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당첨에도 비싸고 돈 마련시간 부족해 포기…분양가 오름세 제동 걸릴까

입력 2023-10-1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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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단지 전경 (박민웅 기자 pmw7001@)

서울에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고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분양가가 높은 데다 해당 단지들이 잔금을 치러야 할 때까지 남은 기간이 짧아 자금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발길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호반건설이 서울 구로구에 공급하는 '호반써밋 개봉'은 전체 190가구의 40%가량인 72가구가 무순위 청약 물량으로 풀렸다. 전용면적 84㎡가 59가구로 가장 많고 전용 59㎡ 11가구, 49㎡와 114㎡는 각각 1가구다.

호반써밋 개봉은 지난달 특별공급 80가구 모집에 1182명이 접수했다. 1순위 청약에는 110가구 모집에 2776명이 몰리면서 평균 25.24대 1로 마감했다.

청약 열기가 뜨거웠지만, 실제 계약까지 한 경우는 당첨자의 절반을 조금 넘긴 셈이다.

대우건설이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분양한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도 마찬가지다.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총 771가구 가운데 400~500가구가 계약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지는 지난달 1순위 청약에서 401가구 모집에 5626건이 접수돼 14대 1의 경쟁률로 마감했다.

청약 당시 뜨거운 관심에도 계약 포기 사례가 대거 나온 이유로는 높은 분양가가 꼽힌다.

호반써밋 개봉은 전용면적 84㎡ 기준 9억9350만~9억9860만 원에 분양했는데 발코니 확장 등의 옵션비용을 고려하면 실제 분양가는 10억 원이 넘는다. 길 건너 '개봉 푸르지오'가 8억2000만~8억3000만 원에 실거래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고분양가란 지적이 있었다.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전용 84㎡가 13억 원 중후반대에 공급됐는데 주변 단지 실거래가보다 비싸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저층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미계약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이번 두 단지는 향후 상승 기대감이 크지 않은 '대장 아파트'가 아닌데 분양가가 높게 책정돼 통상적인 경우보다 미계약자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잔금을 치러야 하는 기간이 짧은 것도 대량 미계약 원인 중 하나로 해석된다. 호반써밋 개봉은 입주예정일이 내년 12월로 1년여밖에 남지 않았고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내년 3월 입주라 5개월여 안에 잔금을 치러야 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현실적으로 현금 수억 원을 수중에 가진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후분양 단지 등 청약 후 입주까지 기간이 짧은 곳은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 당첨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도금까지 내고 잔금을 치르지 못해 낭패 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후분양 단지는 특히나 자금 조달 계획을 철저히 짜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싼 분양가가 대규모 미계약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지만 분양가 상승세에 제동을 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 팀장은 "서울의 다른 단지나 광명 등에서도 고분양가 논란이 있던 단지들이 완판되고 있는 상황이라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낮출 유인은 없어 보인다"며 "공급 부족 전망 등을 고려해도 앞으로의 분양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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