰에서 “쉰이 넘으면 자제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땐 그걸 못해서 무시무시한 경험을 했다”며 “출소한 뒤 2, 3년 있다가 정신병원에 갔다. 교도소가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고백한 바 있는데요. 그룹 부활의 리더로 잘 알려진 김태원도 1987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입건됐고, 1991년에도 같은 혐의로 또 입건됐습니다.

1990년대에는 가수 이승철의 이름이 언론에 대서특필 됐습니다. 1980년대에도 두 차례 대마초 흡연 혐의로 입건된 이승철은 1990년 11월 대마초 흡연 사실이 또다시 알려지면서 수년간 방송에 출연할 수 없었죠. 1994년에는 영화 ‘투캅스’로 인기 절정을 찍은 배우 박중훈이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코미디언 신동엽도 1999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세기가 바뀐 뒤에도 연예계 마약 문제는 꾸준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욱 늘어났는데요. 2000년에는 가수 강산에가 자택 등 국내외에서 8차례 대마초를 피운 혐의를 받았습니다. 싸이도 2001년 대마초 흡연 사실이 적발됐죠.

배우 김부선도 1983년부터 수차례 대마관리법 위반 등으로 적발돼 실형을 살거나 벌금을 냈습니다. 그는 2004년 “대마초 흡연을 막는 건 헌법의 행복추구권을 위배한 위헌”이라며 위헌심판 제청신청을 하기도 했으나, 법원은 어느 정도 규제는 필요하다며 이를 기각했죠.

주지훈은 2009년 엑스터시 등을 투약한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2012년엔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연예인들이 무더기로 적발돼 연예계가 발칵 뒤집혔는데요. 방송인 에이미, 배우 이승연, 박시연 등이 미용 시술과 통증 치료를 빙자해 프로포폴을 상습적, 불법적으로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승연과 박시연은 2013년 재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에이미는 2014년 졸피뎀 투약까지 두 차례 처벌받고 강제 출국을 당했는데요. 2021년 국내에 입국하고 또다시 마약을 해 2심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습니다.

2019년엔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이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에 앞서 박유천은 기자회견을 열고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며 “사실이라면 연예계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어서 황당함을 자아내기도 했죠.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용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연예계, 마약 논란 빈번한 이유는?

올해도 연예계는 마약 혐의로 몸살을 앓았고 있습니다. 남태현, 돈스파이크, 유아인에 이어 이선균까지 마약 투약 의혹이 연일 보도되면서 대중의 피로감을 자아냈는데요. 특히 유아인은 19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대마 흡연 및 교사, 증거인멸 교사, 의료법 위반,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유아인은 프로포폴, 대마, 코카인, 케타민, 졸피뎀 외에도 3종의 마약에도 손을 대 지금까지 총 8종의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습니다.

연예인의 마약 투약 사례가 많아지는 건 먼저 연예인이 마약에 쉽게 노출되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프로포폴만 봐도, 성형외과나 피부과에서 많이 사용되기에 외모를 가꾸는 연예인들은 이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중독도 쉽다는 거죠.

또 신체·심리적 피로감이 심한 직업이라는 것도 이유라면 이유가 되겠는데요. 여기에 일종의 특권의식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몰래 모여 비싼 마약을 함께 투약하고, 이를 비밀에 부치면서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자신들은 특별하다고 여기게 된다는 겁니다.

낮은 형량도, 생계유지에 별 타격을 입지 않는다는 것도 연예계 마약 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 지목됩니다. 실로 마약을 투약했다가 적발된 연예인들은 대부분 ‘집행유예→자숙→연예계 복귀’라는 공식을 보여줍니다. 잠시 활동을 멈췄다가 이내 다시 활동에 나서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겁니다. 자숙 중 정말 반성과 성찰을 하는 경우는 오히려 적은데요. 이 기간 조용히 차기작이나 새 소속사와의 전속계약을 준비하는 연예인도 상당수입니다. 마약 투약 사실이 적발돼 사법당국의 처벌을 받은 이들을 별 고심 없이 기용하는 이들이 있다는 말인데, 이는 결국 연예계 자체가 마약범죄에 무뎌져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셈이죠.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용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연예계 마약 범죄, 대중에 악영향 없나…“청소년 마약 사범 급증”

마약 등 범죄 전력이 있는 연예인들의 활동을 금지하는 법적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KBS 등 방송사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에 대해 출연 섭외 자제 권고, 한시적 출연 규제, 방송 출연 정지 등 처분을 내리고 있는데요. 사안의 경중에 따라 처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들이 등장하는 자료 화면을 내보낼 때도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연예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는 방송사뿐만이 아닙니다. 방송 프로그램이 아닌 영화에 출연할 수도 있고,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는 등 SNS를 주 활동 무대로 삼을 수도 있죠.

남태현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다시 재가동해 논란 이후 재활센터에 다닌다는 근황과 심경, 활동 재개 의지까지 드러냈습니다. 불법 도박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13년간 방송가에 얼굴을 비치지 않은 방송인 신정환도 유튜브 채널 운영에 이어 직접 웹드라마를 기획하는가 하면, 웹 예능에 출연했습니다. 그는 인터넷 방송 BJ로도 활동하고 있죠.

대검찰청이 최근 공개한 ‘8월 마약류 월간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마약류 단속 건수는 1만458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934건)보다 46.8%나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마약 사범으로 단속된 사람도 지난해 동기(1만2230명)보다 48.7% 증가한 1만8187명을 기록했는데요. 마약 투약 등 혐의로 구속된 사람만 봐도 2381명으로 작년 같은 시기(1418명)와 비교해 67.9%나 급증했습니다.

특히 미디어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 10대 마약사범 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게 큰 우려를 자아냅니다. 올 8월까지 19세 이하 마약사범은 875명에 달하는데요. 10대 마약사범 가운데서는 ‘15~18세’가 592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으론 19세(223명)·15세 미만(60명) 순이었죠. 8개월 만의 수치는 2018년 이후 10대 마약사범 수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481명)보다도 2배 가까이 많습니다. 10대 마약사범 수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6%(2022년)보다 4.8%로 급증했죠.

이에 마약사범에 대한 법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연예인들의 마약 범죄엔 더욱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연예인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사회적 파급력이 큰 만큼, 이들의 범죄가 대중의 모방 욕구를 자극하는 등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최근 10대 마약사범 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 같은 지적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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