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한 현대차…로봇 사업 ‘드라이브’ [정의선 회장 취임 3주년]

입력 2023-10-1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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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미국 로봇 기업 BD 첫 인수
사재 2400억 원 출연하며 투자 주도
안전 서비스 로봇·물류 로봇 상용화 성공
국내 로보틱스랩 통해 웨어러블 로봇 개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로보틱스 비전 발표를 위해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함께 무대위로 등장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를 넘어 로봇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일찌감치 로봇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정 회장의 과감한 투자가 있었다. 로봇 시장이 급격하게 확대하는 현재 시점에서 정 회장의 안목이 탁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회장은 취임 두 달 만인 2020년 12월 서울 서초구 현대차 본사에서 열린 임원 회의에서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로봇 시장은 꼭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로봇 사업 의지를 강조하며 보스턴다이내믹스(BD) 인수의 당위성을 임원들에게 피력했다고 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듬해인 2021년 8억8000만 달러(약 9600억 원)를 들여 미국 로봇 전문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공식 인수했다. 정 회장 취임 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이었다. 특히 정 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과정에서 사재 약 2400억 원을 출연하며 투자를 주도했다.

자동차와 로봇의 이질적 만남에 업계는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그러나 몇 년 새 자동차 산업이 모든 이동과 관련된 모빌리티 사업으로 확장되며 접점이 늘어나고 있다. 현대차의 모빌리티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이 본격적으로 시너지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들은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에서 정 회장과 함께 등장했던 4족 보행 로봇 ‘스팟’이 1호 상용화 로봇이다.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로봇인 스팟은 2021년 뉴욕시 소방국과 경찰국에 판매돼 재난 현장에 활용되고 있다. 국내 공장과 건설 현장에서도 안전 서비스 로봇으로 활동 중이다.

물류 로봇인 ‘스트레치’도 상용화에 성공했다. 반복적인 물류 하역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스트레치는 지난해부터 물류 기업 DHL과 유통 기업인 갭, H&M 등에 공급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로보틱스 사업부인 로보틱스랩을 통해 웨어러블 로봇 시장도 개척하고 있다. 이동과 공간의 제약으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게 목표다. 의료용 착용로봇 ‘엑스블 멕스’를 개발해 하반신 마비 환자의 재활을 돕고, 장시간 근무하는 작업자를 보조하는 착용 로봇 ‘벡스’도 보급하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의 기반 기술이 되는 AI와 소프트웨어(SW)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우선 미국 보스턴 케임브리지에 ‘로봇 AI 연구소’를 설립했다. 차세대 로봇의 근간이 될 운동지능, 인지지능 등의 기발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로봇 기술의 범용성 개선을 위한 AI 모델을 연구하는 동시에 중장기 로봇 AI 플랫폼도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는 그룹 소프트웨어 역량 개발을 주도할 ‘글로벌 SW 센터’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모빌리티 플랫폼을 개발해 온 스타트업인 포티투닷(42dot)’도 인수했다. 현대차그룹은 포디투닷을 중심으로 글로벌 SW 센터를 구축해 그룹 내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해갈 예정이다.

한재권 한양대에리카 로봇공학과 교수는 “현대자동차는 계속해서 하드웨어를 개발해 온 기업이기 때문에 로봇과 관련해서는 어떤 회사들보다 많은 인재와 노하우를 가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로봇이 앞으로 새로운 미래 먹거리가 될 것으로 보고 미리 투자와 선점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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