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교육 의무화된 선진국…韓, 초등 금융교육 신설 '국회 표류'[금융 문맹률 낮추자①]

입력 2023-10-16 05:00수정 2023-10-1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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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문맹(financial illiteracy)’. 금융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을 글자를 모르는 문맹에 빗댄 말이다. 2023년 현재 국내 금융 소비자 대다수는 금융문맹 상태다. 금융 지식이 생존의 필수 요소라는 것은 십 수년 전부터 수없이 강조돼 왔다. 저축은행 후순위 사태, 신용카드 대란, 라임 펀드 등 대규모 소비자 피해로 필요성을 직접 체험했다. 하지만 금융에 대한 기초 지식조차 없거나 수준이 낮은 ‘돈맹(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함) ’ 상태는 여전히 세대 이전되고 있다. 이들이 자칫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경우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본지는 한국 금융교육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고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의 노력을 소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 시리즈를 싣는다.

(서민금융진흥원_금융교육포털 홈페이지 캡쳐)

필요성 공감에도 비용ㆍ교사 고민
현실적 문제로 법 제정 순탄치 않을 전망

세계 각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교육에 공을 들이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금융 교육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법안에 대한 필요성은 많은 이들이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있어 법 제정을 위한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15일 국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금융교육이 학교에서부터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교육진흥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이 법안은 청년들이 변종대출로 인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거나 은퇴세대들이 주식 투자에 실패해 노후자금을 잃고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등의 문제가 금융교육의 부재로 인한 것이라는데서 시작됐다. 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장밋빛 기대를 가지고 접근하거나 경제적 문제를 단기에 해결하기 위해 무리한 금융투자에 내몰린 결과라는 것이다.

결국 초등학교부터 금융교육을 의무화하자는 게 골자다. 교육부장관이 금융교육종합계획을 수립할 의무를 부여하고, 교육감이 연도별 금융교육시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또한, 금융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연구기관 지정, 우수학교 지정, 교원연수, 금융교육센터 설치, 국제협력에 관한 사항도 규정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여전히 국내 청소년들의 금융이해력이 낮아 사회초년생 시절부터 각종 대출사기, 보이스피싱 등 피해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조기 금융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기 때문이다.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가 설립 20주년을 맞아 고등학교 2학년 학생 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학생들의 금융 이해력 평균 점수는 46.8점으로, 낙제점 수준인 60점을 크게 밑돌았다. 이는 10년 전(48.5점)보다도 1.7점 낮아진 것이다.

▲BNK경남은행 김덕원 부지점장이 한국과학기술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BNK경남은행)

그나마 2025년부터 고등학교 선택과목으로 '금융과 경제생활'이 새롭게 개설된다. △행복하고 안전한 금융 생활 △수입과 지출 △저축과 투자 △신용과 위험 관리 등으로 된 이 교과목은 선택과목이다보니 15명 이상이 선택해야 과목이 개설된다. 수능 과목도 아니다보니 학생들이 해당 과목을 선택하지 않으면 사실상 없는 과목인 셈이다.

하지만 넘어야할 산도 많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교육 필요성은 모두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금융 공교육을 실시하더라도 전문성 있는 교사를 찾는 것부터가 난제인 데다 비용 문제, 교육 프로그램 구축까지 산적한 문제가 많아 민·관 협의를 통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 “교과 과정에 금융교육을 신설하는 것도 중요하나, 그보다 국·영·수 등 기초영역에 자연스럽게 금융과 관련된 내용이 녹아들게 해 아이들에게 돈과 경제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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