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아닌 존재들에 관하여…'파견자들'로 돌아온 김초엽 작가

입력 2023-10-1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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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등 균류(菌類)들은 어떻게 상상하고 사고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16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책방에서 김초엽 작가의 두 번째 장편 '파견자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 전 사진을 찍고 있는 김초엽 작가의 모습. (예스24)

첫 번째 장편 '지구 끝의 온실'로 15만 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SF 장르의 대중화를 이끈 김초엽 작가가 2년 만에 두 번째 장편 '파견자들'로 독자들을 찾았다.

16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책방에서 열린 '파견자들' 기자간담회에서 김 작가는 "인간성의 핵심이기도 한 개체중심성을 탈피해서 생각하고 싶었다"며 출간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김 작가는 "우리는 주관적 시점, 1인칭 시점으로만 살아간다. 거기에서 벗어나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들이 세계를 어떻게 감각하고 인식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첫 장편에서 '더스트'라는 독성 물질에 의해 멸망한 세계 속에서도 희망과 연대의 가치를 잃지 않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 바 있는 김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도 비슷한 결을 유지했다.

'파견자들'은 인간을 미치게 하는 '아포'로 가득 찬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그곳을 탐사하려면 파견자의 자격을 얻어야 하는데, 이 소설은 파견자가 되기 위해 수련하는 주인공 '태린'의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16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책방에서 김초엽 작가의 두 번째 장편 '파견자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 전 사진을 찍고 있는 김초엽 작가의 모습. (예스24)

'균류'라는 소재를 택한 배경에 대해 김 작가는 "인간이 아닌 비인간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썼는데, 균류에 대한 건 접근해볼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균류란 동물계·식물계와는 구분되는 생물군이다. 동식물에 기생해 발효나 부패, 병 등을 일으키는 단세포의 미생물이다. 하지만 균류도 사고를 한다. 김 작가는 미로 문제를 푸는 곰팡이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김 작가는 "멀린 셸드레이크의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라는 두꺼운 과학책이 있는데, 그 책에서 균류와 곰팡이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며 "언젠가 이 소재로 긴 이야기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설에는 '범람체', '아포', '뉴로브릭' 등 전작에 비해 낯선 개념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예전에는 SF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많아서 낯선 단어들을 작품에 많이 등장시키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엔 좀 과감하게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독자들에 대한 부담도 있었지만, 신뢰도 있었다. 재미있게 쓰면 읽어주실 거라는 신뢰가 부담감과 적당히 균형을 이룬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소설 '파견자들' 표지 (예스24, 퍼블리온)

지상 세계와 지하 세계로 분리된 소설 속 공간에 대해 김 작가는 "작품 배경이 되는 지하도시를 지리적으로 참고한 곳이 싱가포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싱가포르가 많은 국가 중에서 지하도시 프로젝트를 가장 크게 추진하고 있는 도시라고 하더라. 국토가 워낙 좁다 보니 지하도시를 만들었다는 걸 뉴스에서 봤는데 이번 소설에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간담회 끝에 김 작가는 "이 책을 읽고 현실로 돌아왔을 때, 우리가 사는 세계에 대해서 조금 더 나은 마음을 갖고, 세계를 좋은 곳으로 바꿔보자는 감정을 품게 하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방향을 지향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김 작가는 "비디오 게임 중에서도 SF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게임이 있는데, 게임에 관한 에세이를 당분간 쓸 거 같다"고 밝혔다.

김 작가의 '파견자들'은 오는 29일까지 예스24와 일부 독립서점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이후 전국 온ㆍ오프라인 서점을 통해 판매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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