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서 조국서 강제 퇴직한 물리학자, 20년 만에 노벨상 수상자로

입력 2023-10-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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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물리학상 3인 이색적 이력
“나이가 뭐길래”…정년 규정에 고국 프랑스 떠나 미국으로
‘한국과 공동 연구’ 인연
5번째 여성 물리학 수상 영예

▲202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자 왼쪽부터 안 륄뤼에, 페렌츠크러우스, 피에르 아고스티니. AFP연합뉴스

이 상을 받고 나보다 훨씬 더 좋아했을 젊은이들이 있을 텐데…기쁘지만 조금 늦은 감이 있기는 하다.

프랑스 출신의 80대 노교수가 나이 때문에 오랜 시간 몸담았던 프랑스 원자력청(CEA) 사클레이 연구소에서 강제 퇴임한 지 약 20년 만에 노벨상 수상자로 금의환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3인 중 한 명인 피에르 아고스티니의 사연을 소개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물질 전자역학 연구를 위한 아토초(100경분의 1초) 펄스광을 생성하는 실험방법’과 관련한 공로로 피에르 아고스티니(82)와 페렌츠 크러우스(61), 안 륄리에(65)를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 세 명이 인류에게 원자와 분자 안에 있는 전자의 세계를 탐구할 새로운 도구를 건네줬다고 평가했다. 전자 세계는 100경분의 1초 단위로 사건의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에 지극히 짧은 파장의 빛이 있어야 관측 및 측정이 가능하다. 이들 과학자는 극도의 짧은 파장을 지닌 빛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선보임으로써 인류가 전자의 움직임이나 에너지양 변화 과정을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정년의 벽에 가로막혀…“떠나야 해 슬펐다”

▲ 피에르 아고스티니가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파리/로이터연합뉴스
아고스티니는 그의 경력 대부분을 프랑스 대체에너지 및 원자력에너지위원회(CEA) 파리-사클레이 센터에서 보냈다. 2002년 전자의 초고속 역학을 연구하기 위해 결정적인 실험을 수행했던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아토초 과학에 대한 열정과 CEA에서의 주요 직책에도 그는 정년이라는 행정적 장애물에 부딪혔다. 결국 은퇴에 직면한 그는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정년에서 자유로운 미국으로 향했고, 현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아고스티니는 노벨위원회의 공동 수상 발표 당시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어 위원회의 연락을 직접 받지 못했다. 그는 발표 소식을 들은 딸로부터 “뉴스가 사실이냐”는 전화를 받고 수상 소식을 전해 듣게 됐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61세의 나이로 프랑스에서 강제 은퇴하게 된 상황에 유감을 표했다. 그는 “나는 여전히 힘이 넘쳤고 프랑스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며 “떠나야만 한다는 상황에 마음이 아팠다”고 회상했다.

한국과 공동연구한 학자·역대 5번째 여성 물리학 수상자도

▲페런츠 크러우스가 3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잔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뮌헨/로이터연합뉴스
공동 수상한 크러우스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크러우스가 이끄는 독일 막스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는 김동언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 물리학과 팀과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포스텍이 막스플랑크연구소와 함께 막스플랑크 한국·포스텍 연구소(MPK)를 설립하면서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크러우스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벅찬 기분이고 꿈인지 현실인지 확신하지 못하겠다”며 “동료들은 지금 휴일을 즐기고 있는데, 아마 내일 만나서 샴페인 한 병을 따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안 륄리에는 역대 5번째 여성 물리학 수상자가 됐다. 2020년 이후 3년 만에 탄생한 여성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앞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여성 학자는 1903년 마리 퀴리, 1963년 마리아 메이어, 2018년 도나 스트리클런드, 2020년 앤드리아 게즈 등 4명뿐이다.

륄리에는 “매우 감동했다. 알다시피 이 상을 받은 여상은 드물어서 매우 특별하다”며 “나는 모든 여성에게 흥미가 있다. 이러한 도전에 대해 열정이 약간 있다면 그냥 해볼 것을 권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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