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실종사태, 선진 신흥시정에서 ‘셀 스톡(주식)’ 왜

입력 2023-10-16 15:55수정 2023-10-1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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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국제금융센터
“주가가 지나치고 비싸고 경제도 어려워지기 시작했다며 이는 헤드 페이크(head fake)이다. 인공지능(AI) 붐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폭락하고, 오는 2025년 초까지 경기침체 가능성은 70%에 달한다.” (2000년 닷컴버블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제러미 그랜섬)

“전쟁은 예측할 수 없으니, 준비하되 뒤를 돌아보지 말라. 위험한 시장은 향후 10년의 승자를 위해 잠자리채(butterfly net)를 꺼내야 할 때다”(앤디 케슬러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

중국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1년 반 사이 중국 주식·채권시장에서 188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50조 원어치의 투자금을 철수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5개월 ‘팔자’(6조 8000억 원)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다. 미국 물가 불안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무력충돌이 확전 양상을 보이자 글로벌 큰 손들이 주식·펀드 운용 포지션을 ‘헤지(위험 방어)’로 바꾸고 있다.

위험자산에서 발 빼는 투자자

불안감은 금융시장에서 표출되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매도 행진은 16거래일 연속 이어졌다. 지난달 18일부터 무려 2조7000억 원을 팔아치운 것이다. 2020년 3월 5일~4월 16일까지 30거래일 연속 매도 이후 최장 매도 행진이다.

선진·신흥 시장을 가리지 않고 위험 선호가 약해졌다.

시장조사기관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5일부터 11일까지 선진국 시장에서 29억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급등에서 직전 2주 동안에는 148억 달러 유입됐다. 중동지역 전쟁의 후폭풍을 걱정한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흥국 주식형펀드에서도 43억 달러가 유출됐다. 특히 중국증시는 ‘셀 차이나’ 공포에 휩싸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1년 말 대비 올 6월 말 기준 중국 주식·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금은 약 1조3700억 위안(1880억 달러)이 줄었다. BNP파리바의 지카이 첸 아시아·신흥국 주식부문 대표는 이 통신에 “중국 부동산 시장과 내수 위축 등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투자 비중을 재고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수건을 던지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이 발을 빼면서 주요 지수는 하락세다. 이날 코스피지수(-0.81%)를 비롯해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2.03%), 대만 자취안지수(-0.78%), 호주 ASX 200지수(-0.35%) 등이 일제히 하락했다. 홍콩 항셍지수와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글로벌경기 불안감 여전, 위험선호 약화하나

최근 금융시장의 동요는 악재들뿐 아니라 세계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지 못한 영향이 크다. 토비아스 아드리안 국제통화기금(IMF) 통화자본시장 부문 책임자는 15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GFSR)를 통해 “우리의 최근 평가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금융 안정 리스크가 상당히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성장에 대한 위험도 하방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진단했다. IMF는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일컫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면, 세계 주요 은행 자산의 36%가량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IMF는 최근 업데이트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최근 세계 경제성장률이 작년 3.5%에서 올해 3.0%, 내년 2.9%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과 투자자의 행보에 대한 평가와 전망은 엇갈린다.

케슬러 칼럼니스트는 글로벌 채권 손실과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부정적인 뉴스에 등장했다며 ‘주식시장’에 대한 경고를 보냈다. 반면, 투자리서치회사 네드데이비스리서치(NDR)는 최근 미국 주식시장이 1987년 ‘블랙먼데이’ 당시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지만 그때와 같은 대규모 폭락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는 중동 지역 분쟁과 수출·경상수지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와 국제유가 급등, 중동 전쟁 불안 등 복합적 이유로 외국인들의 순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추후 전쟁이 확대될 경우 매도세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NH투자증권은 “한국 수출·경상수지가 개선되면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되고, 외국인 자금 유입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권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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