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판 9·11 참사’에 ‘5차 중동전쟁’ 위기…세계 경제 ‘빨간불’

입력 2023-10-09 16:40수정 2023-10-0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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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5%대 급등…이란발 원유 공급 차질 우려
인플레 압력 한층 커질 듯…세계 성장률에도 악재
경제 피해, 기간·강도·확전 여부에 달려
대통령실, 긴급 안보 점검
“시장 모니터링 강화할 것”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이틀째로 접어든 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미사일이 폭발하고 있다. 가자지구(팔레스타인)/AF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로 ‘5차 중동전쟁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세계 경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9일 AP통신에 따르면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가 총 1100명을 넘었다. 이스라엘에서는 최소 700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집중 공습이 이어진 가자지구에서 지금까지 400명 이상이 숨졌으며 2200명 넘게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쟁이 미국과 시아파 맹주 이란의 대리전 양상을 띠면서 국제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세계 최대 핵 추진 항공모함을 이스라엘 인근에 전진 배치하고 전투기를 증강하는 등 전폭적인 전력 지원에 나섰다. 이란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배후설에 휩싸였다. 다만 이란은 하마스에 자금과 무기 등을 지원해왔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관여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갈등은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세계 경제에 새로운 충격을 줄 수 있다.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은 중동 불안 고조에 들썩였다. 글로벌 증시는 내리막을 걸었으며 유가는 급등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증시 벤치마크인 TA-35 지수는 전날 6.47% 급락해 3년래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중동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국제유가는 중동전 확대 우려에 이날 5%대의 급등세를 나타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화와 금은 강세를 보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산유국이 아니므로 유가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하지만 하마스 공격의 배후로 이란이 거론되면서 이란 원유 수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물론 세계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란은 2011년에도 미국의 제재에 반발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한 전례가 있다.

양측의 지정학적 긴장은 가까스로 완화하고 있던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상방 압력을 가할 수 있으며, 세계 경제 성장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트리플아이자산운용의 카림 바스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전쟁은 유가에 상승 위험을 초래하고 인플레이션과 성장 전망 모두에 위협이 된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큰 골칫거리인지 선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클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전쟁 지속 기간과 충돌 강도, 다른 지역으로 확전 여부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석유와 주식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이 있겠지만, 본격적인 영향을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실도 중동 지역 지정학적 불안에 긴급 안보 상황 점검에 착수했다. 대통령실은 중동 정세 불안이 국내 경제와 안보에 미칠 영향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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